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DMZ평화의 길

나의 산티아고_DMZ평화의 길_14일차 (21, 22코스)

햇살처럼-이명우 2025. 11. 3. 15:34

나의 산티아고_DMZ평화의 길_14일차 (21, 22코스)

 

9/3(수) 흐린 후 맑음 아침 22도. 낮 33도

 

14일차 : 21코스(12.7km), 22코스(15.3km) 약 28km  누계 : 313.8km

 

21코스(청정아리풍차펜선 3.2km - 구운리 경로당 2.5km - 신대교 6.4km - 화천대교) 12.7km   

22코스(화천대교 3.4km - 미륵바위 3.6km - 화천꺼먹다리 8.3km - 풍산교) 15.3km

 

아침 : 어제 준비해 온 편의점 음식(컵라면에 삼각김밥)

점심 : 윤가네 칼국수에서 비빔밥(화천시내), 편의점에서 군계란, 삼각김밥2 구매

저녁 : 펜션에서 편의점 음식(라면, 햇반, 맥주3, 견과류1) 

숙소 : 콜펜션 60,000원. 전화로 예약ok,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한묵령로 149 (전화 : 010-6326-1265)

 

  아침은 하얀둥지펜션에서 어제 준비해 온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먹고 출발한다. 아침 공기는 정말 상쾌하다. 이런 기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희망하는지 모르겠다. 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도랑에 물소리가 졸졸 나는 것이 무릉도원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걷기에 너무 좋은 아침, 흐린 날씨여서 모자를 쓰지 않아도 문제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옆 배추밭에는 김장용 배추가 속에 알을 채우고 있고, 논에는 곡식들이 색깔을 노랗게 변색시키면서 가을의 수확을 예감케하며 오늘 하루의 평화와 안전을 응원하고 있다. 논의 곡식들 옆에는 넓은 인삼재배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삼은 충남 금산이라고 했는데, 인삼의 재배지가 충주로 올라오더니 북쪽인 이곳 화천까지 인삼 재배지가 올라왔다. 하긴 사과도 양구사과가 알아준다고 하니 대구 사과도 옛말이 되었지. 아마도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환경적 변화일 것이다. 안전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또한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해야 되지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가면 농촌전통 테마마을이 나온다. 엿공장도 있고 산천어 밸리 체험장, 그리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펜션과 캠핑장도 조성되어 있다. 

  길은 구운천을 따라서 이어지는데, 물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구운천은 파포천으로 다시 화천천으로 합류하여  화천읍내를 가로지른다. 화천천은 겨울이 되면 산천어 축제장이 된다. 화천천은 화천읍내를 휘돌아 북한강에 합류된다.  

 

