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 인생을 생각한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동서문화사, 권기철옮김, 2012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동서문화사에서 쇼펜하우어의 책 네 권, 인생을 생각한다, 삶의 예지, 세상을 보는 방법,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를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많은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가 인용되고 특히, 알랭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에서 인용된 내용을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김재현 원장님께서 양장본으로 구해 선물로 주셨다. 1천쪽이 조금 넘는 책이다. 오래 두고 읽을 좋은 친구였으면......
아르투르 쇼펜하우어(1788. 2. 22 ~ 1860. 9. 21)
1820년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었고 헤겔은 50살, 쇼펜하우어는 32살이었다. 그 때부터 헤겔과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두 사람의 철학만 놓고 본다면 그 충돌은 19세기 전체의 충돌이요, 오늘 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개념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직관적 인식에 따르는 사고 사이의 대립이 원인이었다. 정신철학과 의지철학의 대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베를린 대학은 설립한지 10년 밖에 안되었지만,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었다. 그 가운데 쇼펜하우어의 강의를 신청한 사람은 겨우 8명이었다. 이와 반대로 헤겔의 강의는 언제나 만원을 이루었다.
그로부터 36년 후, 1856년 라이프치히 대학 철학과에서 '쇼펜하우어 철학의 논술과 비평'이라는 주제를 가진 논문을 현상 공모했다. 1857년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대학 강의로 처음 채택되었다. 1860년 9월 21일 금요일 아침, 자신의 거실 쇼파에서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72세.
쇼펜하우어는 진정한 의미에서 염세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는 지성 보다 앞서는 인간존재의 제1요소는 '의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이성이 아니라 직관력, 창조력, 비합리적인 것에 주목했던 이 철학자는 프로이트와 니체, 바그너, 비트겐슈타인, 토마스 만, 토마스 하디, 프루스트 등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례
1. 삶의 괴로움 2. 삶의 허무 3. 살려는 의지에 대하여 4. 사랑의 형이상학
삶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시간이다. 눈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는 시간에 쫒겨 좀처럼 숨돌릴 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 시간은 교도관처럼 우리 등 뒤에서 회초리를 들고 감시한다. 그리고 시간은 권태라는 이름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동물은 인간보다 훨씬 단순한 생활에 만족한다. 그리고 식물의 경우에도 만족을 누리고 있다. 인간은 지적 수준이 낮을수록 삶에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동물의 생존에는 인간보다 훨씬 적은 고통과 즐거움이 따른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한편으로는 불안과 거기에 따르는 괴로움을 모르고 살아가며 참된 의미의 소망을 지니고 있지않고, 머리 속에서 즐거운 미래를 예상하거나 거기에 따르는 상상에서 오는 축복의 환영-인간의 대부분의 기쁨과 가장 큰 즐거움은 이 두가지 원천에서 생긴다-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이런 의미에서 희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의 여러 모습은 보잘것 없는 석조공예품의 그림자와도 같아, 다가가보면 별것 아니므로 아름답게 감상하려면 좀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동경하여 마지않던 것을 막상 손에 넣으면 오직 공허감만 준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며, 우리는 언제나 좀 더 나은 것을 바라거나 과거를 뒤돌아보고 그리워 할 뿐이다. 그래서 현재는 오직 목적에 이르는 과정으로 보고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성욕이 개인의 의식에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희미하게 나타나면, 그것은 모든 현상 밖에 있는 살려는 의지 자체이다. 인간과 같은 의식적인 생물에게 이 성욕이 특수하게 작용할 경우에도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생존의지지만, 단지 미래의 신생아라는 명백하고도 엄밀한 한정된 생물체 내에서 살려고 한다.
자기 이상에 맞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면 남성은 미칠듯한 정열을 일으키며, 이 여성과 결혼했을 경우 맛볼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 환영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이 정열도 따지고 보면 '종족의 의지'이며, 이것이 여성에 대해 스스로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 보이며 그녀를 통해 자신을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들이 일단 그 정열을 충족시키면, 곧 미궁에서 벗어나 그처럼 열망했던 것이 얼마안가서 실망을 안겨주는 일시적인 쾌락만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이 욕망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른 욕망에 대해 종족과 개체, 무한과 유한 같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욕망의 충족으로 종족만이 실제적 이들을 보게되나, 개체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개체가 종족의 의지에 따르게 되어 지불한 희생은 그 자신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에 사용된 것이다. 모든 연인은 성교라는 큰 일을 한 번 치르고 나면 곧 속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에게 종족의 도구가 되게 한 환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성적 쾌락은 최대의 사기꾼"이라든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연애는 언제나 종족의 번식을 위한 본능에 따른다.(......)
