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_DMZ평화의 길_17일차 (27,28코스)
9/15(월) 맑음
17일차 : 27코스(17km), 28코스(6.9km) 합 : 23.9km 누계 : 400.4km
27코스(피의능선 전적비 4.7k- 돌산령옛길 4.6k- 도솔산지구 전투위령비 2.7k- 대암샘터 5k- DMZ자생식물원)
28코스(DMZ자생식물원 1k- 만대 저수지 4.6k- 해안면사무소 1.3k -양구 통일관)
아침 : 토스트 어묵
*양구터미널 편의점에서 점심거리(삼각김밥) 준비
점심 : 편의점 음식
저녁 : 손두부
숙소 : 해안모텔 사장님 농가/ 40,000원 / 강원 양구군 펀치볼로 1351 / 전화번호 : 010-6370-0939
처이모부 상가에도 다녀오고, 군대 동기생 아들 결혼식도 참석하고 개인적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한다. 양구가는 버스 출발시간이 07:00이니 집에서 05:45분에 나와 05:50분 집앞에서 동서울 가는 95번 버스에 탑승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토스트와 어묵을(3,500원) 아침으로 먹고 양구행 버스에 올랐다(버스비 15,400원). 1시간50분 소요된다고 하니, 9시50분쯤에는 양구에 도착하겠다.



08시50분쯤 양구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점심거리를 준비한다. 둘러보니 김밥집이 있어 김밥을 한 줄만 포장해서 배낭에 넣었다. 집에 있는 양갱이는 모두 가지고 왔으므로 간식은 별반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터미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월운리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월운리(피의 능선 전적비)까지는 시내버스로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9시40분 부터는 걸을 수 있겠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여성 어르신을 한 분 만났다. 그분도 피의 능선 전적비까지 가신다고 해서 함께 가자며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야 평화의 길 순례를 위해 피의 능선 전적비로 가는 것이지만 일반인이 전투전적비에 가는 이유가 궁금해서 내가 물었더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신다. 자신은 나이가 77세이고, 지금 사는 곳은 김포에서 따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어제밤에 준비한 제물(수육, 막걸리, 꽃 등)을 가지고 피의 능선 전투에서 산화하신 전사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지내고 준비한 꽃을 드리러 가신다고 하셨다. 본인 작은 아버님이 한국전쟁 때 전사하신 것을 계기로 아주 오래 전부터 전국 어디를 가리지않고 한국전쟁 때 전사하신 분들을 모신 곳은 사정되는대로 제물을 준비해서 제사를 지내드리고 있다고 하셨다. 동작동에 사실 때는 국립 현충원에 자주 찾아 제사를 올려드렸고, 인천에 살 때는 맥아더 동상에도 가서 제사를 지냈으며, 백마고지, 와수리등등 전적지마다 찾아가서 제사를 차려드렸다고 하셨다. 그분은 35년째 남편과 이별하고 혼자 사신다고 했다. 현재는 생활비는 아드님이 부담하고 있고, 거처는 따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하셨다. 제사지내러 간다고 하면 아들과 딸 모두 반대가 심해서, 못가게 한다며 오늘도 치매걸리지 않으려고 새벽시장 구경간다고 딸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오셨다고 한다. 이런 남모르는 선행을 이어오시다가 2003에는 '세상에 이런일이' 텔레비전에 출연하시기도 했단다.
어제 밤 재래시장에 가서 손수 제물을 준비했고, 오늘은 새벽 1시 반에 일어나 김포에서 출발, 동서울에서 아침7시 양구행 버스를 타고 이곳 피의능선 전적비까지 위령제를 지내러 오셨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진실된 마음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어른같은 분들의 지극한 정성과 염원이 뭉쳐져 지금의 튼튼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구나. 나는 적당한 할말이 생각나지 않아 '너무나 훌륭하십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제물도 돼지고지 몇 점과 막걸리 한 잔 밖에 올려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송구한데 훌륭하다니 당치도 않다며 손사래를 치시는데, 무한한 경외심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피의능선전적비가 있는 월운저수지 앞까지 제물이 든 가방을 들어드리며 함께 걸어서 이동했다. 도저히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어 전화기 뒤에 넣어두었던 5만원 지폐를 주머니에 넣어드리면서 '제 술도 한잔 올려주세요' 부탁했다. 그리고 오래오래 좋아하는 일을 하시며 보람을 찾고, 내내 건강하시라고 응원해드렸다.


