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예언자(The Prophet)-삶과 사랑을 노래하다. 칼릴 지브란, 현암사,2003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의 예언자(The prophet)는, 아일랜드 시인 조지 러셀에 의하면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쓴 시집 「기탄잘리」이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 동양최고의 걸작이라고 합니다. 더러는 그것을 단테의 「신곡」이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비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현대의 성서라고도 격찬합니다.
예언자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선택받은 자'라는 뜻의 '알무스타파'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오팔리즈 성'에 나그네로 들어와 12년을 살았는데, 어느날 성 밖 언덕에 올라갔다가 멀리 안개 속에서 드디어 자기를 고향 섬으로 데려갈 배가 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뻤지만 그 동안 살면서 애환이 서린 도성을 떠난다는 것이 슬픈 일이기도 했습니다. 마침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그에게 달려와 떠나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그 때 여자 예언자 '알미트라'가 나타나 떠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떠나기 전에 태어남과 죽음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하여 진리의 말씀을 남기고 가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부탁에 따라 알무스타파가 도성의 사람들 앞에서 사랑, 결혼, 자녀 등으로 시작해서 종교,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인생사 전과정에서 겪게되는 26가지 근본문제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그의 생각을 전해주는 형식입니다.
노자가 세상을 등지고 서쪽으로 가다가 함곡관이라는 재를 넘게되었을 때 이 고개를 지키던 윤희라는 사람이 만류하다가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가더라도 후세대를 위해 글이나 좀 남기고 가시라 간청했는데, 이에따라 남긴 글이 바로 노자의 「도덕경」5,000자라는 이야기를 연상케하는 대목입니다. - 옮긴이 오강남 -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레바논 출신으로 보스톤에서 유학하고 1922년 9월에 예언자를 출판했다. 10년 연상의 애인이자 친구인 매리 해스캘의 많은 도움으로 전시회, 파리유학을 한다. 파리유학 때 지브란은 신비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로댕이 소개해주므로서 지브란의 시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언자」에 나오는 내용을 두고 예언자는 바로 지브란 자신이며, 오팔리즈성은 지브란이 12년간 살았던 뉴욕이고, 그에게 말을 남기고 가라고 청했던 여자 예언자 알미트라는 매리 헤스켈, 그가 돌아가려던 고향섬은 레바논을 의미한다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에 대하여
......
사랑은 그 자신을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줄 수 없고, 그 자신에게서가 아니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사랑은 소유하지도 않고 또 소유되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에 대하여
......
서로 마음을 주십시오. 그러나 그 마음을 붙들어 놓지는 마십시오. 저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여러분의 마음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서십시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지는 마십시오. 성전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고, 참나무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녀에 대하여
......
여러분이 그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여러분처럼 되게하려고 애쓰지는 마십시오. 삶은 거꾸로 가거나 어제에 머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가 살아있는 화살처럼 날아가게하는 활입니다. 활 쏘시는 분이 무한을 향해 뻗은 길 위에서 과녁을 겨누시고, 그의 화살들이 빨리 그리고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의 활줄을 당겨 구부리십니다. 여러분은 활 쏘시는 분의 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구부러지십시오. 그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것처럼, 흔들림 없는 활 또한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
진실로 여러분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 걸려있는 저울입니다. 비어있을 때만 고요와 평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물을 지키는 자가 그의 금과 은을 달기위해 여러분을 들어올릴 때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은 오르락내리락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아를 아는 것에 대하여
......
"나는 진리를 터득했다"하지말고, "나는 한가지 진리를 알게 되었다" 하십시오. "나는 영혼이 가야 할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 하지말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는 한 영혼을 만났다" 하십시오. 영혼은 모든 길로 다 갈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혼은 외줄을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갈대처럼 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영혼은 스스로 피어납니다. 무수한 꽃잎을 가진 연꽃처럼.
아름다움에 대하여
......
오팔리즈에 사시는 여러분, 아름다움은 생명이 그 거룩한 얼굴에서 너울을 벗을 때의 그 생명입니다.바로 여러분이 그 생명이요 그 너울입니다. 아름다움은 거울에서 스스로를 응시하는 영원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 영원이요 그 거울입니다.
2006. 11. 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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