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보령에서의 하룻 밤

햇살처럼-이명우 2011. 7. 13. 09:41

오늘 교육 강사로 보령출장소 김00차장이 왔다.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사람이다. 혼자 베낭여행을 즐기고, 필리핀이나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서 밥한끼 흔쾌히 쏠 수 있는 넓은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섹소폰 연주도 수준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참 멋쟁이구나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후 보령으로 한번 오시죠? 이야기를 듣고 윤00차장님도 계시고 소장님도 아는분인데 에라 내친김에 한번 가보자.

  당진제철소에서 보령출장소까지는 편도90km 정도 거리다. 자동차로 달려 5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차가 없어서 자동차가 가는데로 달렸다. 보령시의 명물 큰 로타리 옆에 사무실이 있었다. 1층에는 쉐보레 매장이 있고, 2층이 사무실이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소장님과 김차장님, 윤차장님이 환하게 반겨주신다. 내일 관리감독자 교육이 있어 교재가 세팅되어 있는 강의장은 아담했다. 70석이라고 했는데 70명이 다 앉으면 좁게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다. 스크린의 위치도  칠판을 절반 쯤 가려지게 설치되어있어 흠이었고, 화장실과 흡연장의 크기도 조금은 불편할 것으로 보였다. 화장실은 남여화장실로 구분되어 있고, 남자화장실은 소변기가 2개 밖에 없어서 복잡하겠다.흡연실도 좁아서 담배를 피는 교육생들에게는 무척 불편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흡연장과 강의장 사이에 출입문 하나밖에 없어서 담배연기가 강의 장으로 들어와서 담배를 피지않는 사람들에게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였다. 자료실로 쓰는 창고공간도 매우 협소하여 교육자료나 기타 물품을 수납하기에도 불편하게 보였다. 비교적 사무실은 깨끗하고, 특히 개소식때 들어온 화분이 싱싱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것이 눈에 띄었다. 한주임이 매일 매일 정성을 쏟은 결과라고 한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저녁식사를 위해 나간다. 소장님은 손님이 오셨다고 누룽지오리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소주도 한 잔 곁들인다. 누룽지탕과 오리탕이 같이 나오는데 담백하고 맛이 좋아 너무 많이 먹었다. 소주는 1병으로 4명이 나누어 먹었으니 나도 2잔을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음 헤어져서, 김차장님은 집으로, 박소장님은 숙소로, 나와 윤차장님은 스크린한판 하러 골프존에 간다. 가는 길을 잘 몰라 두번이나 헤맨 끝에 이마트 건너편에 있는 골프존에 가서 한판 한다. 내 채가 아니어서 맞추기가 어렵다. 스카이72에 갔는데, +21 . 잘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드라이버 OB는 어쩔수 없다. 다운스윙을 조금 천천히 임팩에 신경을 써야하는데 거리욕심이 내 시야를 가로막는 바람에 결국은 양파도 했다. 대접을 받는 자리라 저녁을 남기지 않고 너무 배불리 먹었더니 영 몸도 무겁고 불편하다. 다음부터는 저녁을 과식하면 안되겠다.

  스크린 끝나고 사무실 근처로 돌아오는데 빗길 야간운전이라 잘 보이지 않고, 시야도 좁아 매우 위험하다. 옆 차선에 택시가 휙 지나가니 차선을 똑바로 가고 있는지도 구분이 안간다. 사무실근처에 가서 내 차를 타고 숙소를 정한다.

  윈저호텔에 올라갔는데 카운터에서 세사람이 술에취해서 싸우고 있다. 얼른 내려와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려고 나왔다. W모텔이라는데 들어 갔다. 특실이 35,000원 이었다. 너무 싼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나 방에 올라가니 곰팡이 냄새와 모양새 등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되었고, 얼른 자고 내일 새벽에 올라가야하니 그냥 잔다. 한참을 자다가 초인종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더니 어떤 여자가 서서 "커피 시키셨죠?"라고 한다. 당황 황당해 하며 아니라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무슨 커피냐고 이야기 했지만 이여자 막무가내다. 카운터에서 505호로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면서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을 수 없게 버틴다. 우아 답답해서 "잠자다 초인종 소리에 놀라 문열었는데 커피는 무슨 커피요?" 라고 했지만 글쎄 저는 카운터에서 505호로 가라고 해서 왔어요 하면서 계속 문고리를 잡고 버틴다. "카운터에 가서 다시 확인해보라, 나는 커피 시킨적이 없다." 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문을 세게 당겨 닫아 잠그고 앉았는데 잠이오지 않는다. 겨우 진정해서 참을 청한다. 시계를보니 새벽 3시 40분이다.

  아침 5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 이리저리 뒤척거리다가 5시 30분에 샤워한다. 양치하고, 면도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밀크로숀의 품질도 마음이 불편할 정도다.

 

  자동차를 달려 제철소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만일 오늘 새벽에 내가 문을 열어주었을 때 만약에 밖에서 건장한 남자 두명이 그 여자와 같이와서 "돈 내놔!" 라고 행패를 부렸다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내 차림은 팬티바람에 부시시 잠 덜 깬 모습이겠다. 억지를 부리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확 돋았다. 출장와서 숙소에서 자면서 밤에 함부로 문을 열어줘서는 안되겠구나. 보령에서의 하룻밤은 나에게 좋은 교훈을 주었다. 동료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

  오늘도 또 비가 온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내려오고 있고, 태풍 망온이 올라온다 한다. 날씨는 눅눅하지만 마음만은 뽀송뽀송한 하루가 되도록 노력하자.

 

  2011. 7. 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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