691.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사이언스북스, 2023.
691.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사이언스북스, 2023.
수잔 시마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산림학과 산림생태학 교수
차례
한국어판 서문, 당신의 어머니 나무를 만다게 되기를
서문 인연
1장 숲속의 유령
2장 나무꾼들
3장 바짝마른
4장 나무로
5장 흙죽이기
6장 오리나무 습지
7장 술집에서 다툼
8장 방사능
9장 응분의 대가
10장 돌에다 색칠하기
11장 미스 자작나무
12장 9시간의 통근
13장 코어 샘플링
14장 생일들
15장 지팡이 물려주기
에필로그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
감사의 글
참고문헌
1장. 숲속의 유령
조그만 버섯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애주름 버섯의 갓은 엘프가 쓰는 고깔모자처럼 종 모양이었는데, 꼭대기는 짙은 갈색이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색이 연해져서 반투명한 노란색 갓 끄트머리로 갓 아래에 있는 주름살과 연약한 줄기가 비칠 정도였다. 대, 즉 버섯의 줄기는 나무껍질에 뿌리를 내리고 통나무가 썩도록 돕고 있었다. 애주름 버섯은 워낙 연약해서 통나무를 통째로 썩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애주름 버섯이 통나무를 썩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본 강둑에서 죽어 쓰러진 포플러들의 얇고 갈라지는 껍질을 따라 버섯이 돋았다. 몇 해가 지나자 썩어서 스펀지 비슷한 섬유조직이 되어버린 나무는 땅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 진균들은 산(酸)과 효소를 배출하고, 자신의 세포를 활용하여 나무의 에너지와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나무를 썩혀 없애는 방법을 진화시켰다.
왜 새로 심은 나무들은 이토록 처참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반면 왜 오래된 숲에서 새싹을 틔우는 야생 전나무들은 너무도 찬란해 보이는 것일까?
나는 오래된 숲에서 보았던 것과 똑 같은 밝은 노란색 균사가 뿌리 끝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이 또한 아까 본 균사체, 즉 비단그물버섯에 속하는 팬케이크버섯 줄기에서 자라나던 진균 균사망의 색깔과 똑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파낸 전나무 주변을 좀 더 파보면 나는 흙으로 덮힌 유기질 매트에 노란 실이 스며들면서 점점 더 저 먼곳까지 뻗어나가는 균사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구에는 100만종 이상의 진균이 존재하는데, 식물종 수의 약 6배에 해당하며 존재하는 진균 중 10%정도만 확인되었다.
수목한계선(timberline)
2장 나무꾼들
3장 바짝마른
켈리는 사물의 기본질서를 이해한 다음, 몇 마디 말로 설명하면서 놀라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나서는 웃었고, 고요함이 뒤따랐다.
균근균은 식물과 사활을 건 소통관계를 구축한다. 이와같은 동반자 관계에 진입하지 않고서는 진균도 식물도 생존할 수 없다. 내가 찾은 버섯 세 종류 모두는 진균 중 균근균에 속하는 자실체였는데, 이들은 토양에서 수집한 물과 양분을, 동반자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당분과 교환한다.
양방향 교류, 공생
식물 입장에서는 뿌리를 더 기르는 것보다 진균의 생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 진균은 벽이 앏고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없기 때문에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균근균의 균사는 식물의 뿌리 세포들 틈에서 자라고, 균근균의 스펀지 같은 세포벽은 식물의 더 두꺼운 세포벽에 단단히 붙어있다. 진균의 세포는 마치 요리사의 머리를 덮는 머리망처럼 각각의 식물세포 주변에 망을 이루며 자란다. 식물은 식물의 세포벽을 통해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당분을 인접한 진균의 세포로 전달한다. 진균에게는 이처럼 당분을 함유한 음식이 필요한데, 토양속으로 균사망을 길러서 물과 영양소를 얻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진균은 토양에서 추출한 자원을 진균과 식물의 세포벽이 단단히 붙어있는 층을 통해 다시 식물로 전달하며, 광합성으로 생성한 당분이 양방향 시장 교환된다.
균근, 마이코라이저, 진균의 균(마이코), 그리고 뿌리를 뜻하는 근(라이저), 마이코라이즈는 진균의 뿌리였다.
