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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열국지 8 대성공자, 풍몽룡, 김구용옮김, 솔, 2001

햇살처럼-이명우 2016. 4. 28. 20:46

506. 열국지 8 대성공자, 풍몽룡, 김구용옮김, 솔, 2001

안전교육이 지루하다고?

금도와 제3걸
제 경공때 노소공이 친교차 제나라에 왔다. 이에 제경공은 잔치를 벌여 노소공을 대접하는데 계단 아래엔 제3걸이라는 전개강, 고야자, 공손첩 세 사람이 칼을 차고 오만스레 늘어서 있었다. 이 때 제나라에서는 양구거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제경공의 비위를 잘 맞추어 총애를 받고, 밖으로 자칭 삼걸이라는 전개강과 손을 잡고 세력을 펴고 있어, 정승 안영은 그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안영은 그들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공연히 말했다가 제경공이 들어주지 않으면 도리어 전개강과 세사람과 원수만 사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나라 임금이 얼큰히 취했을 때였다. 안영이 아뢴다.
"바야흐로 후원에 금도가 익었을 것입니다. 두 임금께선 그걸 맛보시고 상수上壽 하십시오."
제경공이 노소공에게 설명한다.
"그 금도는 선공先公때에 동해 사람이 큰 씨를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이 것은 만수금도萬壽金桃라는 복숭아씨로 해외의 산 속에서 구했습니다.' 하고 진상한 것입니다. 그 후로 30년이 지났건만 그 동안 가지와 잎은 비록 무성하고 해마다 꽃은 피었지만 한 번도 열매를 맺지 않았지요. 그러던 것이 금년에야 열매가 몇 개 달렸습니다그려. 그래 과인은 그걸 몹시 아끼는 생각에 후원 문을 봉쇄했지요. 이제 군후께서 이렇듯 왕림하셨으니 과인이 감히 혼자 먹을 수 없는지라 특별히 군후와 함께 처음으로 맛보고자 합니다."
이윽고 안영이 정원관리를 데리고 돌아와 조반에 금도 여섯개를 놓아서 바쳤다.
그 복숭아 크기는 주발만하고 빛은 숯불같고, 향기가 코를 찔렀다. 제경공이 묻는다.
"그래 겨우 여섯개 뿐인가?" 안영이 대답한다.
"서너개 더 있었으나 아직 덜 익어서 익은 걸로 여섯 개만 따왔습니다." 이어 안영은 노소공에게 술을 한 잔 따르고 두 임금에게 금도 한 개씩을 바쳤다. 노소공이 한잔하고 금도를 한 개 먹고, 제경공도 한잔하고 금도를 한 개 먹었다. 제경공이 노나라 숙손착에게도 한 개를 권하니 숙손대부는 안영의 공이 더 큰데 자기만 먹을 수 없다한다. 이에 제경공이 숙돈대부와 안영에게 하나씩 권하여 두 사람은 받아먹고 인사했다. 안영이 아뢴다.
"아직 금도가 두 개 남았으니 상감께선 공로가 많은 신하에게 하사하시어 표창하십시오"
제경공이 분부한다. " 모든 신하에게 영을 내려 공로 많은 자가 스스로 자기 공적을 아뢰게 하라. 그리고 안영이 그 공로를 평가하고 복숭아를 주도록 하오."
이에 공손첩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난 날 주공께서는 동산桐山 땅에서 사냥할 때 신이 맹호를 때려 눕혔으니 그 공로가 어떠합니까?"
안영이 공로를 평해 "하늘을 떠받들다시피 어가御駕를 보호했으니 그 공로가 크고 크도다." 하고 공손첩에게 금도를 줬다.
이번에는 고야자가 분연히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범을 죽인 것은 별로 기이할 것이 없습니다. 신이 지난 날 황하에서 천년 묵은 자라를 참하여 상감을 보호했으니 그 공로는 어떠합니까?"
이번에는 제경공이 대답한다.
"그 때 파도가 매우 흉악했다. 장군이 그 요사스런 자라를 참하지 않았던들 내 어찌 목숨을 부지하였으리오. 그대의 공은 세상에 보기 드문 바라. 어찌 금도를 먹지 않을 수 있으리오."
안영은 황망히 고야자에게 술과 복숭아를 줬다.
이제 전개강이 옷자락을 걷어 붙이고 성큼 걸어와 아뢴다. "신은 일찌기 상감의 명을 받들어 서徐나라를 치고 그 대장을 잡아죽이고 적군 500명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서나라 임금은 겁을 먹고 뇌물을 바치고 화평을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담, 거 두나라도 겁을 먹고, 일시에 다 모여서 상감을 맹주로 모셨습니다. 신의 공로가 이만하니 가히 금도를 먹을 수 있겠지요?"
안영이 아뢴다. "전개강의 공적은 공손첩과 고야자 두 장수보다도 열 배나 더 큽니다. 그런데 이제 복숭아가 없으니 어찌하오리까? 술이나 한 잔 하시고 복숭아는 내년에 하사하도록 하십시오."
제경공이 전개강에게 말한다.
"경의 공이 가장 크건만 가히 아깝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복숭아가 없으니 공로를 표창할 수 없구나.!"
전개강이 칼자루를 잡고서, "자라나 범을 죽인 것은 실로 작은 일입니다. 나는 천리 먼 곳까지 가서 피를 뿌리고 싸워 큰 공을 세웠건만, 도리어 복숭아를 받지 못했습니다. 내 이제 무슨 면목으로 조정에 서리요." 하고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공손첩이 깜짝 놀라면서 "우리는 보잘 것 없는 공을 세우고 복숭아를 먹었는데, 전개강은 큰 공로를 세웠건만 먹지 못했다. 내가 그 복숭아를 사양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몰염치한 일이었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따라 죽지 못한다면 이는 용기 없다는 증거다." 역시 칼로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고야자가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외친다. "우리 세 사람은 일찍이 결의형제를 맺고 생사를 함께하기로 맹세했다. 두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 내 어찌 혼자서 이 세상을 살리오." 역시 칼로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제경공이 사람을 시켜서 말렸으나 이미 늦었다.

