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11분(eleven minutes).파울로 코엘류, 문학동네, 2004
프랑스 루르드,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 북쪽의 작은 마을, 이 곳의 마사비엘 동굴에는 성모가 발현했다는 기적의 샘이 있어 순례지로 유명하다. 동굴 위에는 아름다운 성당이 세워져있다.
마리아라는 창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떠돌이 상인이었고, 어머니는 양장점 재단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브라질 동북부의 작은 도시가 그녀의 고향이다. 고향도시에는 영화관 하나, 나이트클럽 하나, 은행지점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백마탄 왕자가 어느날 불쑥 나타나 자기 마음을 사로잡을 날 만을, 그와함께 세상을 정복하러 떠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좋아하던 소년이 다른 도시로 전학을 갔다.
그 순간, 마리아는 어떤 것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멀리'라고 불리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세상은 넓고, 그녀가 사는 도시는 깨알만큼 작다는 것, 마음에 드는 존재들은 결국에는 늘 떠나고 만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 온 우주가 그 사랑을 위해 공모하는 것 같다. 오늘 석양무렵,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하지만 뭔가 하나만 잘못되어도 모든것이 무너져 사라진다! 노을 속을 나는 왜가리,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달콤한 그의 입술, 그 모든것, 몇분전만 해도 분명히 거기 있었던 아름다움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었을까?
삶은 아주 빠르다. 삶은 우리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려다 놓는다. 단 몇초 사이에.
아름다움의 힘. 못생긴 여자들에게 세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누군가에게 또는 무언가에 충실하려면, 우선 나자신에게 충실해야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면, 내가 했던 보잘것 없는 사람들과 먼저 결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속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나에게 속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구태여 걱정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오늘이 내 존재의 첫날이거나 마지막 날인 양 사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사이에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은, 특히 부모과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
나도 알아. 네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서명하기 전에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봤다면, 네가 어디로 기어드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거야. 스위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망정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재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있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를 하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분 밖에 안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인간은, 갈증은 일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없이 몇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을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사랑한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각자가 느끼는 것은 각자의 책임일 뿐, 그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선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랄프 하르트-화가, 밀랑-코파카바나 주인
200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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