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20240802_행복이 무엇인가?

햇살처럼-이명우 2024. 8. 2. 09:03

  "행복이 무엇인가? 본능을 잘 채우는 게 행복 아닌가? 식욕과 물욕과 성욕과 출세욕 같은 걸 잘 채우면 그게 행복이야. 벌레나 짐승의 삶이라면 행복한 삶이 최고의 목표겠지. 하지만 인간에게는 행복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야. 인간은 때로 행복보다 불행을 택하기도 해. 그게 더 의미가 있다면."

  "당신은 천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겁니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며 오로지 하느님이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천국에만 보내주십시오 하는 건 얼마나 천박한가. 교황이 침을 튀기며 팔아대는 면죄부를 사는 건 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모두 위대한 인간 지성을 모독하는 기만이자 역사의 오류일 뿐이야."

  분노한 재판장은 벌떡 일어났다.

  "한 마디로 대답하시오. 당신은 나의 스승이었고, 한때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사제였던 점을 고려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겠소.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 풀어주겠소. 아니면 즉각 화형에 처할 수밖에 없소."

  "나는 믿지 않네."

  죽음을 택하는 노인의 평온한 목소리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재판정의 후미진 구석까지 파고들었으나,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재판장과 베르나스 신부 그리고 은수뿐이었다. 노인의 이단사상이 새나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재판정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은수는 쇠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에 사로잡혀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재판장에 대항해 조금도 기죽지 않고 대들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모습은 감당할 수 없는 감동을 몰고 왔다. 

 (......)

 

  이윽고 재판정 앞 광장에 노인을 묶은 거대한 기둥이 세워지고, 그의 발밑에서는 수북이 쌓아올린 장작에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노인은 불기둥에 휩싸이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어느새 모여든 수천 명의 군중을 향해 외쳤다. 

  "신이 아니다. 인간을 모셔라."

  그러나 노인의 외침은 극단적 고통의 단말마로 변했다가 차츰 잦아들었다. 시꺼멓게 그을린 시신 밑에서 탁탁 장작타는 소리만이 기괴하게 광장을 울릴 뿐이었다.

  은수는 조선에서도 이렇게 끔찍하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 노인이 왜 화형을 당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들과 장정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환각에 빠진 듯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하늘에 닿을 듯 타오르는 불길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짚단을 던져 넣는 것을 보면서 은수는 몸서리를 쳤다.

(직지2, 김진명, 쌤앤파커스,2019 중에서)

 

  안전관리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도 인간 최고 목표가 행복이 아님의 증거가 된다. 자기는 힘들고, 돈안되고, 불편하더라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할 수 있다면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안전관리자들, 소방관들, 구조요원들 등등.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든지, 대기업으로 가라. 안전관리를 하면서 돈을 쫒는다면 필패한다. 안전관리는 인간존중, 애민사상의 기본이다.   

 

  오늘 오후에 지자체 ㅇㅇ천군과 MOU가 있다. 그 지자체의 목민관은 인간존중의 애민정신을 지닌 분이었으면 좋겠다. 식욕과 물욕과 성욕과 출세욕 같은 걸 잘 채우면서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인간존중, 애민정신의 실천이라면  때로 행복보다 불행을 택하기도 하는 그런 분이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려고 다짐하면서 '행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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