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도쿠가와 이에야스 8,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반 년에 오천명 씩 잃는다면 삼만을 잃는데 몇 년이 걸릴 것 같나?"
"호호호, 또 농담을 하시는군요. 삼년이면 모두 잃게 되겠군요."
"바보같으니라고, 그런 계산은 아이들이나 하는거야. 삼만의 군사가 일만으로 줄어들면 노장과 중신들이 모두 떠나 멸망하게 돼."
'너무 일찍 중용했어......'
지나치게 출세한 자에게는 어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 점에 착안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이에야스는 이번 전진戰陳 배치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승리만 계속하는 자와 여러 번 고전한 경험자를 혼동해서는 안되었다. 우습게 보다가 패배를 맛보거나 지나치게 신중하여 이길 기회를 잃는자가 나타날지도 몰랐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성질이 고약한 벌레가 살고 있다. 이 벌레는 일단 각오를 굳힐 때 까지는 이상할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발견하면 이번에는 지나치게 대담해 진다. 생사일여生死一如니 하며 달관한 듯한 말을 하면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때 조차도 죽음을 택하려고 한다.
"그대는 오백과 일만오천의 주판을 놓을 줄 모르는 것 같군. 헛되이 병사 하나를 잃는 것은 서른 명을 잃는 것과 같아. 스무명을 잃으면 육백 명을 잃는 것과 같다는 걸 모르겠나? 경거망동하여 출동하는 것은 결코 용서치 않겠다. 장렬한 전사보다도 고통의 밑바닥에서 끈기 있게 버티는 것이 이번 전투의 용사임을 명심하라."
원래 일본에서 전투는 요란하게 무장을 하고 맞서는 무사와 무사의 1대 1 싸움이었다. 언제나 가문의 긍지를 내세우며 서로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대고 나가 싸우곤 했다.
다케다 군은 아직 그 유품을 대부분 답습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노부나가는 이름도 없는 아시가루에게 총포를 가지고 싸우게 하는 단체전으로 맞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 결과 아무리 준족駿足인 기마무사라도 총포만 있으면 아시가루 집단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전술상, 사상상思想上의 대 혁명을 이룩했다.
옛날에는 소수의 정선된 대장이나 용사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녹봉을 주어야만 했다. 지금은 총포만 있으면, 그리고 총포의 전투법을 개발해 나가면 노부나가의 군사에 대항할 상대가 없다는 확실한 답이 나왔다.
"나는 결코 그대들의 활약이 미흡했다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오다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승패가 뒤집혔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네."
이에야스가 본 바에 따르면,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쟁에 진쪽이 멸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긴 쪽 역시 오래지 않아 반드시 파멸의 길을 걸었다. 승리와 자만심의 함수관계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습성인 듯.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에야스는 노부나가도 역시 지나치게 자만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승리하면 자만해 진다. 자만해 진다는 것은 횡포의 다른 말.
평생토록 절대로 주인을 갖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이에야스......
"인간이란 말일세, 승리했을 때는 어째서 승리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법일세. 그래서 나는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기록해 보았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 첫 번째 원인은 그대들의 놀라운 용맹에 있었어. 오로지 나를 위해 상하가 하나로 뭉쳐 일사분란하게 싸운 강력한 힘......그것이 없었다면 오다군은 원병을 보내지 않았을거야. 원병이 오지 않았다면 멸망했을 것일세. 아니, 그 보다도 그대들의 충성스런 무용이 없었다면 오다님은 단지 우리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를 공격하여 멸망시켯을지도 몰라. 도와주어도 아무 소득이 없을 테니까...... 승리한 두 번째 원인은 운이었어. 운은 그대로 기다리기만 해서는 찾아오지 않아. 내가 손을 잡아야 할 상대는 다케다나 호죠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경계를 접하고 있는 오다님과 손을 잡은데에 운이 따른거야.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정책상으로 볼 때는 오다님과 나는 어느 쪽이든 이미 멸망했을 것일게. 그런데 서쪽의 오다님, 동쪽의 내가 동맹한 것이 잘 된 일이었어. 이 운이 앞으로도 우리를 따를 것이라 생각하면 잘못이야. 그래서 나는 우리가 갈 길, 걸어야 할 길을 이렇게 생각했네......"
"나는 앞으로 어떤 적을 맞이해도 오다님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비로소 운이 나에게 미소를 던질 것이라고 믿어. 그 때까지는 위험한 전쟁은 모두 피하겠네. 승리의 기세를 몰아 다시 전쟁을 벌이기 전에, 가신들 중에 아직 내 눈에 미치지 못해 묻혀있는 사람은 없는지 찾아볼 생각일세. 팔십만석 남짓한 영지이므로 구석구석까지 신경을 써서 모두가 다 같이 유복해지도록 신불에게 맹세하고 노력하려고 하네."
이번 경우에는 중신들에게로 불찰은 있었다. 모두 무용에 뛰어나고 충성과 진실한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으나 외교수완이나 정치수완은 능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것은 무사답지 못한 일이라 하여 싫어하고 입을 다무는 결점이 있었다.
"잘 생각하도록 하세. 가문을 어지럽히지도 않고 또 노부나가 님에게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잘 생각해 처리하세. 큰 나무를 노리를 것은 바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2010. 1. 26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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