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장공이 그의 신하 최저의 부인을 탐하다 최저에게 죽임을 당하자, 최저의 집을 찾아가 안영은 말한다.
"군주가 나랏일로 죽었다면 신하 또한 충성을 다해 죽겠지만, 군주가 사욕을 위해 도망쳤고 사욕을 위해 죽었다면 개인적으로 친한 신하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그를 장례지낼 수 있겠는가?"
최저는 이 말을 듣고 문을 열어 안영을 들어오게 했다. 문이 열리자 안영은 들어가 장공의 시체에 베개를 베어주고 세 번 곡하고 물러 나왔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최저에게 말했다.
"안영을 죽여버리시지요."
그러자 최저가 말했다.
"안영은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다. 이대로 살려주는 편이 민심을 모으는데 이로울 것이다."
최저는 장공의 배다른 동생 저구를 임금으로 세웠으니 그가 경공이다. 경공은 최저를 우상에, 경봉을 좌상에 임명하였다. 그러자 두 재상은 난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여 신하들을 불러모았다.
"최씨와 경씨의 말을 듣지않는 자들은 모조리 사형에 처할 것이다. 이에 맹세하라."
그러자 신하들은 두려움에 떨며 서약하였다. 그러나 안영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이는 내 자신이 따를 수 없는 바이다. 오직 주군에게 충성하고 나라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따를 뿐이다."
화가 난 경봉이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자 최저가 말리며 말했다.
"이 나라에 충신은 안영 한 사람뿐이다."
그 후 경공은 안영을 상국에 임명해 나라 살림을 다시 맡기게 되었다.
*안영 : 제나라 정치가로 존경의 뜻을 담아 안자晏子로 불리기도 한다. 근검역행으로 유명하며 영공, 장공, 경공,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냈다. 관중과 함께 제나라의 명신으로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