노소공이 자리를 일어서며 말한다.

"과인이 듣건대 제나라 삼걸은 천하에 보기드문 용사라던데 일시에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아깝소이다......" "......" 제경공은 묵연默然할 뿐 매우 언짠은 기색이었다.

안영 조용히 나아가 아뢴다.

"그 들은 그저 용기가 있었을 뿐입니다. 약간의 공로가 있었으나, 족히 화제에 올릴만 한 인물들이 못됩니다."

"그럼, 귀국엔 이런 용기윘는 장수가 몇이나 되오?"

"묘당 깊이 앉아 정책을 세워서 국위를 만리 밖에 떨치게 하는 장상將相급만 수십 명이 있습니다. 저런 혈기방장한 용사따위는 우리 상감께서 매질이나해서 부리는 축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저들의 죽음이 우리 제나라에 무슨 영향이 있겠습니까?"

그제야 제경공은 아무렇게 않은 듯 표정을 고쳤다.


노소공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제경공이 안영에게 묻는다.

"그대는 잔치자리에서 호언장담으로 우리나라 체면을 세웠으나 이제 삼걸이 죽고 없으니 장차 누가 그 뒤를 이을고? 걱정이로다" 안영이 대답한다.

"신이 한 사람을 천거하겠습니다. 그 사람이면 족히 세 사람 보다 월등하리이다." 

"그가 누군가?"

"전양저田穰苴 란 사람인데 그의 문장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으며, 그의 무력은 적을 위압할 수 있습니다."


"성이 전가라면 전개강과 일족이 아닌가?"

"그 사람이 비록 성은 전가지만 신분이 서출로서 미천하기 때문에 전씨들은 그를 대단히 여기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렇듯 훌륭한 인물이라면 그대는 왜 일찍이 나에게 천거하지 않았는가?"

"훌륭한 인물은 자기가 섬길 임금을 선택할 뿐 아니라, 그 친구도 선택한 연후에 벼슬길에 오릅니다. 전양저 같은 훌륭한 인물이 어찌 전개강이나 고야자 따위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벼슬을 살 리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경공은 결정을 못하다가 수일 후 변방관리로부터 급한 보고를 받았다.

"진晉나라에서 우리나라 3걸이 하루 아침에 다 죽었다는 걸 알고 군사를 일으켜 지금 국경을 침범해 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나라도 이를 기회로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를 듣고 전양저를 초빙해 오도록 지시했다. 

마침내 전양저는 입조하여 제경공과 여러가지를 대화했다. 제경공은 즉시 전양저를 대장으로 삼고 병거 500승을 내주고 북쪽 연나라와 진晉나라의 군사를 물리치도록 분부했다. 전양저가 청한다.

