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 디스커버리미디어, 윤지산, 2014.
고사성어는 교양과 인문의 숲이다.
<장자>의 첫 편 「소요유 逍遙遊 」이다. '소요'는 자유롭게 거닌다는 뜻이고 '유'는 논다는 말이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책 중 하나인 <장자>가 '자유롭게 거닐며 논다'라는 주제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저 경지는 도대체 어디쯤 가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도 장자만큼 공력을 지닌 철학자가 있었으니 그도 책 제목을 「향연 饗宴 」이라고 지었다. 플라톤을 두고 한 말이다. 향연은 심포지엄(Symposium)이라는 뜻인데, 지금은 학술토론의 한 형태를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원래는 함께 마시며 거나하게 취해보자(to drink together)는 의미이다.
장자와 플라톤은 인류의 지성을 한 단계 높여놓은 인물이다. 한 단계 정도가 아니라 창조했다고 해야 어울리겠다. 저 무공의 절대고수께서 공부하라는 엄숙한 말을 뒤로 물리고 그 대신 함께 마시며 즐겁게 놀자고 하신다. 이것은 일종의 역설이다. 자유롭게 산책하고, 술마시며 어울리다 보면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사유의 세계가 열린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기까지 십년이 넘게 걸렸다.
중국역사가 낳은 고사성어
요순시대-하은주시대-춘추시대-전국시대-진나라와 한나라.
중국철학이 낳은 고사성어
주역-노자-공자-맹자-순자-주희와 왕양명
"유노인 有老人 함포고복 含哺鼓腹 격양이가 擊壤而歌"
백발 노인이 한 손으로 부른 배를 두드리고 또 한 손으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 전설의 중국 요임금을 기리는 노래 -
국가란 결코 흥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언제나 망하기만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 순환의 사이클 안에서 살아간다.
중국과 우리의 차이라면, 중국역사에서는 대부분 새 왕조가 길게 잡아도 200년이 채 걸리지 않아 결곡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이 모두 짧게는 400년, 길게는 1,000년 가까이 갔다는 점이다.
문왕 서백은 유리에 유배를 가서 「주역 」의 근간이 되는 8괘를 기본으로 하여 64괘(8×8=64)를 만들었다고 한다.
「天道無親常與善人 천도무친상여선인 」 하늘이 사사로움이 없이 착한 사람에게 보상한다 했는데, 하늘은 정말 공명정대한가! 도척은 날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살을 회 쳐 먹으며 극악무도한 짓을 일삼으며, 수 천의 무리를 모아 천하에 못된 짓을 다했지만 끝내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백이숙제는 의로운 일을 하고도 굶어 죽었다. 이런 것이 하늘의 도라고 한다면 그 천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주(周)나라 천도 이전을 서주라고 하고 그 이후를 동주라고 한다. 동주시대는 평왕 즉위(BC770년)부터 진(秦)에 의해 멸망하는 난왕 말기(BC256년)까지 시기를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라 부른다. 춘추전국시대는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뉘는데, 주나라 평왕이 즉위해 통치력을 잃고 제후들이 난립해 각축을 벌이다가 제후국 중 하나인 진(晉)나라가 한,위,조로 나누어지는 시기까지를 춘추시대(BC770~BC403년, 100여개 나라가 일어서고 망했다. 진,제,초,오,월 등이 대표적 나라, 춘추오패) 그 이후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할 때까지를 전국시대(BC403~BC221) 진,초,연,한,위,조,제가 이 시대 강국이다. 전국칠웅이라 한다.
춘추와 전국은 후대 사람이 붙인 이름. 춘추는 공자의 역사책 「춘추 」에서 전국은 유향의 「전국책 」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춘추 」는 노나라(BC1042~BC256, 산동성에 근거지를 두었던 제후국)의 역사를 연대별로 편찬한 책, 편년체(연대별 서술), 기전체(인물별 서술) 사마천, 사기.
"옛날에는 봄과 여름에 좋은 사람에게 상을 주고, 가을과 겨울에는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었으니, 춘추는 칭찬하다와 나무란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앞 두자를 취해 책의 이름으로 삼았다." 「육경오론 」
문제는 선악을 판가름하는 객관적 잣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준이 없다면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의 기준이 「춘추 」의 큰 주제가 된다. 공자는 「춘추 」에서 그 척도를 제시한다. 이를 춘추대의(春秋大義)라 한다. 춘추대의에는 공자가 평생을 통해 열렬히 공부했던 인, 예, 천명 등이 포함된다.
