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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화 Anger,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명진출판,2002

햇살처럼-이명우 2010. 5. 31. 16:03

141. 화 Anger,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명진출판, 2002

 

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 틱낫한 -

 

화가 났을 때는 무엇보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는 날감자와 같은 것이다. 감자를 날 것 그대로 먹을 수 없다. 먹기 위해서는 냄비에 넣고 익기를 기다려햐 한다. 화도 마찬가지다. 당장 화가 났다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괴로워하지 말고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화가 났을 때는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가장 주요하다. 그리고 상황을 잘 파악하여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상대방이 내게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내가 무엇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헤아려야 한다.

 

  부처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에게 유용한 도구들을 전해주셨다. 의식적인 호흡, 의식적으로 걷기, 화를 끌어안기, 그와 나의 내면과 대화하기 등, 그러한 도구들을 사용하면 우리는 마음속에서 화가 일어날 때 마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적게 먹을 때 우리는 제대로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양의 절반 만으로도 충분하다. 잘 먹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열다섯번 쯤 차근차근 씹은 뒤 삼켜야한다. 그렇게 천천히 먹으면, 음식이 입안에서 액체가 될 때까지 씹으면, 창자에서 훨씬 더 많이 흡수될 수 있다. 먹는 것 자체가 하나의 깊은 수련이다.

 

어떤 사람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화가 치밀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신의 화를 세심하게 보살펴야한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에서 섣불리 말을 하거나 행동하게 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질 못한다. 자신의 마음속을 돌아보려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 들 뿐이다.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아기가 우는 것은 무엇인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일 것이고, 그래서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한다. 우리는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게게는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긴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기가 이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감정을 추스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도 감자를 익히는 것처럼 충분히 익혀야 한다. 감자를 익히듯이 잘 요리하는 법을 배우면 그 부정정깅 에너지가 이해와 애정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할 것이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맞대응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감추거나 피해서는 안된다. 내가 지금 화가나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나 화났어. 마음이 몹시 아파"

 

  우리는 악한 감정에 맞서 싸워서 그것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믿기가 쉽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수련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안에 쓰레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 비료를 만드는데 쓸 재료가 아무것도 없게 된다. 비료를 갖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안의 꽃을 길러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고난이 필요하다. 고난은 유지체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좋은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여보,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생각한다면, 제발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씨앗들에게 날마다 물을 주지 말아줘. 당신이 그러면 나는 틀림없이 불행해 질거고, 내가 불행해지면 당신도 결국 불행에 빠질거야. 그러니까 제발 내 편협한 마음과 짜증과 절망의 씨앗에 물을 주지 말아줘. 나도 당신의 그 씨앗들에는 물을 주지 않을거라고 약속할께. 나는 당신도 부정적인 씨앗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 그래서 그 씨앗에 물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내가 그러면 당신이 불행해질거고, 나도 따라서 불행해질 테니까. 사랑과 연민과 이해같은, 당신의 긍정적인 씨앗들에게만 물을 주겠다고 맹세할께"

 

  속이 시원하려면 반드시 화해해야 한다.

 

  화난 상황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방의 고통을 보지 못할 때, 우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나 만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상대방은 나의 고통을 즐기고 있다고 믿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우리는 야비하고 사나운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도 깊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나는 그에게 관세음보살이 되어줄 수도 있다. 연민의 정을 베풀어 줄 수도 있고, 얘기를 듣는 동안 내내 그 정이 내 마음속에 살아있게 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최고의 치료사가 되어줄 수 있다.

 

  상대방의 화가 당장 풀어지기를 기대하지 마라.

화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화가 일어나면 다시 가라앉을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상대방의 화가 순전히 그의 그릇된 판단때문에 빚어진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확실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곧장 그걸 증명해주려고 들어서는 안된다. 갈망과 시기 같은 모든 고뇌스러운 감정들이 다 그렇듯이, 화도 시간이 걸려야만 가라앉을 수 있다. 오해에서 화가 빚어졌다는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선풍기의 전원을 끄더라도 선풍기는 한참을 더 돌다가 멈춘다. 화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화가 당장 뚝 꺼지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현실에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화가 서서히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비가 내릴 때 우리는 햇빛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보면 다시 햇빛을 보게 된다. 햇빛이 늘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제서야 새삼 깨닫는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분노와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대화하고, 용서하고 연민의 정을 베풀 능력이 늘 거기에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

  우리에겐 분노와 고통이란 감정만이 있는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 사랑하고 이해하고 연민을 가질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늘 깨달아야 한다. 그러한 사실들을 잊지 않고 있으면, 비가 내릴 때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

 

  " 난 내가 지금 화가 났다는 걸 알아. 내 마음 속에 화가 들끓고 있다는 걸 알아."  화를 자각한다는 것은 그것의 실체를 인정하고 맞이하고 접촉하고 끌어안는 것이다. 맞서 싸우거나 억느르는게 아니다. 자각은 말하자면 우는 아기를 품에 안아서 달래는 어머니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 마음 속의 화는 우리의 아기다. 우리가 보살펴야 할 자식이다. 자각이 있을 때 우리는 안전할 수 있고, 미소지을 수 있다. 부처의 에너지가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6.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