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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도쿠가와 이에야스 9.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0

햇살처럼-이명우 2013. 3. 12. 18:29

350. 도쿠가와 이에야스 9.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0

"고집스런 녀석, 처음부터 고개를 흔들지 말고 내 말을 잘 한번 곱씹어 보아라. 알겠나. 나는 무장이야. 평화를 바라고 정의를 내세우면서 많은 사람을 죽여왔어......그러한 내가 자식사랑에 못이겨 모든 사람이 가문의 기둥임을 인정하는 그대를 일부러 죽에 할 것이라 생각한단 말인가? 그대가 죽고나서 노부야스도 할복하게 된다면 도대체 나는 어쩌라는 말인가? 이에야스는 살인죄조차 깨닫지 못하는 무도한 자.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소중한 중신을 죽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까지 잃은 경박하기 짝이 없는 자......사람들이 비웃지도 않을지 모르나, 그런 경박한 자에게 신불의 가호는 있을 수 없다고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이에야스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죄업의 덩어리로 전락한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어디까지나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의 뜻에 따라......

"원래 무장의 임무는 자기 목숨을 버리고 천황을 섬기는데 있다......그렇게만 말한다면 넌 알아듣지 못할게다. 천황을 섬긴다는 것은 천황의 보물, 즉 백성들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야. 백성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목숨 하나 쯤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장이다.

아버지는 과연 난세의 남자답게 조심성과 끈기가 있었고, 어머니는 여자의 입장에 너무 집착하여 자아自我를 굽히지 안았다. 그 어느 쪽이 옳은지는 노부야스 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든 이면에서는 자라온 세계의 차이를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처럼 자랐으면 반드시 어버기 같이 될 것이고, 어머니처럼 자랐으면 대개는 어머니 같이 될 것이야......'

"사부로"
"너의 죽음은 이 아비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무武 만을 너무 중히 여겨왔어......이 이에야스의 마음을 읽고 뭇 장수들과 능숙하게 교섭을 벌일 수 있는 가신을 두지 못했어. 앞으로는 그 쪽에 힘을 기울이겠다."
아닌게 아니라 이에야스의 측근은 무신들 뿐이었다. 우직하고 순수한 반면에 성을 잘 내고 남의 술수에 쉽게 넘어갔다. 이번 일만해도 사카이 타다츠구와 오쿠보 타다요에게 조금만 외교적 수완이 있었다면 이런 비참한 결과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노부야스를 벌하다니 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쪽을 제압하는 힘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주장하고 꺾이지 않았다면 노부나가도 자기 고집만 내세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해바라기는 하루 아침 뿐인 목숨이지만 그 짧은 동안에 마음껏 피어납니다."

일찍 지는 꽃이라 아쉬워마라.
언젠가는 폭풍 몰라치는 봄의 황혼이 오게 마련이거늘

'지금 분개하면 안된다. 분개하면 상대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 미츠히데는 일부러 대머리를 깊이 숙였다.

사랑은 역시 언제나 위해한 전략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떤 일이든 어느 한 면만을 보지 않고 항상 안팎과 좌우를 깊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성격은 확실히 이에야스와 흡사했다.

이에야스는 노부나가가 마음의 규모를 원심遠心 쪽으로 넓혀나갈 수록 자신은 구심求心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향하려는 마음과 안으로 향하려는 마음은 절대로 충돌할 우려가 없다. 그러나 만일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불행한 충돌이 일어날터. 노부나가가 어떻게 하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을까하고 고심하고 있을 때, 이에야스는 자기가 태어난 땅에 배어 있는 눈물을 되씹고 있다......

 

'삼십오년 그 동안 이 사람과 용케도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지내왔구나......'

 

'그는 역시 우다이진도 아니고 천하를 손에 넣을 사람도 아니었다. 난마처럼 얽혀 손을 댈 수 없는 전국戰國에 하나의 길을 트기 위새 산을 깎고 나무를 베고 숲을 불태운 파괴자였다. 그 파괴자가 자기 피를 뿌려가며 파헤친 땅에서 열매를 수확할 자는 따로 있을 것이다.' 노히메는 말했다.

 

인간도, 그리고 인간이 만든 모든 것도 언젠가는 모두 '무無'로 돌아간다. 누가 조종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 모든 것을 불가사의한 광대의 실끝에 매달려 있다. 이미 란마루는 그 영리한 목을 사쿠베에에게 건넸을 터. 아니. 그의 목은 사쿠베에가 자른 것이 아니다. 얼마 안있어 사쿠베에에게도 미츠히데에게도 똑 같은 맛을 보여주려는 광대의 짓임에 틀림없다. 그 냉험한 '사실'을 노히메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노부나가도 란마루도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 깨달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사쿠베에나 미츠히데, 또 그들을 둘러싼 많은 '살아있는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줄로만 알고 그 익살스러운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노히메는 문득 자신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인생 50년'을 노래 부르던 노부나가는 49세에 혼노사의 연기로 사라져 갔다.

 

201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