임업인들은 균근을 없는셈 치거나 더 나쁜 방향으로 묘목을 자라는 육묘장에 비료나 물을 대어 균근을 죽이고, 큰 나무를 상하거나 죽게하는 진균인 병원균(pathogen)에만 집중했다. 뿌리나 줄기를 감염시키는 부류인 기생균 종들은 숲에 해를 입히거나 나무를 죽일 수도 있다. 병원성 진균은 단기간 내 업계에 어마어마한 비용 소모를 일으킬 수 있었다. 산림학과 교수님들은 또 우리에게 죽은 생물을 분해하는 진균 종류인 부생균(saprophyte)에 대해 가르쳤는데, 부생균은 확실히 영양소 순환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부생균이 없다면 쓰레기로 죽어가는 인간의 마을이나 도시와 다름없이 숲은 쌓여버린 폐기물로 숨이 막혀 죽어갈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도록 몰아붙이면 어째서 더 강해지는 것일까? 고통은 어떻게 우리를 한데 묶어주는 인연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땅과 숲과 강이 한데 어울려 하루하루를 마칠 무렵, 바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밤에 우리가 차분해지도록 도와주는 그 풍부한 리듬이 정말로 좋았다. 오래된 숲이 깨끗하게 해 준 공기가 맴돌았고, 나는 불어 내려온 바람이 나를 씻어내도록 했다.
진정한 고목, 무리를 이끌고 지휘하는 위엄있는 나무, 그 나무의 갓은 주변 다른 모든 나무의 나무갓보다도 더 깊고 더 위풍당당했다. 아래에 있는 어린 나무들의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 여러 세기 동안 진화한 씨앗을 떨구는 나무. 고운 소리로 우는 새들이 올라앉고 둥지를 틀 거대한 가지를 펼치는 나무. 그리고 늑대이끼와 겨우살이가 뿌리내릴 틈을 찾을 곳이 되어주는 나무. 다람쥐가 나중에 먹으려고 두엄더미에 저장할 방울열매를 찾아 나무줄기를 오르내리게 해주는, 또 그런 다람쥐를 필요로 하는 나무. 가지가 굽은 곳에 버섯을 걸고 말려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나무. 이 나무는 혼자서도 숲의 순환을 지원하며 다양성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5장 흙 죽이기
지의류 뿌리는 가근(rhizine)이라고도 하는데, 가근은 바위를 깨부술 수 있는 효소를 배출하고 지의류의 몸통은 유기물질을 제공한다. 즉 지의류의 뿌리와 몸이 함께 부식토로 만들어서 식물이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게 만드는 셈이다.(......)
이런 지의류-진균들은 암석을 모래로 바꾸고 광물을 배출하며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느리게 만들어 낸다.
"필터가 없군요." 나는 필터가 있어야 마땅한 곳을 불안하게 바라보며 되물었다. 우리는 종일 글리포세이트를 마셨던 것이었다. "괜찮을 거에요. 그냥 목구멍이 화학물질 때문에 탄겁니다. 밀크셰이크 드세요. 아침이면 좀 나아질 겁니다."
생물종은 자력으로만 번창할 수 있을까? 만일 묘목을 다른 종과 섞어 심으면 숲이 더 건강해질까? 나무를 무리지어 다른 식물과 함께 심으면 나무의 생장이 개선될까, 아니면 체스판 격자처럼 간격을 두고 나무를 심어야 할까?
뜻하지 않게 균근균을 죽이면 나무도 죽는다. 토착식물에게 의지해 그네들의 부식토를 얻고, 부식토 안의 진균을 다시 조림지 흙으로 옮기자 나무들이 살아났다.
6장 오리나무 습지
대부분의 시기 동안, 오리나무가 토양에 물은 물론 질소까지 보충해준다는 의미를 지녔다. 알고보니 이 숲이 작동하는 방식은 자유성장 정책에서 단순히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소나무는 토양이 아니라 균근균 덕분에 오리나무로부터 질소를 받았던 것이다! 마치 오리나무가 소나무에게 직접 관을 통해 비타민을 보내준 것처럼. 균근균이 오리나무 뿌리에 대량 서식한 후에는 균사가 소나무 뿌리를 향해 자라서 식물들을 연결했다.
7장 술집에서의 다툼
나중의 이익을 위해 토착식물을 제거해서 빠른 초기성장만 필수적으로 노리면 끝이 좋지 못할 것이다. 누구에게든 말이다.
8장 방사능
나는 실험실의 소나무와 똑같은 방식으로 메이블 호수의 호숫가를 따라서 자라는 자작나무와 미송이 지하에서 균근균으로 연결되어 균사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불과 몇 년 전인 1989년에 발명된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하지만 단어 대신 탄소로 만든 메시지가 오간다고 상상해 보았다. 광합성 중인, 즉 공기에서 얻은 이산화탄소와 토양에서 얻은 물을 조합해 빛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당)로 변환하는 자작나무 잎을 상상하며 식물생리학 수업을 되돌아 보았다. 광합성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잎은 화학적 에너지의 근원이자 생명의 엔진이었다. 당분, 즉 수소와 산소와 결합한 탄소고리는 잎의 세포에 축적된 후 동맥으로 혈액이 뿜어 나오듯 잎맥에 적재된다.
