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주)사계절출판사, 2007
나는 그렇게 애틋하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보았다. 두 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 눈물이 핑돌곤 했는데, 6년전,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어려서 사랑이 뭔지 생각조차 못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리고 보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보고 싶어 했나보다. 어느날 밤, 오브 아저씨가 부엌에 앉아 메이 아줌마의 길고 노란 머리를 땋아주는 광경을 처음 보았을 때, 숲속에 가서 행복에 겨워 언제까지난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으니까.
기억은 나지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날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
가엷은 우리 엄마는 나를 받아 줄 누군가가 나타날 때까지 내가 살아갈 수 있을만큼 넉넉한 사람을 남겨두고 간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려는 것들은 꼭 붙잡으라고.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도록 태어났으니 서로를 꼭 붙들라고. 우리는 모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덕분에 아저씬 할 일이 생겼잖아.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말이야."
"르네상스 인간요. 역사시간에 배웠어요. 옛날에 유럽에는 르네상스 인간이라는 팔방미인이 있었대요.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연주하고, 시도 쓰는 사람들요. 그러면서 과학과 철학에 대해 토론했대요. 그러니까 여러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거죠. 그런 사람들을 르네상스 인간이라고 했대요."
그 애는 저녁 때까지 우리집에 있었다. 그러다가 아저씨와 내가 땅콩버터로 저녁을 때울 게 분명해보이자, 그제야 집에 가겠다고 일어섰다. 클리터스는 그 날 내가 왜 결석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브 아저씨의 잠옷차림에 대해서도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애는 분명히 특별한 재능이 있다.
어쩌면 두려움이란 우리를 키워주는 사람에게서 물려받는게 아닐까?
클리터스도, 나도 말이 없었다.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기엔 너무 조심스런 상황이란 걸 그 애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한때는 왜 하느님이 너를 이제야 주셨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지. 왜 이렇게 다 늙어서야 너를 만났을까? 나는 집안이 좁을만큼 뚱뚱한데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아저씨는 해골처럼 삐쩍 마르고 관절염까지 앓고 있으니 말이야. 3,40년 전에 너를 만났다면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일들을 이제는 해주지 못하잖니. 하지만 그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어느날 답이 떠오르더구나.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길 기다리신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다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늙어서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 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하게 해주신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고 하나가 되었지. 그렇게 단순한 거 였단다.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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