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칼 세이건, (주)사이언스 북스, 2002
1989년 보이저 1호가 해왕성, 명왕성 근처를 지날 때, 카메라를 지구로 돌렸다...... 몇 사람의 계획 종사자들이 반대했다. <이건 과학이 아니야>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지구 뿐만 아니라 태양이 9개의 행성 중 다른 5개 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은 태양의 강한 광채 속에 파묻혀 버렸고, 화성과 명왕성은 너무 작고 쪼이는 햇빛이 너무 적거나 너무 멀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너무 어두워 찍는데 긴 노출시간이 필요하므로 우주선의 움직임 때문에 상이 번져 보인다. 행성들이 보이는 모습일 것이다.
이 거리에서는 행성들이 빛나는 점들로 보일 뿐이다. 그들은 지표에서 맨눈에 보이는 행성처럼 대부분의 별들 보다도 밝게 빛나는 점들로 보인다. 지구도 다른 행성처럼 수 개월 동안에 걸쳐 별들 사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런 점들을 그저 보아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 표면에 무엇이 있는지, 그 과거가 어떠했는지, 현재 거기에 무엇이 사는지 알 수 없다.
우주선으로부터 반사된 태양광선 때문에 지구는, 마치 이 작은 천체에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다는 듯이, 광선 속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기하학과 광학의 우연한 효과에 지나지 않다. 태양은 모든 방에 고르게 빛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 하늘 색의 빛깔은 웬일일까? 푸른 색의 일부는 바다에서, 일부는 하늘에서 온다. 물은 유리 그릇 속에서는 투명하지만 푸른 색 보다는 붉은 색을 더 잘 흡수한다. 만약 깊이가 수십미터 이상인 물이 있으면 붉은 빛은 모드 흡수되어 공간으로 반사되는 빛은 주로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다.
......멀리 떨어진 조망대에서 본다면 지구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직자와 죄인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 구석의 일시적인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보라. 또, 이 점의 어느 한 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한 구석의 주민들에게 지탱했던 무수한 잔인한 행위들, 그들은 얼마나 빈번하게 오해를 했고,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보라.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서 우리의 미천함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데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올 징조는 하나도 없다.......천문학은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이라고 말해져 왔다.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데 우리의 조그만 천체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 이상가는 것은 없다.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하고 푸른 점(지구)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상상한다> - 데모스테네스 -
적어도 지금까지의 증거와 자연법칙을 생각한다면 설계자는 필요없다. 아마도 있다면 숨어있는, 발견되기를 매우 싫어하는 설계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한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과 우리의 부서지기 쉬운 행성의 큰 의미는 오로지 우리의 예지와 용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생명의 의미를 관리하는 자이다. 우리는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해주고,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우리가 저지른 유치한 실수로부터 우리를 구해주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지식은 무지보다 낫다. 힘든 진리는 마음을 달래주는 거짓말 보다 훨씬 더 나은 것이다.
201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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