"신은 원래 비천한 신분으로 다행히 상감을 모시게 되었습니다만, 갑자기 일국의 병권을 맡았기 때문에 장차 신의 명령에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니 바라건대 평소 상감께서 총애하시는 신하로써, 동시에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 하나를 골라 전군全軍을 감독하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만 신의 명령이 잘 시행될 것입니다." 제경공은 총애하는 신하인 대부 장가將賈를 불러 모든 군대를 감독하게 했다. 전양저와 장가는 제경공에게 사은하고 궁을 나오다가 장가가 묻는다. 

"군사가 출발할 날은 언제인지요?" 양저가 대답한다.

"내일 오시午時(12시)에 출발합니다. 군문에서 기다리겠으니 대감께서는 나와 함께 떠나셔야 합니다. 시각을 어기지 마십시오." 전양저는 장가와 약속하고 부중府中으로 돌아갔다. 이튿날이었다. 오시가 되기 전에 전양저는 이미 군중에 이르렀다. 전양저가 군리軍吏를 불러, 

"뜰에 장대를 세우고 시간이 틀리지 않도록 그림자를 재어라. 장가는 어찌하여 아직 안오셨느냐? 속히 사람을 보내어 곧 오시라고 하여라."

윈래 연소年少한 장가는 천성이 교만했다. 그는 제경공의 총애만 믿고 전양저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전 군대를 감독할 권리를 받았기 때문에 세도가 부쩍 늘어난 셈이었다.

  이 날 그의 친척과 평소부터 접촉이 많던 손님들은 장가의 출정을 전송하기 위해서 큰 잔치를 열었다. 그래서 장가는 흔쾌히 술을 마시며 즐겼다. 전양저가 보낸 사자가 와서 장가에게 속히 가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장가는 태연하게 술을 마셨다. 한 편, 전양저는 장가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어느 덧 정오가 지났다. 군리가 미시未時(오후 2시경)를 알린다. 그래도 여전히 장가는 오지 않았다. 전양저는 군리에게 명령했다.

"장대를 치우고 누수를 쏟아버려라! 더 이상 시간을 잴 필요가 없다." 전양저는 친히 단위에 올라가서 모든 군사에게 출발하기 정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지시했다. 이땐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그제야 저 멀리에서 장가가 네 필의 말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천천히 온다. 얼굴에 취기가 가득한 장가가 군문軍門에 이르렀다. 좌우군사가 장가를 부축해서 장대로 모셨다.

"어째서 이제야 오는거요?" 양저가 물었다.

"오늘 멀리 출정하기 때문에 친척과 친구들이 잔치를 차려줘서 늦었소이다."


"대저 장수된 자는, 명령을 받는 그 날로 자기 집을 생각하지 않고, 군중軍中에서 약속하면 바로 자기 가족을 잊고, 북채를 잡으면 시석矢石을 무릅쓰고 자기 일신을 돌보지 않는 법이다. 지금 적군의 침범으로 변경이 소란하여 상감께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음식을 잡숴도 그 맛을 모르시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에게 삼군을 내주시고 속히 공을 세워 이 나라 백성의 위급을 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하거늘 어느 여가에 친척과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느냐?"

장가는 웃음을 머금과 대답한다.

"출발할 시간이 좀 늦었기로서니 원수元帥는 너무 과도히 책망하지 마시라."

순간 양저가 안상案床을 치며,

"네가 상감의 총애만 믿고 이렇듯 태만하니 장차 적군과 싸울 때에 어찌 큰 일을 그르치지 않겠느냐!" 크게 꾸짖고 군정사軍政司를 불렀다.

"장수가 시간을 어기고 늦게 왔을 때 군법은 어떻게 그 죄를 다스리도록 되어 있느냐?"

군정사가 대답한다. "군법에 의하면 사형입니다."

장가는 사형이라는 말을 듣고야 정신이 번쩍들어 슬금슬금 대 밑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양저가 큰 소리로 호령한다.

"저 놈을 원문轅門 밖으로 끌어내고 목을 참하라."

장가는 일시에 술이 깼다. 그는 그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장가를 따라왔던 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즉시 궁으로 달려가서 제경공에게 장가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했다. 매우 놀란 제경공이 양구거를 부른다. "너는 이 부절符節을 가지고 급히 가서 과인의 명령이니 장가를 살려주라고 전양저에게 전하여라." 양구거는 곧 초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 땐 원문 밖에서 장가의 목이 굴러 떨어진 후였다. 양구거는 장가가 이미 죽은 줄 모르고 부절을 높이 쳐들고 군중 속으로 수레를 몰고 들어갔다. 전양저가 큰 소리로 "저 수레를 멈추게 하여라." 그리고 군정사에게 "군중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수레를 달리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저렇듯 법을 어긴 자가 있으니 저런 자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하느냐?"

