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 퇴사하겠습니다. 아나가키 에미코, 엘리, 2017.
2018년 9월1일.
다시 독서록을 쓴다.
책을 읽는다는 자랑이 교만이 되고, 부장 때의 열정은 지회장으로의 거만으로 비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시기에 다시 펜을 든다.
아내가 추천해준 '퇴사하겠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다.
50세 골드미스인 저자는 아사히 신문사를 박차고 나와 혼자인 삶을 선택한다. 회사에서의 여러가지 힘들고 어려운 경쟁, 차별과 제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게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좀 더 노력해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아니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그 결과 다시 '제외'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내 정신이 그걸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보답없는 싸움과, 아무리 애써도 불식시킬 수 없는 '차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리고 '차별 따위는 없다'는 회사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아니라면 이를 두고 달리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지독하게 악질적인 덫에 걸린 느낌. 회사원은 이렇게나 가혹한 시련을 언제까지나 견뎌내야 하는 건가요.?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확립'이었습니다. 이 당시 내가 추구했던 '행복'이란 모조리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돈이 있으면 조금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돈이 있어도 결국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아직 모자라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악순환이 지속될 뿐입니다.
투명한 웃음!
고대 인도 사람들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었다. 학생기, 가주기, 임주기, 유행기입니다. 學生期란 사회에 나오기 전을 말하는 것, 佳住期는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개인 사적으로 가정을 꾸려 아이들을 키웁니다. 고대 인도인들은 이걸 다시 두 단계로 나누어 세번째 林住期란 숲에서 사는 것을 뜻합니다. 출가지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일단락되면 가정을 떠나, 세속을 떠나, 아무 것도 없는 숲에 들어가 삽니다. 마지막 遊行期에서는 완전히 종교적 세계로 들어가는데 임주기는 거기까지는 아직 아닙니다.
"나, '아시히 신문을 바꾸는 모임'이라는 걸 만들었어" 언제부터인지, 그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은 나 한 사람입니다.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동료들과 후배들이 "나도 끼워주세요"라는 소리를 종종 합니다만,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회사란 조직과 개인의 전쟁터
일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그것은 놀이와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은 재미있습니다. 고생이 된다고 해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취감도 느끼고, 동료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넓어집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을 알게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 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 것 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역시 나는 무직이거나 혹은 회사원이라도 혈중 무직도가 높은 사람, 무리 짓지 않고, 혼자 두 발로 서려는 사람과 연결되기를 원하나 봅니다. 회사 인간은 이제 필요없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한 내게 가끔 일 의뢰를 해주는 분들도, 생각해보면 두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를 상품으로 쓰려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인간으로서 보려는 사람, 물론 양 쪽 다 비즈니스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내 공적과 노동량을 계산하는 회사 인간입니다.
'연결'이 앞으로의 사회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나 역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연결되려면 우선 혼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20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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