자작나무와 미송은 연결망을 통해 광합성 탄소를 주거니받거니 하고 있었다. 심지어 더 놀라운 것은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돌려준 양보다 더 많은 탄소를 자작나무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자작나무는 '악마의 잡초'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에게 자원을 넉넉히 주었다.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미송이 씨를 만들고 번식할 수 있을만큼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나를 정말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늘의 효과였다. 자작나무가 그늘을 더 많이 드리울수록 자작나무는 미송에게 탄소를 더 많이 주었다. 자작나무는 너무나도 딱 떨어지게 미송과 협력하고 있었다.
9장 응분의 대가
가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인간은 예전에 두려워하던 대상들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삶과 죽음과 같은 문제가 아닌 것들을.
"(......) 전 생태계의 에너지 통화인 탄소 상당량이 온대림의 나무에서 나무로, 또 실제로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그들이 공유한 진균 공생자의 균사를 통해 이동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숲의 탄소경제가 지닌 이런 양상에 대한 이해는 필수불가결하다. 숲은 북반구 육지 표현 중 상당부분을 덮고 있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네이처>>에서는 내 발견을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칭했고, 봇물이 터졌다.
대부분의 나무가 외생균근균과 관련을 맺는 것과 달리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개 수지상균근균과 연관이 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수지상균근은 불과 약 200종인 반면 외생균근 종은 수 천개에 달한다. 이 수지상균근균들은 일반 종인데, 자연에 존재하는 종의 개수는 적을지 몰라고 정원에서 자라는 거의 모는 채소의 뿌리에 서식할 수도 있고, 연관을 맺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옥수수, 호박, 콩, 완두콩, 토마토, 양파, 당근, 가지, 상추, 마늘, 감자, 고구마 같은 채소들과.
돋은 지 몇 주 안에 식물의 뿌리가 균근으로 덮혔고 서로 엮였다. 콩을 뽑아보니 뿌리를 따라 길이로 질소고정세균을 품을 작고 흰 몽우리가 보였다. 콩은 질소를 변환해 옥수수, 호박과 공유한 흙더미에 질소를 첨가하는 중이었다. 옥수수는 콩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제공하면서 은혜를 갚았다. 호박은 뿌리 덮개 역할을 맡아 토양의 습기를 유지하고 잡초와 벌레를 막았다.
균근 연결망이 이 춤에서 어떻게 한몫을 했는지, 질소를 고정하는 콩에서 옥수수와 호박으로 질소를 나르는 내 정원의 연결망에 대해 상상했다. 그리고 옥수수가 드리운 그늘에 가려진 콩과 호박에게 탄소를 전달하는 키가 크고 햇빛을 잘 받은 옥수수를. 또 저장해둔 물을 목마른 옥수수와 콩에게 보내고 있는 호박을. 정원은 무척 잘 자랐다. 용서를 느낄 수 있었다.
10장 돌에다 색칠하기
중력이나 바람, 이상한 새나 다람쥐가 나무씨 중 대부분을 주변 지역으로 퍼뜨리는데 그리 넓게 퍼뜨리지는 못한다. 이는 가까운 이웃지역에 있는 많은 개체가 친척 관계임을 의미한다. 이 초원 가장자리에 모여있는 소나무들은 아마도 같은 가문의 친족일텐데, 그들의 유전자는 멀리 있는 아버지들로부터 날아오는 꽃가루로 인해 다양해졌다. 이 부모 나무들은 자기 주변 나무들과 유전자를 공유하며, 바로 그들의 후손인 묘목의 생존율을 늘리기 위해 탄소공유를 한다. 이것은 다시 미래 세대로의 유전자 전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임분의 소나무 중 최소 절반의 뿌리가 서로 얽혀있으며, 큰 나무들이 작은 나무들에게 탄소를 보조해주고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런 양상은 개체 선택 관점에서 보면 완벽하게 말이 된다. 다윈주의적 양상이다.
11장 미스 자작나무
12장 9시간 통근
숲도 인터넷, 즉 월드 와이드 웹 같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전선이나 전파로 연결되는 반면, 이 나무들은 균근균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장 큰 소통 허브를, 작은 나무들이 덜 분주한 노드를 구성하며 진균 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중심부와 위성들로 구성된 체계 같았다. 지난 1997년 내 논문이 <<네이처>>에 발표되었을 때 <<네이처>>는 내 논문을 "우드 와이드 웹"이라고 불렀는데,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선경지명이 있는 표현이었다. 당시 나는 자작나무와 미송이 단순한 균근짜임을 통해 탄소를 주고 받는다는 것 밖에 몰랐다. 하지만 이 숲은 내게 더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은 허브, 어린 나무들은 노드였고, 균근균은 복잡한 패턴을 이루며 나무들을 서로 연결하고 숲 전체의 재생을 촉진하고 있었다.
