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창조리를 따라 단풍나무로 눈길을 돌리더니 의미심장하게 한 마디 던졌다. "단풍은 고구려 사람을 자극하지요." "고구려 사람이요? 왜 하필 단풍이 고구려 사람을 자극하는지요?" "국상, 저 단풍에는 유래가 있소. 혹시 아시오?" 창조리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단풍잎이 빨간 색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소?" "나는 우둔하여 문예에 취미를 갖지 못하였소." "하하, 국상같은 천하의 재목이 웬 겸손이란 말이오? 아무튼 저 단풍은 피를 머금고 있어요." "피요? 사람의 피를 말하는 것인가요?" "누구의 피인지 알아맞춰 보겠소?" "귀하는 느닷없이 나타나서 나를 골탕먹이는군요. 내게 묻지말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해 보시오." "저 단풍에 물든 피는 바로 치우의 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