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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길없는 길1, 최인호, 샘터, 2002

햇살처럼-이명우 2012. 11. 13. 17:29

322. 길없는 길1, 최인호, 샘터, 2002

매일 같이 출근하던 학교와 발길을 끊어버리자 견딜 수 없는 불안과 고독이 다가왔다. 이것으로 영원히 학교와는 인연이 없어져 영영 캠퍼스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 엄청나게 남아돌아가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막연함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버림받았다는 쓸쓸함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혔던 것은 젊고 발랄한 학생들을 만날 수 없는 슬픔이었다.
내 이름은 강빈, 영문과 교수,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학교로부터 휴직 통보를 받았다.

거문고를 만든 고구려 왕산악, 가야금을 만든 신라의 우륵과 더불어 3대 악성이라 불리던 박연(1378~1458)은 특히 대금을 잘 불었다. 그는 왕명을 받아 악사樂事로 있었는데 조정에서이 조회 때 사용하던 향악을 없애고 아악으로 대신 사용케하여 궁중음악을 전반적으로 개혁하였었다.

의친왕은 연회의 풍악소리에 자신의 말소리가 작아져서 행여 못들었는가 생각되어 만공스님께 물었다.
"스님도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
" 옛적 명종대왕때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3백여년 전의 일입니다. 진묵대사라는 도승이 한 분 계셨습니다. 대사는 일찍부터 술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고집이 잇었던 바, 술을 곡자穀茶라 하면 마시고, 술이라 하면 절대로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어떤 중이 잔치를 베풀기 위해 술을 거르는데 술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 사람들을 얼큰하게 취하게 하였습니다. 대사께서 석장錫杖을 짚고 가서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거르느냐'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중이 '술을 거릅니다' 하였습니다. 대사는 묵묵히 돌아왔습니다. 얼마후 대사는 다시 가서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거르고 있느냐'하고 물으니 까닭을 모르는 중은 앞서 말한대로 '술을 거릅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진묵대사는 무료히 않아 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술향기에 참을 수 없어 삼세번째 찾아가 또 물었더니 그 중은 끝까지 곡차를 거른다 말하지 않고 술을 거른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날 밤 금강역사金剛力士가 철퇴로써 술거르던 중의 머리통을 내리쳤습니다."

" 부처님은 살생을 경계하였는데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고기를 먹습니까?"

" 한 번은 진묵대사께서 길을 가다가 여러사람들이 천렵을 하여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끓이는 것을 보시었소. 대사께서는 끓는 솥 안을 들여다보고 탄식하여 말씀하셨소. '발랄한 물고기가 아무런 죄도 없이 가마솥 안에서 삶겨죽는 괴로움을 당하는구나' 이에 한 사람이 희롱하여 말하였소. '선사께오서는 이 고깃국을 드시겠습니까" 그러자 대사가 '나야 잘 먹지'하고 대답하였소. 그러자 사람들은 '그러하면 저 고기들을 다 드십시요' 하고 말하였소. 그러자 대사는 솥째 들어 입에 대고 순식간에 남김없이 다 마셔버렸소. 이에 사람들은 '부처님은 살생을 경계하셨는데 이제 고깃국을 마셨으니 어찌 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죠. 대사가 말씀하시기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지만 살리는 길은 내게 있다'하고는 옷을 벗고 물에 등을 돌려 똥을 누었지. 그러자 죽었던 물고기들이 살아서 쏟아져 나오는데 번쩍번쩍 비늘이 빛나고 어지러이 물 속을 뛰어 놀았소. 대사께오서는 돌아보고 물고기에게 이르기를 '발랄한 물고기들은 이제부터 멀리 강해江海로 가서 놀되 미끼를 탐하다가 다시는 가마솥에 삶겨 죽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씀하셨소."