어르신을 보내드리고 나는 다시 월운저수지 아래 길로 순례를 시작한다. 저수지 아래에는 백호가 법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역시나 신호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적이 없는 시골길에서의 작업이니 당연하다는 것인가? 장비 작업시는 반드시 신호수나 유도자와 한세트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게 안전수칙인데 백호 혼자 작업에 열중이다. 운전기사에게 지나간다는 신호를 하고 그 옆을 재빨리 벗어난다.
주변의 곡식들은 누런 색으로 변하며 열심히 가을로 달려가고 있다. 쉼터가 나와서 양갱이를 하나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다시 출발하여 가면서 동행을 3명 만났다. 고등학교 동기 친구 사이라고들 하는데 따져보니 나와는 4년 선배님들이다. 오늘은 24km정도만 걸으면 되므로 마음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간다. 돌산령 옛길은 구비구비 오르막길이 끝도없이 펼쳐진다. 자동차로 지나면 잠시면 되는 길을 꼬불꼬불 정상으로 이어진다. 일행 중 한명이 자전거로 이 길을 지났다는 추억담을 들으면서 피로를 달래본다. 도솔산지구 전투위령비를 지나면 드디어 도솔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내려보는 펀치볼 전경이 압권이다. 펀치볼 마을은 해발 1,1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로 형성된 지역이다. 펀치볼마을의 지명은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해안분지의 형상이 화채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내리막을 한참을 걸어내려와 27코스 종점인 DMZ자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식물원 정문 우측에 있는 것을 못보고 아래위로 오가며 한참 동안 QR코드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맸다. QR을 찍고 28코스를 시작한다. 28코스는 해안면소재지에 있는 숙소 해안모텔까지만 가면 오늘 순례는 마무리 할 수 있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속을 채워가는 고랭지 배추밭의 장관 뒤로 만대저수지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무밭이 넓게 펼쳐지는데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보통 무는 뿌리를 주로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여기는 좀 다르다. 나중에 알아보니 펀치볼씨래기가 특산물인데 이는 무를 재배해서 무청만 수확해서 씨래기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했다. 그제서야 무를 수확한 밭에 하얀색 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이유를 알았다.



드디어 오늘 숙소가 있는 해안면소재지로 들어왔다. 우리 일행 네명은 두명씩 각각 임무를 분장했다. 나와 한분은 숙소를 알아보고, 다른 두분은 식당을 알아보았다. 나는 유투브에 소개된 해안모텔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번호가 전임 사장님 연락처였고, 다른 사람에게 모텔을 넘겼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모텔로 찾아갔더니 사장님은 없고 연락처만 있어서 전화를 했다. 현재 양구는 농번기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남은 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차로 5분거리인 자기 농장에 빈방이 있기는한데 그곳에서라도 묵어가겠다면 방을 내어줄 수 있다고 했다. 숙소라고는 해안면에 해안모텔 밖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숙소당 4만원에 내일 아침 일찍 모텔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예약을 했다. 저녁을 먹고 8시에 모텔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모텔 앞에서 두루누비앱을 끄고 내일 남은 구간을 시작하기로 한다.
김순례할매 손두부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두부찌개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여 소맥으로 불콰하게 맛나게 먹었다. 내가 후배가 되니까 밥값은 선배들이 계산하겠다고 해서 숙소에서 먹을 맥주와 안주거리는 편의점에서 내가 샀다.(37,700원) 숙소 사장님 차를 타고 사과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의 빈방에 여장을 풀고 샤워하고 들어왔는데 선배 두분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밤늦게까지 일꾼들과 함께 사과 꼭지 따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사과 60개 정도 들어가는 한 박스가 10만원에 출하되는데, 그게 시중에 나오면 5개에 5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중간에서 유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데 오늘처럼 밤에 작업을 하게되면 야간수당으로 만원씩 더 준다고 했다. 산지에서는 이처럼 엄청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데 시내에서 사먹는 우리들이 느끼는 사과가격은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난다. 중간유통과정의 폭리에 대해서 격분해서 이야기 했다. 그나저나 모텔에 잠자러 온 사람들이 사과 선별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늦은 시간까지 도와주고 오는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마음이야말로 본받을만하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한 모양이다.
나는 피곤해서 샤워하고 들어와서 바로 곯아떨어졌는데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문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출발해야겠다. 여기서 1.3km 지점에 있는 양구통일관 찍고 28코스 잔여구간을 마무리하고, 30-1코스 종점인원통터미널까지 약37.9km를 걸어야하니 05:30분에는 출발해지. 숙소사장님께 내일 아침 5시30분에 차로 데려다달라고 말씀드리고 푹 쉰다.
금일 소요비용 : 159,600원 (아침 3,500원 + 점심 3,000원 + 저녁 37,700원 + 숙박비 50,000원 + 버스비 15,400원 + 찬조금 50,000원)
누계 소요비용 : 1,242,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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