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협회는 대한민국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환갑을 맞은 지금 협회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있다. '우리는 안전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비전은 좋다. '최고의 종합컨설팅기관'의 미션도 좋다. 그러나 경영되고 있는 실상은 글쎄다.
협회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재해예방과 이윤추구' 양립하기 어려운 이 화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예산을 쓰는 안전보건공단과 여타 공기업은 자기들의 목적사업인 재해예방에만 몰두하면 된다. 물론 지원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있지만 이는 말그대로 배분만 하면 된다.
우리는 다르다. 지원받는 예산은 하나도 없으며 통제는 모두 받는다. 공직유관단체라는 이유로. 직원들 월급은 물론이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A4용지조차 우리가 번 돈으로 구매해서 써야 한다. 국가가 위임한 사무인 안전검사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의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내부의 조직관리를 위해서는 협회의 정체성에 맞는 리더를 발탁하고 육성해야 한다. 철저한 '재해예방과 이윤추구'의 마인드를 가진 리더들로 조직이 재구성 될때, 협회는 두번째 환갑을 기대할 수 있다.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한다. 매출을 많이 일으켜 돈을 많이 벌어온 구성원은 박수를 받는다. 인사평가에서도 실적우수로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기회도 많다. 리더는 이런 직원을 다른 보서로 보내지 않고 자기가 데리고 있고싶어 한다. 이런 직원의 실적이 자신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매출은 적은데 재해예방에는 적극적인 구성원이 있다. 현장점검을 가서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은 어떻게는 지적하고 한건이라도 더 개선할 수 있도록 사업장 담당자를 괴롭히는, 급기야는 너무 깐깐하다며 담당자를 바꿔달라는 민원을 야기하는 구성원도 있다. 이런 구성원은 겉으로는 잘한다고 평가를 하지만 리더들은 자기와 근무하는 것 보다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어한다.
우리협회도 직장므로, 승진과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직원들의 당연한 욕망이다. 직원들 월급을 많이 올려주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를 잘 키우고 육성해야 한다. 병립하기 어려운 '재해예방과 이윤추구'의 마인드로 무장한 리더의 육성! 근본적인 우리의 숙제다.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4권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고구려 미천왕의 아들 무 왕자가 마지막 한사군인 현도 정벌을 떠나기 전 왕후와 대화를 한다.
"옛일을 기록한 병서를 읽다보니 군장간의 싸움에 따라 군사의 승패가 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장수 일인의 무예가 아무리 높아도 수백, 수천의 군사를 대적할 수 없을진대 어찌 이런일이 있는 것입니까?"
왕후가 말했다.
"네가 열명의 수하를 거느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아라."
"예"
"그들 중에는 겁이 많은 자도 있고, 의심이 많은 자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적의 간세가 섞였을지도 모를 노릇이지."
"그럴 것입니다."
"네가 그 열 수하의 성격과 속내를 알고 합당한 일을 맡기며 부리기까지 얼마만한 시간이 걸리겠느냐?"
무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하루에 한 명을 살피어, 열흘이면 할 수 있겠습니다."
"수하가 천 명이면 천일이 걸리겠느냐?"
무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큰 장수와 작은 장수를 세우겠습니다. 큰 장수에게 작은 장수 열 명을 살피게하고, 작은 장수에게 병졸 열 명을 살피게 하겠습니다."
"바로 그렇가. 그렇게 군영의 장졸이란 서로 정교하게 얽혀 있는 법이다. 한데 이 장수가 사라지면 병졸은 누구에게 명을 받아 움직이느냐?"
"아!"
"그래. 작은 장수를 쓰러뜨리면 열 명의 병졸을 흩는 것이고, 큰 장수를 쓰러뜨리면 백 명의 병졸을 흩는 것이다. 그러니 수장을 쓰러뜨리면 천 명의 병졸 모두를 잡는 것과도 같은 이치란다."
우리 조직의 작동원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작은 장수는 국장이고, 큰장수는 지회장, 본부장일 것이다. 수장은 말할 것 없이 회장이다. 그래서 회장 선거가 중요하다. 외부에서 오는 사람이 '재해예방과 이윤추구'의 마인드를 모두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3년 동안 이러한 마인드를 최우선 가치에 두고 실천하는 회장은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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