만공은 천천히 일어나 승복을 벗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보자니 그대로 내버려두면 바지를 벗고 그가 말한데로 진묵대사의 고사대로 술상위에 올라가 그 자리에서 똥을 누기 시작할 판이라 의친왕은 화제를 돌렸다.

"스님께서는 좀 전에 기생의 손을 어루만지고 저고리 섶사이로 손을 넣어 계집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젖가슴을 어루만지셨거늘 이 또한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사음不邪淫의 오계를 범하셨소. 부처께서 뱀의 아가리에 너의 근根을 집어넣을지언정 계집의 구멍속에는 집어넣지 말라'고 말씀하셨거늘 스님께서는 어찌 여인이 가슴을 어루만지고 색을 가까이 하셨습니까?"

"옛 중국에 탄산坦山이란 선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하루는 도반인 선승과 여행을 하던 중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리 깊지는 않아 무릎까지 오는 냇물이라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너게 되었는데 강 중류쯤 갔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처녀가 치마가 젖어 넘어지게 된 것이지요. 이에 탄산坦山이 곧 처녀의 곁으로 가서 덮석 등에 업고 냇가를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건너편 냇가에 내려놓고는 '자,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처녀는 부끄러움에 황황히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는데 그 이후로도 한참을 걸어가 뒤끝에 선승이 불쑥 탄산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어째서 청정한 계율을 깨뜨렸는가. 비구는 마땅히 색을 멀리하고 사음을 경계해야 하거는 여인을 등에 업고 냇가를건너다니' 그러자 탄산은 무심히 대답해습니다. '아, 그 처녀말인가. 나는 벌써 등에서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이 먼길을 걸어오도록 그 처녀를 아직 껏 업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마마께오서는 아직도 긴의 손을 잡고 옷섶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어루만져 희롱하고 계십니까? 소승은 기녀의 손을 놓은지 오래입니다."

 

만공월면 滿空月面

경허성우鏡虛惺牛

 

종을 울려 중생의 번뇌를 깨뜨리고, 북을 울려 짐승들의 어리석음도 깨우치며, 목어木魚를 두드려 물속의 고기들을 일깨우며, 운판雲版을 두드려 하늘을 나는 새들의 괴로움과 고통을 어루만지며 일깨우는 예불

 

탁발승 - 시주하는 곡식이나 금전을 받아가는

행각승 - 먼길을 떠나는

 

근기 : 뭇 중생들이 본디 가지고 있어 교법을 위하여 격발되는 마음의 작용을 말하는 불교용어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 논어論語 학이學而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걱정하라'

 

'이 뗏목으로 인해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너왔다. 다른 사람들도 이 뗏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에 띄워놓고 이제 내 길을 가자.'

 

장자 - 得魚忘筌득어망전

 

"얘 춘향아. 우리 한번 업고 놀자.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찌 업고 논단 말이오, 건넌방 어머니가 알면 어떻게 하실려고 그러시오. 너의 어머니는 소싯적 이보다 훨씬 더 했다고 허더라.잔말말고 업고놀자."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부처님이 어떤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동안 있느냐?"

"며칠 사이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실망하여 말했다.

"너는 아직 도道를 이루지 못하였다."

 

다른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동안 있느냐?"

"밥먹는 사이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말했다.

"너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였다."

 

또 다른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동안에 있느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호흡사이에 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마침내 말하였다.

"그렇다. 生과 死는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 너야말로 도를 이루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은 며칠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밥먹는 사이에 있음도 아니다. 우리의 삶은 숨을 들이마실 때 있고, 우리의 죽음은 숨을 내쉴 때 있다. 우리는 숨을 들이마실 때 살고, 숨을 내쉴 때 죽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쉴새없이 눈을 깜빡이고 있는 것처럼. 눈을 감을 때 우리는 장님이 된다. 그러나 뜰 때 우리는 빛을 본다. 그 장님과 봄視의 찰나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면서도 우리는 그냥 '보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삶과 죽음의 문턱을 하루에도 수만번씩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2012. 11. 23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