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이, 고구부는 어릴적부터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가 남과 매우 달랐다. 여섯살이 되던 어느 날인가는 빈 잔에 오줌을 누는 행위를 하다가 야단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벌을 서면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궁중의 시종들을 시켜 큰 솥을 수백개나 걸어 하루 종일 물을 끓였다. 이는 작지 않은 소동이라, 평소 구부의 행동 대부분을 너그러이 보아 넘기던 황후 정효도 이날만큼은 회초리를 들고 구부의 종아리를 매섭게 때렸다.
"끝까지 반성하지 않을 것이냐?"
"반성할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지난 번 불류수 유역에 범람했던 유례없는 큰 홍수로부터 시작되었다. 수해를 입은 백성을 달래러 행차한 사유를 따랐던 구부는 홍수의 참혹한 피해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스무날에 하루는 비가 내립니다. 물이 하늘에서 땅으로 온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땅에서 하늘로 물이 가지는 않습니다. 땅으로 온 물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고, 그러면 결국 물난리가 납니다. 소자는 땅으로 온 물을 어떻게 없앨지 생각했습니다."
"물을?"
"사람이 물을 마시면 없어집니다. 하지만 물마신 사람은 오줌을 눕니다. 그래서 사흘간 열잔의 물을 마셔보았는데, 똑같이 열잔만큼 오줌을 누었습니다. 결국 땅에 온 물은 마시는 것으로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쯤 듣던 정효는 손에 쥔 회초리를 떨어뜨렸다.
"계속 생각하다가 밥을 지으면 물이 없어지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해서 밥짓는 궁녀를 찾아가 물었더니, 굳이 밥을 짓지 않아도 물은 끓이면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솥을 걸고 물을 끓였느냐? 땅에 온 물을 없애어 물난리를 막으려고?"
"예"
구부의 설운 소리를 끝까지 듣고 정효는 무어라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제 자식의 얼굴을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았다. 고운 마음씀씀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묘한 이야기에 문득 그녀는 당시 홍수를 물리려 조정에서 벌였던 푸닥거리를 떠올렸다.
'하늘님, 하늘님, 앞으로 잘 모실 터이니 부디 이 물난리를 거두어 주십시오.'
홍수나 태풍이나 그런 것들은 그냥 하늘이 내리는 벌이었다. 재산이 쓸려가고 가족이 죽어나면 한바탕 섧게 울고 나서 제 운명이려니, 제 지은 죄의 대가려니 여기고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었다. 홍수가 왜 나는지, 홍수를 어떻게 없앨지를 생각했다니. 다른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을까? 정효는 어찌 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그런 자식을 때린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미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고구려5, 백성의 왕, 김진명, 새움, 2013> 중에서
2025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가?
매년 발생하는 사고를, 동일하게 반복되는 사고를 장마철 물난리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적어도 위험성평가를 통해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대책을 현장에 적용하는 시도라도 해보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 후의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되고.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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