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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유년시절, 톨스토이, 인디북, 2003.

햇살처럼-이명우 2020. 6. 18. 16:48

587. 유년시절, 톨스토이, 인디북, 2003.

 

  '난 언제쯤이면 어른이 되어 공부를 그만두고 이런 회화에 매달리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앉아 있게 될까?'

 

  엄마의 얼굴은 평소에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미소를 지을 때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워서 주위의 모든 것이 유쾌해지는 듯 했다. 만약 삶의 고통스런 순간순간에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 미소를 볼 수 있었다면 나는 슬픔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미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소가 얼굴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면 그 얼굴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미소가 얼굴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그 얼굴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또한 미소가 얼굴을 버린다면 그 얼굴은 추한 것이다.

 

  "모든 악덕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은 배은망덕이다."

 

  공중에는 먼지 섞인 안개가 가득 끼었고, 지평선은 흐린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강한 서풍이 도로와 들판에서 먼지 기둥을 일으켰고, 뜰 안의 키 큰 피나무와 자작나무의 우듬지를 뒤흔들어 노란 낙엽을 멀리까지 실어가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서 모든 준비가 끝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기도를 한 뒤,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면 으레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면서 기쁨으로 가득차곤 했다. 여러가지 공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무엇에 대한 공상이었을까? 그 공상은 붙잡을 수는 없지만 순결한 사랑과 맑은 행복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니콜레니카, 너도 알겠지? 네 얼굴을 보고는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그러니까 넌 영리하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엄마의 이 말은 내가 미남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착하고 영리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절망에 빠지곤 했다. 나처럼 이렇게 넓적한 코와 두툼한 입술, 그리고 잿빛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세상에서의 행복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적을 일으켜서 날 미남으로 바꿔달라고 하느님께 빌었다. 나는 미남이 되기 위해서라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내가 앞으로 갖게 될 모든 것을 내던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형, 난 사랑에 빠졌어! 나는 소네치카에게 홀딱 반했어"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기지개를 켜며 블로쟈가 대답했다.

  "아~ 형!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을거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렇게 누워있는데도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뚜렷이 보여. 난 그녀와 얘기를 나누었어.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런데 말이지! 이렇게 누워서 그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슬퍼지고 울고 싶어져!" 

 

  ~다만 도박에 대한 당신의 불행한 열정이 날 슬프게 할 뿐이에요.

 

제3부작, 주인공 니콜레니카 이르테니예프

 

2017.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