동호직필(董狐直筆) '외압에 굴하지 않고 사실에 대한 정확한 가치판단을 내려 기록한다는 뜻. 반대, 곡학아세(曲學阿世)
지란지교(芝蘭之交)
토사구팽(兎死狗烹)
묵자비염(墨子悲染) 묵자가 염색하는 것을 보고 슬퍼하다.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성정이 악해질 수도 선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묵자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 묵자는 인간이 원래 이기적이라고 단정하면서도 환경에 따라 변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묵자는 전쟁을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주변이 평화로우면 거기에 물든 사람도 온화해질 것이고 주변에 사랑이 넘치면 그것에 물든 사람도 사랑에 넘친다는 것이다. 맹자는 어미아비도 모르는 놈이라고 묵자를 거세게 비난하지만 묵자의 주장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 그렇게 비판 받을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묵자에 따르면 만물은 하늘의 질서 아래 존재한다. 하늘은 우주의 주인이며 동시에 주재자이다. 그러므로 인간도 하늘의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 하늘이 만물을 고루 사랑하고, 고루 이롭게 해주기에 인간도 마땅히 그렇게 따라야 한다. 인간은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묵자는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다는 맹자와 다르고,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는 노자와도 다르다.
그렇다면, 하늘은 만물을 골고루 사랑하며 이롭게 해주는데 그 질서 아래 사는 인간에게 전쟁같은 악은 왜 발생하는가? 묵자가 악의 발생을 설명하는 구절은 「소염 」편에 나온다.
하루는 묵자가 실을 염색하는 모습을 보고는 탄식하며 슬퍼했다.
"파란 물감을 들이면 파래지고, 노란물감을 물들이면 노래지며 물감에 따라 그 색깔로 변한다. 다섯 번 물통에 넣었다 건지니 곧 오색이 되었다. 그러니 물들이는 일에 조심해야 한다. 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나라도 물든다. 순임금은 허유와 백양에게 물들었고, 우임금은 고요와 백익에게 물들었고, 탕임금은 이윤과 중훼에게 물들었고, 무왕은 태공과 주공에게 물들었다. 이 네 분 임금님은 올바로 물이 들었기에 천하를 다스렸고, 천자에 올라 천지를 가릴만한 공로와 명성을 이룩했다. 그리하여 천하의 어진 사람이나 명예로운 사람을 들 때, 반드시 이 네 분을 들게 된 것이다.
하나라 걸왕은 간신과 추치에게 물들었고, 은나라 주왕은 숭후와 악래에게 려왕은 괵공장보와 영이종에게 물들었고, 유왕은 부공이와 채공국에게 물들었다. 이 네 임금은 잘못 물이 들었기에 나라를 망치고 자신을 죽게 하였으니 천하의 죄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천하의 이롭지 못한 사람과 욕된 사람을 들 때, 반드시 이 네 임금을 들게 되었던 것이다."
현장의 관리자인 나는 어떤 물감인지 생각할 일이다. 재해예방의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방치한 후 사고나면(벌금과 과태료) 돈으로 막자는 물감인지,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조치해 나가면서 자율안전을 추구해 나가는 물감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어떤 물감인지 자신만 잘 모를 뿐 동료나 현장에서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과 모자라는 것은 같다. 따라서 과유불급은 가운데에서 미치지 못하므로 모자란 것도 더한 것도 다 문제라고 이해해야 한다.
맹자의 인(仁)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애처롭다. 사람이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을 알되,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방법도 이와 같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주역의 가르침이 무엇인가' 물으면
"모든 것은 변한다. 높은 것은 모두 내려오게 되었으니 반드시 겸손해야 한다. 아무리 바닥을 치더라도 절대 희망을 잃지마라. 내려가기만 하는 것은 없다. 언젠가 반드시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다."
동양에서 바라본 유토피아는 대동사회(大同社會)다. 대동사회와 반대되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소강사회(小康社會)라고 한다. 大同과 小康의 차이는 타인을 배려해 공생의 길을 도모하느냐 그렇기 않느냐에 있다.
2018.12.9.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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