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창비, 2009
이렇듯 세밀하고 감성적인 묘사와 가슴이 울리는 표현은 일찍이 읽어보지 못했다. 아니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잊고지낸 시간 동안의 그리움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책에 집중할 때면 자꾸자꾸 눈물이 빠져나와 천장을 바라보고 그냥 말리려고 애써보았지만 눈물의 양이 항상 많았다. 참 많이 울었다. 문장 문장 뜯어보며, 생각나는 옛일이며......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 일까. 엄마에 대한 기억은?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어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 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 항아리 뚜껑을 깨다니?
- 끝이 보여야 말이지. 그래도 농사일은 봄에 씨앗을 뿌리면 가을에 거두잖여. 시금치 씨를 뿌린 곳에선 시금치가 나고, 옥수수 씨를 뿌린디선 옥수수가 나고......한디 그놈의 부엌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야. 아침 먹음 곧 점심 되고 또 금세 저녁 때고 날 밝으면 또 아침이고......반찬이라도 뭐 다른 것을 만들 여유가 있음 덜 했겟는데 밭에 심은 것이 똑 같으니 맨 그 나물에 그 반찬. 그걸 끝도없이 해대고 있으니 화딱증이 날 때도 있었지. 부엌이 감옥 같을 때는 장독대에 나가 못생긴 독 뚜껑을 하나 골라서 담벼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단다. 내가 그랬다는 것을 니 고모는 모른다. 알면 미친년이라고 하지 않았겠냐, 멀쩡한 독 뚜껑을 집어던지곤 했으니.
너의 엄마는 이 삼일안에 새 뚜껑을 구해다가 독을 덮어 놓았다고 했다.
- 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맸는디도 멈출수는 없더구나. 독 뚜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나는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나는 돈을 많이 가지게 되며 수극장을 소유하고 싶다.
나는 남극에 가보고 싶다.
나는 산티아고 성지 트레킹을 떠나고 싶다.
아기가 울면 친할머니는 아기 운다, 어서 젖 물려라 하고, 외할머니는 저 애는 에미 힘들게 왜 저리 울어댄다냐......
스페인인가 하는 나라에는 산티아고라는 곳이 있다고 했던거, 거기에 순례자의 길이 있는데 삼십삼일 동안 걸어가는 길이라고 합디다. 내 딸아인 거길 가고 싶어 했소이.
작가의 말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 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가슴 아픈 사랑과 열정과 희생을 복원해 보려고 애썼을 뿐이다. 이로 인해 묻혀 있는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나의 소박한 희망이다.
2010. 4. 25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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