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향연,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1
- 뱀과 백합
- 병든 시대
- 향연
- 신을 구하는 자
- 뱀과 백합.
당신은 잠들었고 나는 내 사랑의 노래를 당신 눈꺼풀과 다문 입술 위에 꽃잎처럼 뿌려집니다.
설혹 내 몸뚱아리가 욕정의 채찍질에 굴복한다 하더라도, 당신의 애무 아래 부르르 살을 떤다고 하더라도 , 가장 사랑하는 이여, 설혹 내 몸뚱아리가 관능의 열정의 땀으로 세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 이마는 여전히 건조하고 육체의 쾌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즐거움도 놀라움도 없이, 미소 짓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슬프게, 슬프게 흔들거리면서......
프로메테우스의 독수리는 영원한 것이므로, 결코 죽지 않습니다. 대리석 조각상에 꽃피는 미소와 고전시대에 단순한 영혼들의 이마를 보기좋게 수놓던 미소는 오늘날 변질되어 햄릿이 들고 있는 해골바가지의 끔찍한 수수께끼가 되고 말았습니다.
- 병든시대
나는 조용히 앉아 매혹과 절망 속에서 죽음을 향해 자기 자신을 질질 끌고 가는 자들을 생각하고 눈물 흘립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도 유예도 없게 되었다. 사람의 투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사람은 뒤에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만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 목표는 자기 이익과,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했다. 그 이익이란 소위 명예, 부, 권력을 의미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인이 소유하고 있는 어린애 같은 본능인 사랑은 육체 사이의 화학반응에 지나지 않는다고 괴테는 말했다.
- 향연
꿈은 게으름에 불과해. 오직 행동만이 영혼을 만족시키고 세상을 구할 수 있네.
- 신을 구하는 자
<삶의 목표는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구축하고, 물질을 생명으로 바꾸는 투쟁을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난다.
쓸데없이 저항하지 않고 마음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것, 여러가지 제한을 인정하고 아무 불평없이 열심히 일하는 것, - 이것이 인간의 첫번째 의무이다.
극기(克己)는 모든 미덕 중에 가장 높은 미덕이다. 힘과 욕망, 이 둘을 잘 조화시키면 인간의 노력은 반드시 열매 맺게 된다.
이 땅의 목적은 생명이 아니다. 또 인간도 아니다. 대지는 인간이나 생명 없이도 존재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저 혼자 버티어 나갈 수 있으리라. 그러니 인간이나 생명은 대지의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 반짝이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싸우고 싶기 때문에 싸운다.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도 노래한다. 우리는 밤이 되어 임금을 정산해야 하는데, 임금을 지불할 주인이 없을 때에도 일을 한다. 우리는 남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다. 지상의 이 포도원은 우리의 것이요. 우리의 피와 살이다.
늘 움직이고 늘 불만족하고 불순응하는 태도를 취하라. 어떤 습관이 편안하게 느껴지면 그것을 버려라! 가장 큰 죄악은 편안함과 만족이다.
가능한 한 광대한 지역을 관할할 수 있도록 너의 가슴을 훈련시켜라. 한 세기, 두 세기, 세 세기, 열 세기, 가능한 한 많은 세기를 포용하도록 애써라. 인류의 지속적인 전진을 이해하도록 하라. 이 위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활동한 사람들을 응시할 수 있도록 네 눈을 훈련시켜라.
우리가 거쳐온 정신적 수련의 최후단계, 이름하여 침묵이라 한다. 궁극적인 표현을 할 수 없는 절망, 혹은 궁극적인 표현할 수 없는 환희나 희망을 가리켜 침묵이라 하는 것은 아니다. 감히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궁극적 무지를 일러 침묵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의 뜻은 이런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모든 노력을 완수한 끝에 마침내 더 이상의 노력이 필요없는 노력의 최고 꼭대기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그는 더 이상 투쟁할 필요도 소리칠 필요도 없다. 그는 정적속에서 완벽하게 원숙해졌다. 그는 더 이상 파괴당하지 않는 자, 온 우주와 영원히 함께 있는 자이다.
작품해설
ㄴ나는 신과 싸우게 되어 기뻤다. 그는 흙을 빚어 세상을 창조했고, 나는 어휘를 빚는다. 신은 지금처럼 땅 위를 기어다니는 인간을 만들었고, 나는 꿈을 이루는 공기과 상상력으로 시간의 횡포에 항거하는 인간을, 보다 영적인 인간을 빚어내리라. 신의 인간은 죽지만, 내가 창조한 인간은 살리라. [영혼의 자서전]
다른 문화권에서는 투우를 죽이지만, 크레타 사람들은 죽이지 않는다. 적수를 바라보듯 공포심을 갖지도 않는다. 단지 투우의 엄청난 힘을 가진 상대자로 삼아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단련시킨으로써 보다 강인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려고 할 뿐이다.
카잔차키스는 그 순간 결심했다. 앞으로 존재와 세상의 심연을 들여다볼 때 저 투우하는 사람의 겁없는 시선을 가져야겠다.
네 육신을 비워라, 네 정신을 비워라, 네 가슴을 비워라!
2012. 4. 20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9. 마법의 코칭, 에노모토 히데타케, 새로운 제안, 2009 (0) | 2015.05.16 |
---|---|
458. 연금술에서 본 구원의 관념, C. G Jung, 솔출판사, 2004 (0) | 2015.05.16 |
456. 인간의 상과 신의 상, C G.Jung, 솔출판사, 2008 (0) | 2015.05.08 |
455. 레테의 연가, 이문열, 아침나라, 2002 (0) | 2015.04.24 |
454. 이야기 소학小學, 최근덕, 철학과 현실사, 1993 (0) | 201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