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수용소 군도,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찐, 열린책들, 2009
제1부 감옥기업
제1장 체포
제2장 숙청의 흐름
제3장 신문
제4장 푸른 제모
제5장 첫 감방, 첫 사랑
제6장 그 해 봄
제7장 기관실에서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하여, 대체 무엇이 <죄없는 사람들>을 체포, 투옥하게 만들었는가를 해명할 수는 없을까?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주 바뀌어 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한 것 같다. 더구나 1930년대 초기에는 이른바 <우익 기회주의>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유죄와 무죄에 대한 낡은 개념에 입각하여 설명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앞날을 예언하기 좋아했던 체호프의 희곡 속에 등장하는 인텔리들에게 앞으로 20년이나 30년, 그리고 40년 후의 러시아에서는 사람의 두개골을 무쇠로 압착하는 고문적인 신문(訊問)이 자행될 것이고, 산(酸)이 든 욕조 속에 사람을 집어 넣기도 하고, 난로 불에 시뻘겋게 달군 쇠꼬치로 항문을 쑤시기도 하고 (<비밀의 낙인 >), 장화를 신은 구둣발로 서서히 생식기를 짓누르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일주일씩 잠을 재우지 않거나 물을 주지 않음으로써 불면과 갈증으로 고통을 주기도 하고, 만신창이가 되도록 사람을 때려서 피투성이의 고깃덩어리로 만드는 고문행위가 자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체호프의 희곡은 단 한 편도 끝까지 상연되지 못했을 것이고, 거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모두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고 말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니, 체호프의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엽의 정상적인 러시아인이라면 (러시아 사회민주 노동당원들가지도 포함해서) 아무도 이 말은 믿을 수 없었을 것이고, 또 밝은 미래에 대한 이러한 중상을 참아낼 수 있는 사람도 없었으리라.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의 차이는 심리할 근거가 있느냐의 여부를 가리는 예비과정이 신문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단번에 죄를 뒤집어 씌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협박과 고문은 불가피하며, 상대방의 죄가 허무맹랑한 것일수록 고백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더욱 가혹한 신문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몸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죄수의 의지와 인격을 꺾는 가장 간단한 몇 가지 방법을 열거해 보기로 하자.
1. 밤에 행한다.
2. 성실한 태도로 <설득시키는 방법>
<자네도 알다시피, 어차피 형(刑)은 피할 수 없지 않느냐 말이야. 그러나 자네가 저항을 한다면 자네는 이 감옥에서 <<가지가지 고통을 겪은>> 끝에 건강을 해치고 말거야. 그 대신 수용소로 가면 공기와 햇빛을 볼 수 있지 않느냐 말이야...... 자. 그러니 빨리 서명을 하는 편이 자네를 위해서도 좋을거야>
3. 난폭한 <욕설>
4. <심리적인 콘트라스트에 의한 충격주기> 상냥한 태도 → 이 개새끼야!
5. 미리<모욕>을 주는 방법 알몸, 칸막이, 사람들의 구경
6. 심리중의 피고를 <혼란>에 빠뜨리기, 여성 심문관 옷벗기
7. <위협하는 방법>
8. <허위>
9.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착을 희롱하는 방법>
10. <음향>효과
11. <간질이기> 새털로 콧구멍 간질이기
12. 피고의 살에 대고 담배를 비벼 끄기
13. <조명>을 이용하는 방법
14. 왔다갔다 끌려다니기
15. 감옥은 궤짝이나 장롱 같은 <칸막이> 별실에서부터 시작된다.
16. 의자 끝에 앉혀 놓기
17. <사단의 구덩이> 3미터 깊이, 2미터 넓이 구덩이에 던져짐
18. <무릎꿇게> 하기
19. <서 있게>하기
20. <물을 마실 수 없는 것>
21. <잠 안재우기>
22. <컨베이어식 신문>
23. <빈대 감방>
24. <징벌 감방> 냉방, 불덩이 감방
25. <움푹 패인 벽 속에 갇힌 채 서있어야 하는 것>
26. <기아>
27.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구타> 고무 방망이, 나무망치, 모래주머니, 이빨 부러뜨리기
28. 손톱 압착
29. <삼베 재킷>
30. 척추골절
31. 재갈 물리기
S.P 멜리구노프는 <제정시대이 감옥은 행복한 추억이다. 지금도 정치범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때의 감옥을 회상하곤 한다>
아. 이 건물 곳에서 얼마나 많은 노작과 사색들이 파멸되었을까. 완전히 파멸된 문화! 아, 그을음, 루비얀까 굴뚝의 그을음이여.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우리 세대의 실정을 모르고 우리를 우둔하고, 무능하고, 비겁했다고 평가할 생각을 하니 더욱 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 그것은 독이다. 그것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나 타인이 물질적 권력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들 위의 뭔가 숭고한 것을 믿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도 그다지 치명적인 독이 되지 못한다. 반면에 상부세계를 상실한 자에게는 권력도 그야말로 죽음의 독이다. 이 독에 일단 감염되기만 하면 이미 구원의 길은 없는 것이다.
201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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