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네사람의 춤, 네사람의 노래

햇살처럼-이명우 2010. 3. 14. 09:32

......

그런데 제가 오늘 조금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부란게 예부터 '일심동체'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 말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부는 몸도 따로따로고 마음도 완전히 따로따로입니다. 이 말은 저 사람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거지요.

"내가 이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럴 수 있어?"

"내가 오른쪽을 보면 당신도 오른쪽을 봐야지."

이게 문젭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동쪽으로 가면 나는 서쪽으로 가겠다."고 하라는 게 아닙니다. 부부는 하나의 몸과 마음이 아니니 그걸 명심해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 대화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취미생활을 권하는 사람도 있고, 희생, 헌신, 인내, 믿음, 소망, 사랑 등을 꺼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속에 비밀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저절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우연이나 요행 또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지요. 연애시절엔 서로가 서로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울린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건 그 사람이 나와 어울린다고 믿는 내 마음에서 나온 겁니다. 결국 그 사람을 멋지게 포장해 낸 스스로의 작품입니다. 결혼은 둘이 추는 춤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내안에서 춤추고 내가 그 사람 안에서 노래하는 것입니다. 내가 있고, 내 안에 그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있고 , 그 사람 안에 내가 사는 것입니다. 얼추만 봐도 네사람의 춤입니다. 나와 그 사람 안의 내가 같을 리 없지요. 내 안에 있는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혼 뿐 아니라 삶 자체가 결국 수 많은 자기와의 조화입니다. 수많은 자기 중의 선택입니다. 신랑을 고르듯 아내를 고르듯 내 안의 나를 고르는 일입니다. 이왕이면 결혼을 통해 보다 행복한 나를 만나면 좋겠지요. 대부분의 사람이 웃고 살길 원합니다. 행복하길 원하지요. 하지만 눈물도 두려워할 것만은 아닙니다. 내 눈물 닦아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눈물 닦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다면, 눈물도 사랑의 변주곡인 겁니다.

  나를 사랑하겠습니까? 그 사람을 사랑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결혼이 두 사람에게 답을 가르쳐 드릴 겁니다. 저희가 모르는 축복과 지혜가 새 가정에 가득하길 빕니다.

 

  김창완 (가수, 작곡가, 연주자, 연기자, 라디오 DJ, MC, 소설가....)

  2008년 4월 지주현,윤기보님의 결혼식주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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