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군, 도쿠가와 가문은 자신의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해 3천만이나 되는 사람을 신분계급으로 옭아매고, 제도와 법률로 이에야스시대의 것을 그대로 유지해왔어. 그것만으로도 일본의 적이라고 할 수 있네."
"적?"
도로로는 처음 듣는 논리였다.
"그래 적이야. 가령, 적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낡은 제도와 관료로는 오늘날의 일본을 짊어질 수 없어.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일본인에 맞는 제도와 법률을 가진 나라로 만들지 않으면 안돼. 도도군, 자네는 일본인이지 도쿠가와의 종이 아니야. 그런데도 일본인을 적으로 돌려 그들을 죽이는데 혈안이 돼 있을텐가?"
도도는 충격을 받았다.
그날 밤에는 한 마디도 않고 데라다야를 떠났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소란 떨지말고 얌전히들 있어라. 지금 우리는 정치활동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베의 해군학교는 아직 알에 지나지 않아. 앞으로 천하를 삼킬 뱀이 될지도 모르나 지금은 알이다. 눈도 입도 없는 알이 어떡헤 떠들 수 있겠는가. 그리고 떠들어봤자 세살난 아이의 손가락만 닿아도 깨질 처지다."
무사란 이상한 존재다 . 그들의 자율과 미의식은 이런 상황에서 늠름하게 생기를 띠게 되는 모양이다. 필자는 생각한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프랑스혁명이나 이탈리아혁명, 그리고 러시아혁명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도쿠가와 바쿠후 3백년에 걸친 최대의 문화재라 할 수 있는 '무사'가 담당한 혁명이라는 점이다.
무사의 허영은 그 최후에 있다. 할복이 그 것이다.
"나는 서두르지 않아. 바쿠후가 아무리 발악을 한다해도 언젠가는 쓰러질거야. 종기도 곪지 않으면 째기가 어려워"
"놈들은 기가 죽은 모양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료마가 말했다.
"그런 경우에 좋지 않는 것은 기와기가 부딪치는 일이야. 쌍방이 서로 싸우겠다고 기를 쓰다보면 모르는 사이에 맞붙게 되지"
"그럼 도망치면 어떻게 되죠?"
"마찬가지야. 싸우는 것과 도망치는 것은 적극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기라는 점에서는 같아. 그럴 경우에는 그 쪽에서 무턱대고 쫒아오게되지. 인간의 움직임이나 활동의 8할은 그런 기의 발작으로 일어나는거야. 아까같은 경우는 상대의 기를 뽑아버리는 수 밖에 없어"
'그렇다면 인간은 생사따위를 생각해서는 안되는구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 인간은 그것을 하늘에 맡기고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하기만 하면 된다.
교우는 '맑은 물과 같이'
사랑의 마음은 수렁이다. 애정의 수렁에 빠져 정신과 행동의 자유를 잃고 싶지는 않다.
2008.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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