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리처드 라이언 로체스터대학 교수는 보상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보상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초기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보상을 통제, 즉 특정행동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하지만 상황을 잘 조정하기만 한다면 보상이 자기가 잘해낸 일에 대한 인정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라이언은 정말 그렇다면 내면의 동기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라이언은 이 차이가 보상을 주는 사람의 의도와 보상을 주는 방식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보상은 대개 권력을 누리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 주는 것이 보통이다. 통제할 의도로, 좀 더 듣기 좋게 얘기하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보상을 주기 때문에 받는 사람은 그 보상을 통제당하는 경험으로 인식한다.
보상이 통제로 받아들여진 불운한 예"
뉴욕외곽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대학생을 생각해보자. 그의 부모님은 변호사인데 아들도 대를 이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란다. 아들은 법학 예비과정을 시작하지만 곧 자기가 정말 하고싶은 건 영화라는 걸 깨닫는다.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아들은 부모님에게 전공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반응은 싸늘하다. "좋아! 하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하렴. 대학시절을 낭비하겠다는데 학비를 대줄 생각은 없단다."
부모는 아들에게 명문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값비싼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이 알게 모르게 아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부모에게 돈은 가족이 공유하는 자원이 아니라 아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만드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아들 역시 그런 의도를 은연중에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학비지원을 끊어버리면서 부무자식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아들과 부모는 서먹서먹 해졌다. 이것은 보상이 통제로 받아들여진 불운한 예다.
보상의 부정적인 결과
내게는 여섯살짜리 꼬마 친구가 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리자인데, 일 년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악기라고는 바이올린 하나만 가르쳤다. 그래서 리자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바이올린 수업을 받았다. 완벽주의자였던 리자는 실패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처음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리자는 연습 때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압박감을 받았다. 결국 내적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리자는 연습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레슨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난 무렵, 선생님은 학생들의 연습동기를 북돋을 방법을 하나 생각해 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연습시간을 채우면 별 하나를 받고, 그렇게 별을 몇개 모으면 상품을 준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연습을 하면서 압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 시간 자체를 피하지는 않았다.
나는 리자의 이런 변화가 흥미로웠다. 연습해야 할 시간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면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리자는 연습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다. 리자는 정해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에 연습을 그만두었다. 다만 연습을 하는 동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시계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바이올린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정해진 연습시간을 채우는 데만 신경을 썼다.
몇 달이 흐르고 어느 일요일이었다. 리자는 부모님에게 자꾸만 바이올린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번보다 열의는 적어 보였다. 마침내 어머니가 "좋아, 이제 연습을 하자."고 말했다. 어머니는 딸 옆에 앉아 연습을 지켜 보았다. 연습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대충 자세를 잡고 앉아 이미 충분한 연습을 한 쉬운 곡들만 연주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달래며 연습을 계속하라고 했다. 결국 새로운 곡을 연습하던 리자는 실수를 저지르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후 아버지가 방에 들어왔다.
" 이제 바이올린을 내려놓아라. 내일 밤에 아빠가 봐줄 테니 그 때 다시 연습하렴."
" 싫어요. 지금 해야 해요.!"
리자는 화를 내고 다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실수를 하자 아이는 속이 상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버지는 바이올린을 빼앗아 장 속에 넣 고 잠시 아이가 진정할 시간을 준 뒤 차분히 말을 시작했다. 아이가 왜 그렇게 자신을 압박하는 지 궁금했던 것이다.
"왜 오늘 꼭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니?"
아버지가 물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상황을 파악해복 작정이었다.
리자가 설명했다.
" 오늘 연습을 하지 않으면 별을 받을 수 없어요. 그럼 친구들이 상품을 받을 때 나만 받지 못할 것예요."
선생님이 도입한 동기부여 장치가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준 압박감은 정말 놀라웠다.
" 상품은 무얼 준다고 하니?"
리자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상품이 무엇이든 간에 리자가 상품을 받지 못하면 자기가 주겠다고 약속했다.
놀란 리자가 물었다.
" 그럼 상품을 받기 위해 연습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 그래, 연습을 하든 안 하든 넌 상품을 받게 될 거야"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자 긴장이 풀린 리자는 훨씬 편해진 모습으로 연습을 했다. 바이올린 연주가 이제 다시 리자에게 즐거운 일이 된 것이다.
보상이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리자 이야기의 앞부분만을 강조한다. 아이가 보상을 받으면서 어떻게 바이올린 연습과 심부름과 숙제를 하게 되었는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나 역시 보상이 늘 나쁘다고는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보상이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일도 종종 있는데, 보상 옹호론자들은 그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상은 좀 더 규칙적으로 바이올린 연습을 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원했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 리자의 사례에서 그런 예를 분명히 볼 수 있다.
보상 방식은 얼마나 연습하면 좋을지를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리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보상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적절한 대화를 했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연습하면 적당할 지 절충할 수 있었다면 부정적인 효과는 전혀없이 처음에 맞닥뜨렸던 저항을 극복할 수 있었다.
통제하겠다는 의도없이 보상을 주려면 아주 솔직해져야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쉬운일이 아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원하는 틀에 넣어 맞추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그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모범을 보이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살게끔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보상을 사용한다. 부모가 강요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길이라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게 유익한 행동을 하게 하기 위해 보상을 동원해 압박한다면, 그것은 정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존마셜 리브(Johnmarshall Reeve)와 나는 라이언의 보상연구 실험에 경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해 보았다. 한 피험자 집단에는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 후 경쟁에서 이기게 했고, 다른 피험자 집단에게는 그런 압박감을 주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게 했다.
흥미롭게도 결과는 라이언의 실험결과와 같았다.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쟁으로 내몰았던 피험자는 경쟁 때문에 내면의 동기가 현저히 약해졌다. 반면 그런 압박감을 받지 않고 최선을 다해 먼저 끝내라는 말만 들은 피험자에게는 경쟁이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이 경쟁 실험에서는 아무런 압박감도 받지 않고 경쟁에 패배하도록 유도한 피험자 집단도 있었다. 이들은 내면의 동기가 극히 낮았다. 모든 결과를 종합해보면 경쟁이 늘 내면의 동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참으로 미묘한 문제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은 경우에는 경쟁에 승리했다고 해도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는 브 부정적인 효과가 한층 더 크게 나타났다.
2011. 12. 14
마음의 작동법(에드워드 L. 데시, 에코의 서재,201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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