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여러분, 집정관들이 대부분 당선되기 전에는 겸손한 공복임을 과시해놓고, 일단 집정관으로 선출되면 당장 오만하고 게으른 자로 표변한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집정관이나 법무관이아 자리에 앉아 있느냐, 않느냐 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고 여러분에 의해 집정관으로 선출된 이상 그 책임을 완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집정관이란 로마 최고의 관직인 동시에 군단의 최고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전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기를 잊어서는 안 되고, 병사 징집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병사는 시민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병사들이 모두 자진해서 병력에 종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게다가 반대파가 있는 가운데에서 일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나와 출신이 다른 분들은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조상들을 가졌고, 무슨 일이든 무조건 찬성해주는 친척들을 가졌고, 수많은 클리엔테스들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후원자들은 그들이 실패하는 경우에도 그들을 지켜줍니다.
반면에 내 경우, 나를 지켜줄 것은 나 자신의 능력과 성실함뿐입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데에는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책무를 다하고 싶어 하는 자에게는, 고생과 위험에 익숙한 자에게는, 위대한 조상의 명성도, 친척이나 클리엔테스들의 세력도 쓸데없는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유구르타를 제압하기 위한 싸움에 여러분을 데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에 대해 귀족들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판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까?
전투에 관한 그들의 지식은 글로 읽거나 남에게서 들은 것입니다. 그러나 내 지식은 내 눈으로 직접보고 직접 전투에 참가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전술에 관해서도 그들은 이론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지만, 나는 야전에서 배운 실무로서 알고 있습니다.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동체에 보다 더 공헌한 사람이 보다 더 고귀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것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고명한 조상들의 초상도 없는 내가 로마 지도층에 들어간 것은 바로 어제 일입니다. 하지만 상속받은 명성을 더럽히기보다는 스스로 명성을 쌓아올리는 편이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들의 지체 높은 혈통을 보여주는 눈부신 조상들의 초상에 대해, 나는 나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수많은 전투의 상처 자국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명성이나 지위는 고생과 위험을 견디면서 나 스스로 획득한 것임을 분명히 말할 것입니다.
나는 그리스어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배워야할 필요성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사나이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것을 배웠습니다. 국가에는 훨씬 도움이 되는 것, 즉 적을 무찌르고,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오명만 아니라면 어떠한 평판도 두려워하지 않고, 더위와 추위와 한뎃잠도 견디고, 고생과 굶주림을 참아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가르칠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총사령관으로서 명령하는 게 아닙니다.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시민 여러분에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병사가 된 여러분은 모든 고난을 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로마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행군할 때에도, 전투에 임해서도, 나는 여러분 곁에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지휘관인 동시에, 여러분과 똑같이 위험을 나누어 갖는 전우로서.
신들의 가호에 힘입어, 승리도 명예도 찬사도 모두 우리 것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로마인 이야기 3권(시오노 나나미,한길사,2004)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집정관 당선연설 中
2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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