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도 별로 없이 울트라100km 참가는 고통만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참가를 결정한 것은, 너무 나태해지는 나에게 나사조임이
필요했고, 이 친구와 동행하면 별로 힘들지않게 완주할 수 있으리라는 느굿한
기대가 있었다.
이 친구는 나와 동갑내기(용띠) 구리마라톤클럽 "짱가"라는 닉네임을 가진
친구다. 이번에 처음 100km울트라에 도전했다. 마라톤은 많이 연습하지 못했
지만, 산악훈련을 많이 하여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잘 달린다. 43km 지점에서
왼쪽무릎의 근육통으로 7km 정도를 거의 걷다시피 했지만 반환점 기록이
7시간2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반환점에서 클럽 훈련감독님과 선배들의 이야기가 짱가는 안되겠
으니 나 먼저 출발하란다. 이거 참~~~ 하긴 내가봐도 부상부위가 많이 부어
올라 무리할 필요는 없어보였지만 혼자 갈려니.....
조금을 가다보니 마석형이 나를 부르며 외친다. "짱가 온다. 햇살! 짱가 꼭
같이 데리고 가라" "오케이바리~~~"
친구는 걸으면 못갈것 같으니 계속 달리자고 했고, 출전하기 전에 큰딸 서연
이와 약속을 했는데 완주하지 못하면 큰딸 볼 면목이 없다며 고통을 참으며
따라온다. 통증있는 다리가 덧나지 않도록 보폭은 가급적 좁게,발드는 높이는
최대한 낮게 유지하며 10km(60km 지점까지)를 가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
다. 60km지점에서 콜라 한병 사먹고, 이대로는 늦을것 같아 스피드를 좀 낸다.
75km 지점에 05:15분 도착. 남은 거리는 25km, 남은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열심히 달리면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하고 둘이 열심히 달렸다.
서연엄마, 나은엄마, 문호리님의 자봉, 담비님 내외분의 자봉, 마석님 거북
이님의 자봉, 회장님과 아톰형님의 자봉, 특히 강물님의 삼각김밥이 아니었으
면 허기져서 못왔을거다. 강물 정말 고맙다.^^ 늘봄님도...
14:52분에 친구는 골인, 나는 그 뒤를 이어 골인했다.
눈물이 나서 울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나도 해냈다는 대견한 생각, 조금 쉬어가자고도 할만도한데 끝까지 밀고따라온
짱가가 독하다는 생각, 그리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내가 너의 친구인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 자봉해주신 구리마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
어쨌거나 나의 10번째 울트라마라톤은 이렇게 완주로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시합나간다고 아내가 두건을 하나 사주었는데 쓰고 달리니 참 좋았다.
땀흡수도 좋고 폼도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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