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존. 그 새로운 시작~

햇살처럼-이명우 2018. 3. 23. 11:38

아침 출근길. 동인천 가는 급행열차 타고 신도림역에 내렸다. 4번 출구 계단을 올라와서 출구로 천천히 들어간다. 

이제 이 길도 당분간 오지 않을 마지막 길이다.

월요일에 자동차를 타고 사무실로 와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가지고, 11시에 임명장을 받고 강원도로 떠나야 한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테크노마트의 높은 위용이 보이고, 좌측에 아파트 지붕들도 하늘과 닿아 있다. 

신도림역 공원의 나무들도 어느새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고 있다. 그 중에서 수양버들은 이미 파란색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해는 높이 떠올라 아파트 지붕 위에 걸렸고, 그 위에 구름들은 유유히 흘러간다. 테크노마트 옆 디큐브 건물의 원통형 모양도 하늘 끝에 닿아 있다. 

천천이 여유롭게 테크노마트 뒷길 산책로로 걸어간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이미 내 마음의 계절은 봄이다. 

강원지회장으로 명령이 났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임명장을 받고 부임지로 이동하게 된다. 

신임 기관장으로서 의욕과 정열은 넘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자.

산업재해 예방과 원가관리 두 가지만 꼭 챙기자. 그리고 지역의 현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반드시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현상 속에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직원들과 소통도 중요한 몫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자. 

처음 소대장 부임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 기분을 기억해내고 되살려내서 초심으로 초심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 

테크노마트 뒤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침을 시작하는 활기가 느껴진다. 

전화기를 잡은 손이 차갑게 느껴지는 걸 보니 아직 햇살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 햇살의 온기는 대지를 녹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햇살에 대지가 녹아 내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성 아파트 옆길 도로를 걷는다. 작은 사이 길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군자행 대로'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굳이 도로 옆의 큰 길을 선택해서 걸어간다.

이렇게 걸어온 날이 이십년이 넘었다.  

다른 동료들이 기관장 발령을 받고 갈 때마다, 나도 기관장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막상 발령을 받고 나니 감회가 색다르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우성 아파트 사잇길 도로로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겨울에 떨어졌던 은행과 은행잎은 자취를 감추었고, 가로수에는 곧 봄이 오려는 듯 물오른 생기가 느껴진다. 우성 아파트옆 우성타운 빌라 뒤뜰에는 풀들이 파랗게 새싹이 머리를 내밀고, 겨우내 말랐던 풀들은 누렇게 공존하고 있다.

  공존. 함께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다.

  새로운 곳에 가서 나도 그들과 공존해야지.


2018. 3.2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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