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네. 그런데 자네, 나를 그렇게까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마음이 통했다 한들 자네와 나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일세." "사람 사이의 믿음이 꼭 사귀어온 세월을 따르는 것은 아닐터. 내 목숨을 자네에게 맡기려는 마당에 세월의 깊이를 따져 무엇 하겠는가.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면 죽음으로 갚으면 될 것을." 시월이 되자 온 나라 안에서 성대한 동맹제가 열렸다. 고구려의 동맹제는 본래 왕이 주관하는 궁중행사로 도성에서 열렸지만, 차츰 지방에서도 중앙의 동맹제를 흉내 내어 시월의 어느 기간을 정해 천신과 수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가무음주를 즐기게 되었다. 각 성마다 동맹제의 내용이 조금 달랐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비무에 중점을 두는 특징이 있었다. 특히 신성은 고구려 서북단에 위치한 큰 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