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주차전쟁(퍼온글)

햇살처럼-이명우 2009. 12. 3. 11:56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주차전쟁은 매우 치열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주택가 치고는 비교적 주차 공간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늦게 돌아올 때면
여지없이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집 근처만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아니다.
때문에 대리운전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집 근처까지야 대리기사가 운전을 해주겠지만 빈자리를 찾아
골목을 뱅글뱅글 돌아줄 대리기사는 없기 때문이다. 
골목에는 가끔 의자나 합판 구조물, 화분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두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사는 골목에도 딱 한 집이 그렇다.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이다.  따지고 보면 그깟 버려진 의자 하
나 갖다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모두들 그렇게 행동한다면 자신의 땅도 아닌 골목
에 온통 ‘주차금지’ 표시가 난립할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매우 이기적인 그 구조물을 볼 때마다 불쾌하다.
하지만 이 골목에서 4년 째 살고 있지만 그 집만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집 앞에 그런 구조물을
갖다놓지 않는다는 것이 더 기쁘고 뿌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질서와 공공의 배려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골목 담벼락에 붙은 재미있는 메모를 발견했다.
‘나 이 집에 사는 사람인데 여기다 차 좀 한 번 대보자’ 하소연 같기도 하고 경고 같기도 한 메모였다.
강조된 “나”도 웃기고 ‘차 좀’이 얼핏 ‘차 놈’으로 읽히는 손글씨도 재미있다.  더욱 웃긴 것은 종이 옆에
낙서처럼 적힌 ‘바보’라는 글씨다. 메모와 별도로 예전부터 있던 낙서인지,  아니면 메모를 보고 누군가
적어놓은 낙서인지는 모르지만 절묘하다.  하지만 애교스런 이 메모도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얼마 후부터 이 집 앞에도 플라스틱 말통이 놓이기 시작했다.
골목이 2% 더 삭막해진 느낌이다.

 

 
 
2009.12.03 | 좋은 아침 좋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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