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182. 안도에게 보낸다, 퇴계 이황(정석태옮김), 들녁, 2005

햇살처럼-이명우 2010. 11. 22. 13:53

182. 안도에게 보낸다, 퇴계 이황(정석태옮김), 들녁, 2005

 

퇴계선생이 손자 안도에게 보낸 편지 글

 

비문(碑文) : 죽은 사람의 무덤에 세우는 빗돌에 새기는 글의 일종. 죽은 사람의 가계, 일생사적, 자손등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임. 현재는 구별없이 쓰지만 조선시대까지는 신도비문(神道碑文)과 묘갈문(墓碣文)으로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하였음. 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사람은 그 무덤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신도비(神道碑)를 세우는데, 그 빗돌에 새기는 글을 신도비문 또는 비문이라 하고, 정 3품이하의 벼슬을 지낸 사람은 그 무덤앞에 신도비 보다 키가 작은 묘갈(墓碣)을 세우는데 그 빗돌에 새기는 글을 묘갈문(墓碣文)이라 한다(갈문)

 

동방오현(東方五賢) : 한훤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죽림칠현(竹林七賢) : 중국 진나라 사람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만날 때 나를 치켜세우는 경우나 나를 헐뜯는 경우를 막론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혀를 깨문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거라. 절대로 말하지도 다투지도 말고, 조심조심 처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네가 조정의 관리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우쭐댄다고 한다는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고 질투하는 일이다. 부디 잘 알어서 경계하라.

 

  듣자하니 젖을 먹일 여종 학덕이가 태어난지 서너달 된 자기 아이를 버리고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더구나. 이는 그녀 아이를 죽이는 것고 다름이 없다. <근사록(近思錄)>에서는 이러한 일을 두고 말하기를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의 자식을 살리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고 하였다.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이와 같으니 어쩌면 좋으냐? 서울집에도 반드시 젖을 먹일 여종이 있을 것이니 대여섯달 동안 함께 키우게 하다가 8~9월이 되기를 기다려 올려보낸다면, 이 여종의 아이도 죽을 먹여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두 아이를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니, 매우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꼭 지금 서울로 올려 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서 두 아이를 함께 키우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자기 아이를 버려두고 가게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노릇이니, 너무 잘못된 일이다. 비 때문에 너를 만나 의논할 수 없어서 미리 알리는 것이니, 재고하도록 하여라.   - 경오년 4월5일 도산에서 할아버지 -

 

이황(1501~1570)

몽재 이안도(1541~84)

 

  퇴계가 안도에게 편지를 처음 보낸 것은 그의 나이 55세 안도 15세 때의 일이다. 퇴계는 안도가 당시로는 성년이 되는 나이인 15세 때 처음 편지를 보낸 이후로 서거하던 70세, 곧 안도 30세 까지 16년 동안 줄곧 편지를 보냈다. 현재 전하는 편지는 모두 125통이다.

  비록 할아버지와 손자간이기는 하지만, 교육적인 내용이 중심이 된 편지를 16년 이라는 기나긴 기간동안 끊이지 않고 빈번하게 주고받으려면, 보내는 쪽에서나 받는 쪽에서나 모도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도 이처럼, 전화보다는 글로 쓴 편지로 대화하는 여유가 그립다.

 

 

2006. 12. 27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