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선과 악의 얼굴은 똑같다.

햇살처럼-이명우 2013. 1. 11. 08:53

"선과 악의 얼굴은 똑같다. 모든 것은 오로지 선과 악이 인간 존재의 길과 마주치는 순간에 달려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최후의 만찬>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큰 난관에 부딫쳤다. 예수의 이미지를 통해 선을, 그리고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예수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유다를 통해 악을 표현해야만 했다. 그는 작업을 멈추고 이상적인 모델들을 찾아 나섰다.
합창 공연에 참석한 어느 날, 그는 한 합창단원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완벽한 이미지를 발견했다. 그느 그 단원에게 자신의 아틀리에로 와 달라고 부탁했고, 그를 모델로 많은 습작과 스케치를 했다.
그로부터 삼년이 지나 <최후의 만찬>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때까지도 유다의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작품을 의뢰한 추기경은 벽화를 빨리 끝내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을 찾아 헤맨 끝에 화가는 드디어 누더기를 걸친 채 고주망태가 되어 도랑에 쓰러져 있는 조로(早老)한 젊은이를 찾아냈습니다. 크로키를 할 시간도 없어서 조수들을 시켜 그를 곧 성당으로 데려갔다.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조수들은 젊은이를 일으켜 세워 모델이 되게 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 얼굴에서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부도덕, 죄악, 이기심을 화폭에 옮겨놓을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작업을 끝냈을 때, 술기운에서 깨어나 눈을 뜬 거지가 벽화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놀라움과 슬픔에 젖은 목소리고 외쳤다.

"이 그림을 본 적이 있어!"

"언제?"

크게 놀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물었다.

"삼 년 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난 한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내 모든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고 있었소. 그때 어떤 화가의 부탁으로 이 그림의 예수를 그리는 모델이 되어주었죠."

- 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