  칠성부대 앞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체력측정을 하는지, 아니면 아침 구보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무리의 젊은 군인들이 운동복을 입고 달려가는 모습이 활기차서 좋다. 나는 길 옆 정자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이들의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20년 넘게 달리기를 해온 나는 이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달려가는 젊은이 각각을 자세히 관찰하듯이 살펴보았다. 이를 악물고 달리는 사람, 고개를 숙이고 달리는 사람,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기분좋게 달리는 사람 등등 표정과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표정과 모양은 모두 달라도, 젊음은 언제나 풋풋하니 좋다. 꾸미지 않고도 있는 모습 그대로 찬란하다. 내 젊은 날의 군대생활이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입가에 미소가 고인다. 지나가는 젊은이 한 명 빠짐없이 모두 정해진 기한까지 무탈하게 군생활 잘 마무리하고 사회로 복귀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파포천을 따라 걷는데 신호가 왔다. 검색해보니 둘레길에는 근처에 화장실이 없다. 화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앞 대로를 건너서 그 옆에 위치한 화천농협에 들어가서 화장실을 빌려썼다. 용무가 급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세상을 다 가지는 기분이다.  화장실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포천을 따라 계속 나아가면 화천천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온통 산천어축제와 관련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천천은 우리나라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장소이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2003년에 시작되어 매년 겨울에 열린다. 올해는 1월11일부터 2월2일까지 열렸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지역축제로 '얼지 않는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2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 화천천이 꽁똥 얼면 그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시로 산천어를 잡을 수 있다. 1인당 3마리로 반출이 제한되지만, 가끔 인심 넉넉한 사람들이 산천어를 많이 낚으면 많이 낚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원형의 수조에 채워진 얼음물에 입수하여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이렇게 잡은 산천어는 축제장에 위치한 회센터에 가지고 가서 회로 먹기도 하고, 야외 구이터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도 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축제가 열리지 않았고, 2025년 제20회 축제에서는 긴 설연휴에 힘입어 역대 최다인 186만명의 방문객이 축제를 찾았다고 한다. CNN이 선정한 세계 겨울의 7대 불가사의라 불릴만하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시간적으로는 내년 1월이면 다시 이곳 화천천은 축제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오래도록 축제가 계속 이어져서 사람들에게 '얼지 않는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많이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21코스 종점인 화천대교에 도착하여 QR코드 찍고 완보 스탬프를 얻었다. 회전교차로 옆에 평화의 길 안내도와 QR코드가 있는데 통로 바닥의 데크설치 공사중이라 접근이 불편했다. 화천읍내에서 좀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하고 읍내로 들어갔다. '커피에 반하다'에 들어가 카라멜마끼야또 한 잔을 주문했다(5,000원).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휴대전화 충전기를 꽂아서 충전을 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다른 손님이 없기에 염치는 없지만 신발도 벗었다. 모처럼 커피향을 음미하며 햇살드는 창가에 앉아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긴다. 이 분위기가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11시가 지나 점심을 먹으려고 나섰다. 유투브로 소개받은 칼국수 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칼국수를 주문했더니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2인분을 나 혼자서 다 먹을수는 없는 노릇이라 1인 메뉴가 가능한 비빔밥으로 주문했다.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를 못먹는다니 기분이 묘하다.

  비빔밥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편의점에서 오후 간식으로 군계란 한개와 삼각김밥 2개를 샀다. 그리고 농협에서 비상금으로 현금을 10만원 인출했다. 화천대교를 건너기 위해 교차로 쪽으로 걸어오는데, 대교 옆에 화천산천어축제의 마스코트인 얼곰이가 선글라스를 끼고 빨간 목도리를 하고 동상처럼 높이 서있었다.  

 

 

 

  22코스를 시작한다. 22코스는 화천대교에서 미륵바위, 화천꺼먹다리를 지나 풍산교까지 약 15.3km 구간이다. 이제부터는 북한강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날은 다시 기온이 올라 뜨겁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 설치된 선착장에는 마지막 여름을 붙잡고 한 쌍의 수상스키어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간다.  

 

 

   미륵바위에 도착해서 정자에 앉아 한참을 쉬어간다. 이 미륵바위의 조성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구전에 의하면 조선시대 후기에 건립된 절터로 추정된다. 화강석으로 제작된 5개의 미륵 중 가장 큰 미륵은 높이 170cm, 둘레 130cm로서 이보다 작은 미륵 1기와 보다 작은 미륵 3기가 나란히 북한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거인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북이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천읍 동촌리에 사는 장모라는 선비가 이 바위에 극진한 정성을 드려 과거에 급제하여 양구현감까지 제수 되었다는 전설과 소금 배를 운반하던 선주들이 안전한 귀향과 함께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며 제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1999년 2월에 제단 및 주차장을 설치하고 조경사업을 펼쳐 지금의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고 한다.

  전** 지회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더운 날씨에 어디쯤 가고 있느냐고. 나의 여정을 염려하려 전화를 하셨다. 너무 고마워서 내일 열리는 DL건설 추락사고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 관련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부터 21코스 종점까지는 계속 북한강을 따라 가는 길이다. 북한강은 남양주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한강으로 서해바다로 흐른다. 

 

  북한강을 따라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이 그야말로 주변 수풀들을 포위하고 있는 듯 만연해 있다. 북미지역이 원산지인 가시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오이와 호박을 접붙일 때 필요한 대목 작물로 도입되었다. 접붙이기는 더 나은 품종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가시박 줄기는 오이와 호박을 병충해에 강하고 빠르게 자라는 상품성 높은 작물로 개량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접붙이기에 실패한 개체들이 야금야금 버려지면서 2000년대에 들어 가시박은 하천이나 습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었고, 2013년에 환경부 고시에 따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  북한강을 따라 엄청나게 넓게 펼쳐져서 자라 강변을 모두 점령하여 토종 식물들을 뒤덮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강변의 식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시박을 보면서 '안전불감증'을 생각했다.

