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내 스승의 옷자락(MY MASTER'S ROBE)
틱낫한, 청아출판사, 2003
우리 모두는 백장(百丈) 조사(祖師)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는 80세가 되어서도 대중과 함께 매일 밭에 나가 야채를 기르고 완두콩을 땄다. 스승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본 제자들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만 쉬라고 해도 듣지 않을 것임을 제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제자들은 스승의 농구(農具)를 감추어 버렸다. 농구가 없었으므로 그는 더 이상 밭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날 그는 공양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가 농구를 감추었기 때문에 스승님이 화가 나셨는지도 모른다.’
제자들이 농구를 돌려주자 스승은 바로 다음날 일하러 나가더니 그날 오후에는 점심공양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 대중들에게
‘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의 가르침을 내렸다.
“종소리를 듣지 못하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면 괜찮지만 종소리를 듣고서도 다시 잠을 잤다면, 그것은 파계(破戒)입니다.
조주구자(趙州狗子)
“한 제자가 조주선사를 찾아와 물었지. ‘스승님 개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습니까?’ 조주선사는 ‘그래’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튿날 또 한 제자가 와서 같은 질문을 했지. 그랬더리 이번에는 ‘아니’라고 대답했어.
첫 번째 제자는 그저 스승의 눈에 띄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물었기 때문에 선사는 ‘그래’라고 대답한 것이지. 두 번째 제자는 아마도 토론을 즐기고 독단을 일삼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수행공동체의 목표는 자타(自他)의 해탈과 깨달음을 구하는 것입니다. 친구분의 경우는 목적이 다르다고 봅니다. 그저 삶에서 도망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죠. 그러나 불법(佛法)은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할 때 필요한 것입니다. 스님으로 살면서 수행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전념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자세로 스스로를 단련해서 먼저 스스로가 고통에서 벗어나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수계식이 있기 전날 나는 스승님을 찾아뵈었다. 스승님께서는 낡은 갈색 승복의 해진곳을 꼼꼼하게 깁고 계셨다. 연세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승님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신데다가 눈까지 밝으셨다. 천천히 바느질을 하고 계신 스승님의 모습은 깊은 선정에 들어있는 보살을 보는 듯 했다.
“스승님 이제 그만 쉬십시오. 벌써 꽤 늦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꾸언(Quan)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바느질을 마저 마치련다.”
“스승님 뚜 보살님에게 부탁해서 바느질을 마치도록 하시죠?”
“아니다. 내 손으로 직접 기워서 네게 주고 싶다.”
우리는 감히 더 이상 한 마디도 못 드리고 다소곳이 합장을 한 채 한 쪽에 서있었다. 잠시 후 스승님께서는 바늘에서 눈을 떼지 않으신 채 말씀하셨다.
“부처께서 이 세상에서 계실 때 단지 승복을 기운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었던 대제자(大弟子)의 이야기를 경전 속에서 본적이 있느냐?” “그 이야기를 들려주마. 그 제자는 찢어진 승복을 고치는 일에서 기쁨과 평온을 얻은 적이 많았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법우(法友)들의 것도 고쳐주곤 했었지. 한 땀 한 땀 뜰 때마다 그는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리라는 착한 생각을 일으켰단다. 어느 날 바느질을 하다가 그는 심오하고도 훌륭한 가르침을 완전히 깨닫게 되었지. 그리고 여섯 땀을 뜨고 나서는 육신통(六神通)을 얻게 되었단다.”
스승님은 내게 승복을 건네 주셨다.
“내일 네가 이 승복을 입게 하려고 내가 손수 고쳤단다 내 아들아”
옛날에 나는 그 승복을 입으면서 스승님을 떠올리곤 했었다. 이제 그 승복은 너무 닳아 헤진 바람에 입을 수가 없지만, 때때로 아름다웠던 옛날 기억을 되살려보고자 여전히 그것을 보관하고 있다.
200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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