남성은 본래 사랑을 따라 곧잘 한 눈을 팔며, 여성은 사랑에 충실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성의 사랑은 성관계를 가진 순간부터 뚜렷이 식어버려 자기 손에 넣은 여성보다 다른 여성이 나아 보인다.
그래서 남성은 언제나 여성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반대로 여성의 사랑은 성관계를 끝낸 순간부터 커진다. 이것은 자연이 종족의 유지와 되도록 많은 번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성은 사정이 허락되면 1년에 100명 넘는 자식을 낳게 할 수 있지만, 여성은 아무리 많은 남성을 상대해도 쌍둥이 말고는 1년에 1명 이상 낳을 수 없다. 그래서 남성은 언제나 다른 여성을 탐내지만, 여성은 한 남편에게 충실히 의지하려고 한다.
이 것은 자연이 본능을 통하여 무작정 그렇게 강제하는 것이며, 그래서 여성은 자기 옆에 미래이 자식을 부양할 사람, 즉 보호자를 남겨두려 한다.
시대마다 시인들은 여러가지 형식으로 사랑의 불길에 대해 묘사하려고 했으나 완전히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언제나 속속들이 형상화 할 수 없는 주제였다. 어떤 사람에게 여성을 손에 넣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행복으로 여기게 하고,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말할 수 없은 비애로 생각하게 한 이 욕정, 이 동경과 고뇌는 결코 한 개인의 허황된 욕구가 아니고, 종족 영혼의 몸부림이다. 자기 의도를 실현하려는 종족의 영혼은 이것을 얻느냐 잃느냐는 중대한 고비가 되므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대드는 것이다.
"세상에 여성이 없으면 우리는 생애의 처음에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중간에 즐거움을 누릴 수 없으며, 마지막에 가서 위로를 얻을 수 없데 될 것이다." - 프랑스 문학자. 존 -
"인간의 생애는 여성의 가슴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내뱉은 말은 여성의 입을 통해 배운 것이며, 당신이 세상에서 맨 처음 흘린 눈물은 여성이 손으로 닦아주었고, 당신이 세상에서 숨을 거두는 것은 한 여성 곁에서다. 남성은 자기를 지배한 자가 임종 때 옆에 앉아 있는 것을 꺼려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6. 교육에 대하여
교육자는 우선 피교육자의 지식이 실제로 어떤 자연적인 순서를 밟아서 아는지 자세히 살피고, 이 순서에 따라 피교육자가 질서있게 사물에 대한 지식을 얻도록 해야하며, 결코 머릿속에 그릇된 생각을 주입해서는 안된다. 이 생각은 한 번 주입되면 좀처럼 다시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중요한 일은 직관이 개념에 앞서게 해야하는 것이며,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실제에서는 교육적으로 해로운 반대현상이 이루어져, 아이들은 나면서부터 발로 걸어다니고 시는 처음부터 음율에 맞춰 짓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머리가 아직 빈약한 직관 밖에 갖지 못했을 때 선입관으로 굳어버릴 여러 개념이나 판단을 주입하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들은 직관과 경험으로 이것을 추출하려 하지않고 오히려 그것을 직관이나 경험에 적응시키려 한다.
일찍부터 머릿속에 주입된 오류는 대체로 없애기 어려우며, 판단력은 맨 나중에 성숙하므로 피교육자가 18살이 되기까지는 큰 오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모든 가르침, 즉 철학이며 종교며 그 밖의 학문의 일반적인 견해로부터 멀리해야 한다. 그 대신 수학처럼 그들이 잘못을 범할 우려가 없는 어학, 박물학, 역사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게 상책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나이에서나 그 시기의 두뇌가 완전히 습득할 수 있는 학문만 가르쳐야 한다.
코란(Koran, 회교의 경전, 교조 마흐메트가 말한 신화, 훈계등을 모은 책으로 114장으로 되어 있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 유치한 책이 하나의 종교를 낳고, 그 종교가 전세계에 퍼져 1200년 이래 수천만명의 형이상학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고, 이들의 도덕적인 이념이 되어, 죽음도 불사하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 때문에 일어난 야만적인 참극을 열거하자면 긴 도표가 될 수 있다. 부정한 십자군,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에 침입하여 많은 원주민을 학살하고, 부당하게 드들의 정든 고향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들고, 그들의 재물을 약탈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그들 일족을 사방에 흩어지게 만들어 죄수와 같은 노예생활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교도에 대한 무자비한 박해, 하늘 나라의 죄악인 종교재판소, '상팔레비'의 밤, 알부흐의 1만8천명의 네덜란드인 처형사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사건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톨릭은 천국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그것을 구걸하려는 종교이다. 사제들은 이런 걸인들이 천국에 들어가는 중개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2. 12. 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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