군정사는 아뢴다. "사형입니다."

이 말을 듣고 양거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양구거가 급히 변명한다. "제 맘대로 법을 어긴게 아니라, 상감의 분부를 받고 왔습니다."

"상감의 분부를 받고 왔다고 하니 죽일 수 없구나. 그렇다고 군법을 굽힐 수는 없다. 그 대신 저 수레를 부숴버리고, 수레를 끌고 온 말의 목을 참하라."

자기가 타고 온 수레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자기 대신 말이 죽는 걸 본 양구거는 혼비백산 해서 머리를 움켜쥐고 쥐새끼처럼 달아났다.

이에 대소삼군大小三軍의 군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소름이 쫙 끼쳤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격으로 이 소문은 널리 퍼졌다. 

  전양저는 군사가 접경지대에 이르기도 전에 진晉나라 군사와 연나라 군사는 이 소문을 듣고 제각기 달아났다. 전양저는 이 두 나라 군사를 추격하여 그들의 목 1만여를 참했다. 사마양저 [司馬穰苴]


초평왕의 신하 오사에겐 오상과 오원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초나라에는 간신 비무극이 있었고, '건'이라는 세자가 있었다. 

비무극은 세자 건을 싫어했고, 초평왕과 세자 건을 이간질 했다. 세자 건의 혼례 건으로 음모를 꾸민다. 진 애공의 동생 맹영과 세자 건이 혼례를 올리게 되었는데, 비무기는 맹영이 천하일색이라는 것을 알고 신부를 바꿔치기 한다. 맹영을 초평왕과 짝짓게 하고, 세자 건에게는 맹영을 따라온 잉첩 한 명을 짝지어 결혼시켰다. 그 후 초평왕은 세자가 혹 이 사실을 알게되지나 않을까 염려했다. 그리고 초평왕은 밤낮 후궁에서 맹영과 함께 잔치를 벌이고 나랏 일은 다스리지 않았다. 

차츰 모든 신하들 중엔 진나라 여자에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이 늘어났다. 비무극도 은근히 겁이 났다. 만일 세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이롭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에 비무극은 세자 건과 태사 오사를 먼 변경 땅 성부로 보내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했다. 명목은 국경지역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멀리 보냄으로 화근을 없애려는 계획이었다.

성부 땅에서 이 소문을 들은 세자 건은 비로소 아버지에게 여자를 빼앗겼다는 것을 알았다.

한편, 비무극은 초평왕에게 세자 건과 태사 오사가 반역을 꾀하고 있다고 거짓으로 고하고 오사를 소환한 뒤 세자를 잡아들이라고 한다. 소환된 오사는 옥에 갇히고, 세자는 달아났다. 비무극이 또 아뢴다.

"오사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오상伍尙과 오원伍員이라 합니다. 이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면 우리 초나라로서는 근심거리니 속히 오라하여 삼부자를 함께 죽여버리면 우환이 사라집니다." 비무극은 오사에게 거짓 글을 짓게 하여 두 아들을 조정에 오라고 보낸다. 편지를 받은 오상은 효자라 아버님의 말을 따르고 오원은 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가지 않는다. 형 오상은 "나는 지혜가 너만 못하다는 것을 안다. 나는 초나라로 가겠으니 넌 다른 나라로 가거라. 나는 아버지와 함께 죽음으로써 효도를 다하고, 너는 아버지와 이 형의 원수를 갚아줌으로써 효도를 다하여라."

이 후 오자서(오원)는 오나라로 가서 오왕 합려에게 발탁되어 손무를 추천한다. 손자병법 13편.

합려가 손무를 믿지 못하는 듯하니 손무가 

"신의 병법을 비단 병졸에게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의 군령만 지키면 부녀자라도 나아가서 싸울 수 있습니다."

"왕케서 신의 말이 사정에 어둡다면 청컨데 신에게 후궁 궁녀들을 훈련시키게 해 주십시오. 그래도 군령대로 되지 않으면 그 때엔 여하한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오왕 합려는 궁녀 300명을 불러 모으고 조련토록 했다.

손무가 아뢴다.

"특별히 총애하는 궁녀 두 사람만 선정해 주십시오. 우선 대장 두 사람을 세운 연후에라야만 비로소 호령의 계율이 섭니다." 그 하나는 우희, 또 하나는 좌희였다. 궁녀 이대가 교장에 모였다.

