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2_또 다른 고구려의 방법
"사유야. 너는 좋은 왕이란 어떤 왕이라 생각하느냐?"
"병사의 손에 농기구를 쥐어주는 왕이라 생각합니다."
"병사의 손에 농기구라······. 무기 대신 농기구를 쥐어준다? 적이 침략해오면 어찌하겠느냐?"
" 나라면 병사의 손에 농기구를 들리기 전에 적을 남김없이 섬멸할 것이다. 어찌 생각하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소자는 아버님을 따를 용기와 담력이 없사옵니다."
사유(고구려16대 고국원왕)의 목소리에는 자신이 없었으나 분명 반대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을불(고구려15대 미천왕)은 얼굴에 엄한 표정을 걷고 미소를 떠올렸다.
"그래, 그 뜻을 잊지 말거라. 너는 이 아비와는 다른 너의 길을 가거라."
사유는 아는 듯 모르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더 묻겠다."
"예, 아버님."
"만일 두 명의 적 중 하나가 손을 잡고 다른 적을 공격하자면 너는 어찌 하겠느냐?"
"우선 다른 적을 설득하여 싸움을 피해 보겠습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찾아온 적을 설득해 같이 방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방어를? 공격이 아닌 방어를 말이냐?"
"가능하면 군사의 희생을 줄이고 싶습니다."
"그러하지, 아무래도 방어보다는 공격의 희생이 큰 법이지. 그래, 그것이 네 방법이구나."
"예."
"앞으로는 네 방법이 고구려의 방법이다."
<고구려4 사유와 무, 김진명, 새움, 2012>중에서
방어. 이 얼마나 나약한 전술인가? 다른 나라도 아닌 고구려가, 공격이 아닌 방어를 한다는 말을 왕이 했고, 실제 고국원왕은 치세 동안 이를 실천했다. 주변 사람들은 죽더라도 공격하자고 왕의 의견에 반대를 했지만 사유의 이 결심은 확고했고, 자신을 바닥까지 낮추며 실천했다. 그 실천의 결과 백성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상대가 있는 경쟁을 하면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이길 수 있다. 상대도 나를 이기기 위해서 나를 죽이려고 애쓴다. 결국 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판가름 난다. 살아남은 하나는 죽은 하나의 자식들에게 복수라는 이름으로 또 죽는다. 상대를 이기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굴러간다.
둘 다 온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답은 상대가 없는 자신과의 경쟁 뿐이다. 책을 읽어 지식을 채우고, 여행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몸을 움직여 체력을 길러라. 내가 정한 목표와 경쟁하라. 오로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을 채찍질하고, 죽이고 승리하라.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지혜로 채워라. 그렇게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되라.
20241222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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