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날개없는 천사

햇살처럼-이명우 2013. 7. 10. 13:19

얼마 전에 신부님께서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전에 재직하던 성당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여자 집안은 너무나 좋았고 남자 집안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양가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여자 집안은 당연히 반대였고 남자 집안에서도 두 집안이 너무 맞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난관을 잘 이겨내고 마침내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한 결혼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잘 살기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3개월 만에 남편이 출장을 다녀오다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로 남편은 목 아래로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는 전신마비의 몸이 되었습니다. 신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아내의 기약 없는 병수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도 없이 세월은 흘러갔습니다. 사고가 나고 병간호를 시작한지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아름답던 아내도 점점 시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했으면 됐다. 젊은 사람이 한 평생 병자 뒤치다꺼리나 하며 보낼 거냐? 이제 7년 동안 했으면 할 만큼 했으니 이젠 시댁 쪽에 남편을 맡기고 새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그럴 때 마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얻은 사랑인데, 제가 여기서 포기하겠습니까? 만일 제가 침대에 누워있다면 그이도 저와 마찬가지로 절대 저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한번 선택한 이 소중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가겠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천사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사는 날개 달린 천사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날개가 없더라도 이 세상에서 소리 없이 선한 일을 행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또 다른 의미의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2013.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