  안전불감증은 '모든 것이 안전할거라고 생각하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정의된다. 좀 더 과학적인 용어로는 위험지각(risk perception)이 낮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안전불감증이 문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불안전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즉 위험하다는 생각이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않게 되어 불안전 행동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작업도 반복하고, 익숙해지고, 본인이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 빨리 작업이 마무리 될수록 위험지각이 낮아지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불안전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을 넘어 사업장 전체 인원의 불안전 행동의 수를 고려한다면 작은 사고들이 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에는 불안전 행동을 줄이기 위해 위험지각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지각을 높이는 방법(안전불감증을 감소시키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위험요인을 기억할 수 있을 때, 사고의 희생자가 주변인일 경우 더 위험한 것으로 지각하고 , 우리가 사고를 완전히 통제할 수없다고 생각할 때,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다고 생각할 때 위험지각을 높일 수 있다.   

 

 

  북한강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걸어간다. 저 멀리 화천수력발전소가 보이고, 한참을 지나 화천 꺼먹다리에 도착했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꺼먹다리는 화천의 근현대사를 목격한 산 증인이며 어느덧 환갑이 넘은 국내 최고의 다리이다. 이 다리는 일제가 남한 최초의 수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지은 다리로, 건립 당시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귀중한 교량사 연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꺼먹다리는 철근콘크리트 주각 위에 각재를 덧댄 가구식 구조로 상판인 나무에 검은색 타르를 칠해 '꺼먹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콜타르를 먹인 목재를 대각선으로 설치하는 공법으로 목재 부식을 최소화 하였으며,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중동부전선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교량이었기 때문에 전투도 치역했던 곳이며, 일제감접기 때에는 소양강과 화천을 모노레일을 이용해 수송물자를 이동하기도 했다. 현재 복원된 꺼먹다리는 2007년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되었고, 재정비되어 차량으로 이동할 수는 없고,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꺼먹다리에서 풍산교까지는 약 8.3km. 풍산교에 도착해서 22코스 완보 인증하고 조금 더 이동한다. 

  풍산2리 마을회관 옆에 우리의 오아시스 성동마트에 도착했다. 우선은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만들어 더위를 식힌다. 이온음료 한 통도 커피먹은 얼음에 부어서 한통을 들이키니 좀 살것 같다. 오늘은 펜션에서 묵어야 하기 때문에 식사거리를 모두 준비해서 가야 한다.  오늘 저녁에 먹을 라면과 햇반, 김치, 맥주 3캔, 견과류 한 통과 내일 아침에 먹을 컵라면 등을 사서(22,100원) 베낭에 넣고 이동한다.

  오늘 저녁에 묵을 콜펜션은 풍산교에서 1.6km를 더 가면 나온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펜션이 만원이다. 오늘 마침 칠성부대 신교대 수료식이 있어 면회온 가족들이 펜션을 찾아 가족단위로 점심을 먹고, 복귀 시간까지 쉬어가는 모양이다. 내가 저녁에 도착할거라 생각했다며, 펜션 사장님이 미안해 하시면서 계곡에서 물놀이라도 하고 오라신다. 저녁 6시 전에는 들어가서 쉴 수 있을거라면서. 

  덕분에 모처럼 늦여름 물놀이 삼매경이다. ​山澗淸且淺 (산간청차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산골의 맑은 물 얕게도 흘러서, 더럽혀진 나의 발 씻을 만하네. 도연명의 시, 귀전원거의 구절이 저절로 읊어진다.

신병들이 모두 복귀하고 나도 펜션으로 들어와서 샤워하고, 오늘 입은 옷을 세탁해서 빨래줄에 널어놓고, 라면에 햇반으로 저녁을 먹는다. 사장님이 김치를 주셔서 맛나게 먹었다. 맥주 두 캔을 후식으로 먹고 일찍 쉰다.

 

 

 

금일 소요비용 : 105,700원 (점심 12,000원 +저녁 22,100원 + 숙소 60,000원+간식 11,600원)

누계 소요비용 : 918,1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