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영국의 안전보건

햇살처럼-이명우 2020. 12. 15. 14:13

1974년 영국의 보건안전법 제정.

1960년 당시 영국은 국가가 산업현장에 있는 여러 종류의 위험요소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하고 검토한 결과,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산업현장에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요소를 만들어 낸 현장에서 적절한 관리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방향으로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은 책임 주체들이 작업현장의 안전보건 확보 목표를 달성했는가의 여부입니다. 정부는 결과만 중시할 뿐 방법론은 책임주체가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안전보건 분야에 엄청난 혁신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시적 법령은 그 성격상 어떤 혁신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지시적 법령을 고수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안전보건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규범적 경직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 지시적 법령 체계에서 행정기관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나온 감독관 같았습니다. 안전가드의 높이가 규정에 맞는가? 법으로 정한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는가?  하지만 기업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험관리 목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자 감독관의 종합적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와 같은 감독관들은 현장에 나갈 때 획일적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영국 보건안전법체계의 패러다임은 정부의 지시명령적 규제방식에서 기업자율 책임관리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닉)

  사법처리는?

영국 보건안전청은 다양한 행정조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한 조언 및 경고를 비롯해 즉각적인 작업중지, 시한 내에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 권한을 포함합니다. 물론 기소권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보건안전법은 형법에 속하며 보건안전청은 감독관을 통해 법원에 많은 사례들을 기소하고 있습니다.(닉)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 제정과 효과

  수 많은 인명손실을 가져온 열차 충돌, 여객선 침몰과 같은 교통참사들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관련 법인이나 기업에 대한 과실치사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유죄판결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입법이 이뤄지기까지는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법은 특정 참사에만 대응하여 성급하게 제정된 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2007년에 제정되 2008년에 발효되었습니다. 

  이 법에 대한 첫번째 유죄판결은 2011년에 나왔습니다. Cotswold Geotechnical Holdings 라는 중소기업이 유죄판결을 받은 첫 번째 회사입니다. 당시 이 회사에 고용되어 근무중이던 근로자의 사망사건이 있었습니다. 연매출 3억원 기업에게 약 5억84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히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법률 규정에 입각하면 벌금의 상한선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소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이 법률에 따른 28건의 유죄 판결이 있었고,  최근에도 관련 판결이 몇 건 있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들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합니다. 조사한 바로는 판결기업의 57%정도가 그렇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그러한 판결은 매우 안좋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입법 당시 시행된 규제 영향 평가에 의하면 연 10~13건의 기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산재 사망 법인의 사망사건을 기소하는 것은 애초에 이 법의 취지가 아니었습니다. 이 법은 최악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입니다.(빅토리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기소되는 사례가 더 많은 이유는 뭐죠?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윤의 폭이 작기 때문에 안전 장비 구비, 훈련실시와 같은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중소기업일수록 사망사고 확률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

영국 보건안전청의 모든 업무는 예방에 초점을 맞춥니다.

위반자를 기소하는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각 기업이 효과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지 살펴보는 걸 원합니다.

산업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문제 예방 차원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들이 향후 10-15년 후의 미래산업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먼저 예측하고, 재처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합니다.

안전보건의 초점은 기계에서 사람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기계에 안전장치를 설치한 지 한참 지났어도 사고는 계속 일어납니다. 왜그럴까요?

사람들은 늘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기 마련이며 이런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행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총알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커다란 전략적 틀 안에서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어야만 합니다. 법인과실치사법은 큰 퍼즐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다른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입니다.(닉)

영국 보건안전청(HSE) 수석감독관 : 닉 릭비(Nic Rigby), 영국 산업안전 행정 전문가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로스쿨 교수 : 빅토리아 로퍼(Victoria E.Roper), 영국 법인과실치사법 전문가, <법인과실치사법 제정 10년의 평가> 논문 저자

 

출처 : 영국 산재예방정책 현황 및 시사점 소개 동영상(2020.12.2.) 내용 중(www.youtube.com/watch?v=T6Xx5uJwnHY&feature=share&fbclid=IwAR13t7ytdpo84QIUgbGULVof5x0fRjLe0omeKMy1OK0UMO500uoH_cXIJ5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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