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적에는 나이가 스물이 넘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스물이 되고 보니 적어도 서른은 되어야 어른이 될 것 같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서른을 넘고 보니 이제는 마흔은 되어야 어른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이를 먹어도 이십 대까지는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하는 것이고, 사십 대까지는 늙는 것이 아니라 성숙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50대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늙어 가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제 늙어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늙는 것도 외길이 아니라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인이 되는 길과 어른이 되는 길입니다. 노인과 어른은 절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이 들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어른이란 이런 뜻입니다. 사람이나 지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릴 때, 그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 그리고 사람이나 지역이 나아갈 길을 몰라 헤맬 때, 그 길을 명징하게 가리킬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른은 권력의 방향추가 한 쪽으로 기운다고 해서 그쪽으로 같이 휩쓸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 길을 가라고, 그 길이 바로 이 길이라고, 방향을 제시하고 외부에서 부는 바람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 혼자 살기도 힘든 사람이지만,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깊어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늘 삶의 거울이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노인과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노인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노인이 될 수 있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부단히 자신을 가꾸고 다듬어야 겨우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요즘은 젊은이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누군가를 존경하고 싶어도 존경할만한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에 어른이 없다고 습관처럼 말들을 합니다.
201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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