13장 코어 샘플링
14장 생일들
15장 지팡이 물려주기
죽음은 삶을 가능하게 했다. 나이든 자들은 제 어린 것들의 힘을 돋운다.
지구상의 나머지 존재들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내도록 참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탈바꿈하기 위해 인간은 모든 것을 착취대상으로 취급하는 대신에 다시 자연과 숲, 초원, 대양과 이어져야만 한다. 우리의 현대적 방식, 우리의 인식론과 방법론을 확장해 선주민의 뿌리를 보완하고 그에 기반해 발전시키고 그에 맞춰 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 풍요라는 황당한 꿈을 좇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숲을 다 밀어버리고 물을 착취하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오래된 숲에서 흙을 갖고 와도 도움이 될거야" 나는 위니 할머니가 어떻게 퇴비로 정원을 만들었는지, 또 어떻게 라즈베리 줄기 아래에 버트 할아버지가 잡아온 생선 내장을 넣었는지를 떠올리며 말했다. 마치 하일척 사람들과 곰과 늑대가 할머니 시더를 연어뼈로 비옥하게 하고, 되돌려 주며 순환을 완성한 것처럼, 할머니가 일하던 곳의 베리가 제일 달았다. 장담할 수 있다. 할머니가 할머니네 옥수수밭이며 감자밭을 다닐 때 내가 따라 다녔던 것처럼 해나가 나를 따라 오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무리지어 심자. 줄지어서 심지말고." 나무들은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하고, 수용성 좋은 토양에 정착해야 하고, 한데 모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다른 종과 섞여서 우드 와이드 웹을 만들어 내는 패턴 속에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숲이 회복할 힘은 이런 복잡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 과학자들은 숲은 조정하고 학습하는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복잡적응계로 오래된 나무, 종자은행, 통나무 등의 유산을 포함하며, 이런 부분이 복잡한 동적 연결망 안에서 정보의 되먹임과 자기 조직화를 통해 상호작용한다고 기꺼이 말한다. 여기에서 부분의 합 그 이상인 체계 수준의 특징이 드러난다. 생태계의 속성은 건강, 생산성, 아름다움, 정신으로 숨쉰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비옥한 토양, 숲은 이런 방식으로 치유하도록 만들어져 있고, 숲의 인도를 따르면 숲을 도울 수 있다.
이제 나는 이유를 안다. 나는 왜 묘목들이 상하고 망가졌음에도 건강한지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받은, 아주 오래 전 릴루엣 산맥에 있던 작은 노란 묘목과 달리 이곳의 씨앗은 이 어버이 나무의 거대한 균근 연결망 속에서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묘목의 갓난 뿌리는 어머니 나무의 망을 통해 많은 영양액을 받아 마셨다. 묘목순은 그들이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어머니가 지난 세월 겪은 고생에 대한 메시지를 받았다. 그들은 이 에메랄드 빛 깃털로 화답했다.
에필로그
우리에게는 방침을 바꿀 힘이 있다. 끊어진 연결, 또 자연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이해 상실이 우리를 몰아붙여 수 많은 절망을 겪게 했고, 특히 식물은 우리의 학대 대상이 되었다. 감각을 느끼는 식물의 성질을 이해하면 나무, 식물, 숲에 대한 공감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깊어질 것이며, 혁신적인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자체의 지능에 기대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은 우리 개개인 또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내 식물이라 부를 수 있는 식물과 인연을 맺기 바란다. 도시라면 발코니에 화분을 두면 된다. 마당이 있다면 뜰을 가꾸거나 마을 텃밭에 참여하기 바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일도 있다. 나무, 나만의 나무를 찾으러 가 보는 것은 어떨까? 내 나무의 연결망과 연을 맺고, 망으로 이어져 있는 근처의 다른 나무들과도 인연을 맺는다고 상상해보자. 감각을 확장하며.
인터뷰
수잔 시마드 : 여성이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경력을 쌓는 동시에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항상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품은 기대치에 적정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개인적 경계가 없다면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병이 들고 만다. 여성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신과 서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나는 가족과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았기에 계속 버틸 수 있었다. 매우 힘들었고, 늘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숲과 인류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큰 목표가 있었기에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2024. 3. 5. 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