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3 죽은 농부와 소 그리고, 리더십
김진명의 역사소설 "고구려5권"에는 "죽은 농부와 소" 이야기가 나온다. 나중에 소수림왕이 되는 구부는 제왕의 도리와 통치의 이념을 찾기 위해 당대의 군웅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답을 청한다. 농부는 군주에, 소를 신하에 비유해서 군주와 신하는 어떤 관계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죽은 농부와 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소는 이미 시체가 된 지 오래인 제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더군요. 굶어 죽을까 걱정하여 몇 번 쫒았으나 그 미물은 결코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아는지요?"
백제의 근초고왕(부여구)의 답변
"농부는 풍작을 하리란 꿈과 의지가 있었고,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살아 있기만 하던 소는 그 꿈과 의지를 농부에게 부여받은 것이다. 소는 농부가 그 꿈과 의지를 향해 달려가는 내내 그와 함께 했을 것이며, 마침내 달성하였을 때에 함께 즐거움을 누렸을 것이다. 풍작의 결과물은 소에게도 일정량 돌아갔을 것이며, 그 때 소는 마치 제 꿈이 이루어진 양 행복했을 것이다. 이제 농부가 죽었으니 소는 꿈도 의지도 잃었다. 그런 까닭에 갈 곳 또한 잃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기억만 되새기는 것이다."
연나라(선비족) 왕 모용황의 답변
"채찍이다. 소는 주인의 채찍을 맞는 것이 두려워 주인이 시키는대로 평생동안 일만 한다. 왼쪽으로 가야 할 때에는 왼쪽으로 갈 때까지 채찍을 맞고, 오른쪽으로 가야 할 때에는 오른쪽으로 갈 때까지 채찍을 맞는다. 일어나는 것도, 눕는 것도, 먹는 것도 모두가 채찍을 맞기에 할 수 있다. 이제 주인이 죽었으니 소에게 채찍을 때려줄 사람이 없지 않으냐. 죽은 주인의 곁을 떠나 먹을 것을 찾으라고 채찍을 때려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조나라 왕 석호의 답변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많고 많은 인연 중 평생을 섬기는 주인으로 만난 인연이란 단연 으뜸일 터. 그 무거운 인연을 어찌 끊고 떠나겠는가. 아마도 소는 다음 생애에 있을 인연을 위하여 제 의리를 지켰으리라. 누가 소에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 것이니 참으로 석가의 덕이 깊다 할 만하다."
고구려 태왕인 구부의 아버지 고국원왕(사유)의 답변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아비는 그 농부가 밉구나. 제가 죽을 것을 알았다면 소를 어디에라도 보냈어야 하지 않겠느냐. 농부가 제 생각만 하였으니 소가 그리 굶는 것이 아니겠느냐."
고구려 적리성 일반 농부의 답변
"밭을 갈아줄 농부가 죽었잖습니까. 소는 밭을 갈아야 먹을 것이 생기는 법인데 농부가 죽었으니 누가 함께 밭을 갈아줍니까. 제 밭을 갈도록 씨를 뿌려줄 농부가, 수확하여 여물을 먹여줄 농부가 죽었으니 어쩌겠습니까. 밭을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소에게는, 소에게는 농부가 제 일꾼이었단 말이냐?"
"물론입죠. 인간이야 소가 일꾼이라 생각하겠지만, 어디 소도 그리 생각하겠습니까?"
나는 이 이야기를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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