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기대체계>

햇살처럼-이명우 2011. 11. 29. 16:46

<기대체계>

뇌연구자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는 스위스 프리부스 대학 연구실에서 원숭이의 뇌에 있는 몇몇 특정한 세포를 관찰하여 도파민(쾌락의 물질)이 어떻게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그는 파킨슨병에 대한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도파민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근육을 더 이상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한다. 슐츠는 원숭이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흑질에서 생성되는 도파민-뉴런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그가 관찰한 뉴런들은 움직임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게 분명했다. 실험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실험에 동참해준 원숭이들에게 노력의 대가는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슐츠의 동료 하나가 사과 몇 조각을 우리 속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뉴런들이 미친듯이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슐츠는 전한다.
슐츠와 그의 동료가 발견한 것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담당하는 회로였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바로 이 회로가 인간의 경우에도 미래의 것에 대한 기대와 기쁨을 책임진다. 슐츠와 그의 동료들은 이 뉴런들을 면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뉴런들이 실제로 어떤 보상이 기대되는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의 그 다음단계에서 실험동물들은 앞으로 먹게 될 식사를 기다리도록 훈련되었다. 연구자들은 사과를 주기 전에 전등불을 깜박였다. 처음에는 달라진게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몇 번 시도하자 뉴런들은 전등불이 깜박이자마자 튀어올랐다. 하지만 전등불이 깜박이고 몇 분 지난 뒤 연구자들이 예견된 과일을 들고 다가갔을 때 뉴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 뉴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게끔 자극한 것은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였지 먹을 것 그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뇌의 이 메카니즘을 '기대체계'라고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기대속에 최고의 쾌락이 놓여있다고들 말해왔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대 속에 약속된 보상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흥분을 보이지 않는다. 월급을 올려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회사원은 기뻐한다. 그러나 막상 오른 월급이 자신의 계좌에 착실히 입금될 때 그의 기쁨은 그다지 크지 않다. 원숭이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만일 예상한 것이 기대 이상으로 실현된다면 무슨일이 일어알 것인가? 연구자들이 불빛 신호를 준 다음 평소처럼 사과를 들고 가는 대신 건포도를 들고 갔을 때, 이 맛난 음식을 보자마자 원숭이들의 뉴런들이 격렬하게 튀어올랐다. 이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 즐거운 흥분을 야기시킨 모양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일이 몇번 반복되자 이 충격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제 동물들은 더 나은 식사에 길들여진 것이다. 매일 저녁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샴페인을 보아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않게 된다.

- 행복의 공식(슈테판 클라인, 웅진지식하우스, 200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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