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以時習之 不亦說乎

言中有骨

햇살처럼-이명우 2009. 6. 16. 20:35

제나라 위왕이 순우곤에게 잔치를 베풀며 물었다.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셔야 취하오?"

"저는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아니, 한 말을 마셔도 취하면서 어찌 한 섬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자 순우곤이 대답했다.

"대왕 앞에서 술을 마시면 어사가 옆에 있고 재판관이 뒤에 있으며 저는 황공하여 엎드려 마시기

때문에 한 말을 마시면 그 자리에서 취해버립니다.

  만약 아버님 앞에서 귀한 손님들을 대접할 때는 제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꿈치가 닿도록 몸을 굽혀 무릅을 꿇고 술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하여 남의 잔을 받아 먹기도 하고 가끔 일어나서 손님의 장수를 기원하며 잔을 기울이다 보면 두 말을 다 마시기 전에 취하고 말 것입니다.

  또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뜻 밖에 만나 즐겁게 지난 추억을 이야기 하거나 허물없이 사사로운 일을 말하면서 술을 마신다면 대여섯말을 마셔야 겨우 취할 것입니다. 

  그런데 남녀가 한자리에 앉아 술잔을 돌리며 서로 손을 잡아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고 서로 추파를 던져도 말릴 사람이 없으며, 앞에는 귀걸이가 떨어져 있고 뒤에는 비녀가 빠져 있는 형편이 되면, 저는 은근히 여덟말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술통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남녀가 한자리에서 무릎을 맞대고 신발이 뒤섞이며, 잔과 그릇이 흩어져 있는 가운데[배반낭자杯盤狼藉] 대청 위의  촛불은 꺼지고 아름다운 주인 여자는 저를 붙들고자 다른 손님들을 보내고 나서 은은히 향기를 풍기며 속옷의 옷깃을 풀면, 저는 마음이 너무 즐거워져서 한 섬 술도 많다 않고 마시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쾌락은 한 순간일 뿐, 지나치게 되면 어지럽게 되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슬퍼진다고 했습니다. 인간 만사가 모두 그런 것입니다."

 

  순우곤은 모든 일이 지나치지 말아야 하며, 지나치면 시들어 진다는 사실을 풍자해서 이야기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날 이후 밤을 세우는 잔치는 일체 하지않았다.

 

사기2, 사마천, 김진연편역, 서해문집,200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