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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 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햇살처럼-이명우 2016. 4. 28. 19:19

504. 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남미 사람들은 중요한 거리에 이웃나라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서로 경의를 표하는 습관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그는 주소를 기입하는 곳에 '콜롬비아 가街'라고 적었다.
베스코스의 주민 281명이,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평화로운 콜롬비아 가에 집이 있는 카를로스라는 한 이방인이 마을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모두 알게되는데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샹탈 프랭

"당신이 그 작자를 알고 있다니 잘됐군, 하지만 어떤 작품인지 생각이 잘 안날 수도 있으니 내가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보겠소."

한 인간의 역사는 전 인류의 역사다.

레오나르드 다 빈치가 저 그림(최후의 만찬)을 그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예수의 이미지를 통해 선을, 그리고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예수를 배신하기로 마음 먹은 유다를 통해 악을 표현해야만 했던거죠. 그는 작업을 멈추고 이상적인 모델을 찾아 나섰어요.
합창공연에 참석한 어느 날, 그는 한 합창단원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완벽한 이미지를 발견했죠. 그는 그 단원에게 자신의 아틀리에로 와 달라고 부탁했고, 그를 모델로 많은 습작과 스케치를 했어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최후의 만찬>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러렀지만 레오나르도는 그 때까지 유다의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에게 작품을 의뢰한 추기경은 벽화를 빨리 끝내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죠..
몇 날 몇일을 찾아 헤맨 끝에 화가는 드디어 누더기를 걸친 채 고주망태가 되어 도랑에 쓰러져 있는 조로(早老)한 젊은이를 찾아 냈습니다. 크로키를 할 시간도 없어서 조수들으르시켜 그를 곧장 성당으로 데려갔죠.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조수들이 젊은이를 일으켜 세워 모델이 되게 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죠. 이렇게 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 얼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부도덕, 죄악, 이기심을 화폭에 옮겨 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작업을 끝냈을 때, 술기운에서 깨어나 눈을 뜬 거지는 눈부신 벽화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놀라움과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 그림을 본 적이 있어."
"언제?"
크게 놀란 레오나르도가 물었죠.
"삼년 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난 한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내 모든 꿈들을 하나 씩 이루어 나가고 있었소. 그 때 어떤 화가의 부탁으로 이 그림의 예수를 그리는데 모델이 되어주었죠."

천국과 지옥에 대한 이야기
"한 사내가 말과 개를 한 마리씩 길동무 삼아서 데리고 길을 가고 있었다. 도중에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난 그는 말과 개를 데리고 큰 나무 아래로 피신했지. 그 순간 번개가 그 나무에 떨어지는 바람에 몽땅 타 죽고 말았어. 그런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내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지. 그래서 그는 두 길동무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어. 죽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거든......
그 사내와 말과 개는 뙤약볃 아래서 어떤 산허리를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땀에 흠뻑 젖고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다. 한 길 모퉁이를 돌자, 그 들 눈앞에 멋진 대리석 문이 나타났다. 그 문 안에는 광장이 보였는데, 바닥이 금으로 포장되어 있고, 한 가운데는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었지. 남자는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다가가 인사했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경비병도 인사했다.
'이 멋진 곳은 도대체 어디죠? 천국에 오다니, 이런 행운이! 우린 목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선생님 물은 들어오셔서 마음껏 드십시오'
경비병이 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말과 개도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짐승들이 들어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데요.'

사내는 무척 목말랐지만 혼자만 물을 마실 수 없었다. 그는 실망감을 감추고 경비경에게 인사하고는 길동무를 이끌고 다시 길을 떠났지. 있는 힘을 다해 산비탈을 한 참 올라간 후에야, 그는 양쪽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흙길을 향해 난 작은 쪽문에 도착했다. 그 늘어선 나무들 가운데 한 나무 그늘에 어떤 사내가 모자로 얼굴을 덮은 채 누워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행객이 말했다.
사내는 졸고 있던터라 그냥 고개만 끄덕여 대답했지.
'저희 일행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저기 바위들 보이죠? 저 바위들 틈에 샘이 있으니 가서 마음껏 마셔요.'

말과 개를 데리고 가서 실컷 갈증을 푼 그는 서둘러 사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원하시면 언제든지 다시 오세요' 사내가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곳은 어디죠?'
'천국이오'
'천국이요? 저 아래에 있는 대리석 문에 서 있던 경비병말로는 그 곳이 천국이라고 하던데요?'
'아뇨, 저아래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입니다.!'

이해할 수 없군요. 감히 천국의 이름을 도용하다니! 그럼 혼령들에게 혼란이 생겨 당신에게도 누가 될텐데요?'

'천만에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죠. 가장 좋은 친구를 버리는 몹쓸 사람들은 모두 그 곳에 남게 되니까요......'   

사람들은 행동해야 할 순간에는 머뭇거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떠 넘겨야 할 때는 악착같다.


모든 것은 통제의 문제, 선택의 문제다.


"삶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 달려있다."


"선과 악을 알다니, 인간이 우리 중 하나가 되어벼렸소!"

이 경우에도 (자신이 절대 신이면서도 뭔가를 얻기 위해 기도하는 시간의 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경은 신이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 것인지, 그가 유일 신이라면 왜 "우리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인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나는 늘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심원한 변화들은 잠깐 사이에 일어난다고 믿어 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삶은 우리를 난관에 봉착시켜 우리의 용기와 변화의 의지를 시험한다. 그럴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거나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달아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도전은 기다리지 않는다. 삶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일주일, 그 정도면 우리가 운명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게엔 충분한 시간이다. 


2013.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