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알렉산드로, 이사예비치 솔제니친, 문예출판사, 1999
A.솔제니친 (1918. 11~ )
김재현 원장님이 추천하신 책이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 확인하는 내용이다. 스탈린 시대의 수용소 생활의 단면을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주인동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수술도 필요 없으나, 입원은 해야하는 그런 편리한 병은 없을까? 3주일 쯤 꼼짝않고 드러누워 편히 쉴 수만 있다면, 건더기 하나 없는 멀건 채소국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아침에 작업장으로 나갈 때 처럼 괴로운 순간도 별로 없을 것이다. 어둡고, 춥고, 뱃속은 벌써 비어있다. 앞으로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암담해진다. 입이 무거워져서 아무에게도 말 한마디 건네고 싶지 않다.
슈호프는 바람막이를 위해 준비한 헝겊을 꺼내 쓰기로 했다. 대부분의 죄수가 그렇듯이, 슈호프도 바람에 대비하여 양쪽 끝에 끈이 달린 헝겊을 가지고 다닌다. 이런 헝겊조각 하나면 얼굴에 감아도 한결 낫다.
죄수들의 상념이란 결국 똑 같은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매트리스 속에 감춰둔 빵은 무사할까? 오늘 저녁 의무실에 가면 작업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 해군 중령은 정말 영창에 들어갈까? 체자리의 그 푹신푹신한 셔추는 도대체 어떻게 손에 넣은 것일까?
슈호프의 곁에 있던 알료샤가 아침 해를 보자 반가운듯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움푹 들어간 두 볼, 아무런 '벌이'도 하지않고 배급되는 식량만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처지에 대관절 무엇이 좋아서 히죽거리는지 모르겠다.
도중에 제82작업반을 만났다. 구덩이를 파고 있다. 구멍은 작아도 좋다. 지름이 50cm, 깊이가 역시 50cm, 그렇지만 이 곳은 여름에도 땅이 바윗돌처럼 굳다. 게다가 지금은 꽁꽁 얼어붙어서 그 것을 파헤치기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곡괭이를 내리쳐도 끝이 미끄러지면서 불똥이 튈 뿐 땅에는 자국조차 나지 않는다. 죄수들은 각자의 구덩이 앞에 선 채 구멍을 팔 엄두도 못내는 모양이었다. 몸을 녹일 장소도 없고, 그렇다고 제자리를 떠나라는 명령도 없다. 하는 수 없다. 또 한번 곡괭이를 휘둘러 본다. 그것이 동사릉 면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그러나 49년 부터는 시대가 바뀌어, 일단 걸려들기만 하면 무조건 25년이다. 10년이라는 돌을 깨물고서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25년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젠 고향마을 춤게네보와 자기집을 회상하는 시간도 점점 없어져간다. 기상 시간부터 취침 시간까지 하루 종일 들볶이는 수용소 생활이, 그로 하여금 이렇듯 안일한 회상에 잠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배는 은혜를 모른다. 어제의 은혜 같은 것은 씻은 듯이 잊어버리고, 내일이면 또 다시 시끄럽게 조르기 시작할 것이다.
슈호프는 말없이 천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없는지 이제는 그것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다. 저녁마다 앞으로 남은 형기를 손 꼽아 세어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후엔 그것도 싫증이 났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엔, 형기가 끝나더라도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지(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 등의 변방)로 쫒겨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여기보다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에게는 분명치 않다. 슈호프가 자유를 갈망한 것은, 다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가지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형기가 끝나도 집으로 돌려보낼 것 같지가 않다......
노벨 문학상 수상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958) <닥터 지바고>
숄로 호프(1970) <고요한 돈 강(江)>
솔제니친(1970)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수용소 군도, 암병동, 연옥 1번지
2011. 2. 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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