"지금부터 군법을 말할테니 잘 듣거라. 첫째는 행오에 혼란을 일으키지 말며, 둘째 함부로 떠들지 말지며, 세째는 일부러 약속을 어기지 말지니 이 세 가지를 잘 지켜야 한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오고 때 다시 교장으로 집합하라. 내일은 왕께서 친히 대에 오르사 너희들이 조련하는 것을 보실 것이다."

이튿 날 오고(午시 북소리) 때였다. 

"곧 명령을 내릴테니 모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들어라." 궁녀들이 일제히 엎드리자 곧 명령이 내린다.

"첫 번째 북수리가 울리거든 양대는 다 일제히 일어나라. 두 번째 북소리가 울리거든 좌대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행진하고, 우대는 왼쪽으로 돌아서 행진하라. 세 번째 북소리가 울리거든 각각 칼을 들어 싸우는 태세를 취하라. 그리고 금(징)이 울리거든 본래 자세로 돌아가라."

전유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궁녀들은 모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킬킬대며 웃었다. 북잡이(고리)가 손무에게 아뢰고 첫번째 북을 울렸다. 그러나 궁녀들 중엔 혹 일어나는 자도 있고, 그냥 앉아있는자도 있고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손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한다.

"명령대로 이행되지 않으니 이는 장수의 죄다. 군리는 한 번 더 명령을 내리고 고리도 다시 북을 쳐라." 그래도 일어서는 궁녀, 비스듬히 서는 궁녀 질서가 없었다. 손무의 두 눈이 무섭게 치켜올라가며, 진법관에게 

"명령이 내려도 거행하지 않으면 장수의 죄다. 그러나 세 번씩 명령을 내려도 거행치 않으니 이는 사졸의 죄다. 군법은 이를 어찌 다스리느냐?"

"마땅히 참하여야 합니다."

"모든 사졸들을 다 참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니 이 죄는 두 대장에게 있다. 즉시 두 대장을 참하라." 아장들은 즉시 좌희, 우희를 결박해 끌고 왔다. 

망운대에서 이를 지켜보던 오왕 합려는 이 광경을 내려보고 

"급히 가서 두 궁녀를 구출하라."고 사람을 보냈다. 손무는

"그내는 왕께 가서 내 말을 전하오. 자고로 군중엔 장난삼아 말하는 것이 없습니다. 신은 이미 왕명을 받고 장군이 된 몸입니다. 장군이 군중에 있을 땐 임금의 명을 받지 않습니다. 만일 임금의 명령대로 죄 있는 자를 용서한다면 많은 군사를 어찌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나서 즉시 아장에게 호령한다.

"속히 두 대장의 목을 참하라."

아장들은 칼을 번쩍들어 좌희와 우희의 목을 쳤다. 이대의 궁녀들은 새파랗게 질려 감히 손무를 쳐다보지 못했다. 손무는 다시 대장들을 선출했고 훈련했다. 북소리가 한 번 울리자 궁녀들은 일제히 기립하고, 줄로 그은 듯 정렬했다. 두 번째 북소리가 울리자 좌대는 우행, 우대는 좌행하는데 추호도 혼란이 없었다. 세 번째 북소리가 울리자 궁녀들은 칼을 빼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금이 울리자 돌아가서 물러가 대열을 정비했다. 그 좌우진퇴와 선회왕래가 다 법에 들어 맞았다. 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손무는 진법관에게 말한다.

"너는 대왕께 가서 아뢰어라. 이제 병사가 다 조련되었으니 왕께서 친히 행차하시어 사열하십시오. 비록 끓는 물과 불구덩이 속이라도 나아갈 뿐 물러서는 군사는 없을 것입니다."


19년 동안 오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병법에 '징조가 보이면 나아가고 가망이 없을 땐 물러서라.'고 되어 있다.


오왕 합려가 초나라를 크게 무찌른 공으로 손무에게 벼슬을 주려하자 손무는 사양하고 산속으로 들어가며 오자서에게 말한다. 

"그대는 천도天道의 길을 아는가?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고, 봄이 오면 가을도 오지요. 왕은 장차 사방에 걱정거리가 없어지면 오나라가 강성한 것만 믿고 필시 교만 방탕해질 것입니다. 공을 이루고 물러서지 않으면 반드시 불행이 닥쳐옵니다. 나는 나 자신만을 위하려는 것이 아니오. 그대와 함께 목숨을 유지하려는 것이오."


공중니孔仲尼 공자,, 아버지는 숙량흘


201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