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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역사의 혼, 사마천, 천퉁성, 이끌리오, 2002

햇살처럼-이명우 2012. 7. 5. 09:11

296. 역사의 혼, 사마천, 천퉁성, 이끌리오, 2002

<사기>의 원래 명칭은 <태사공서>이며, <사기>라 일컬어진 것은 삼국시대 이후의 일이다.
<사기>는 본기 12편, 서書 8편, 표表 10편, 세가世家 30편, 열전列傳 70편, 모두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황제皇帝로 부터 한무제 천한天漢 말기까지 대략 2,600여 년에 걸친 중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기>는 세계의 중심을 이루면서 역사를 움직이는 정치적 인간을 종從으로 시대순에 따라 꿰뚫어보는 본기本紀, 역사를 수놓으며 명멸했던 수 많은 영웅호걸로 부터 평범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개인에 대한 전기인 열전, 이 두 부분이 중심을 이루는 기전체紀傳體를 구성하여 후세 정사의 전범이 되었다.

차례
1. 용문에서 밭 갈며 공부하다.
한원의 대지에 봄기운이 만연하다.
사마씨의 조상
영혼의 떨림
곽해를 만나고 더욱 분발하다.

2. 스무살 길을 떠나다.
굴원이 노래한 곳에 가다. '초서'
한신, 멀리 보이는 이의 큰 뜻
새로이 만난 공자의 유풍
내 조상은 개장수

3. 사명을 받들어 남서 오랑캐를 설복하다.

4.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다.

5. 붓끝을 따라 역사속으로

6. 이릉의 화
한무제 무엇을 깨달은 듯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이릉
눈깜짝할 사이에 죄인이 되어
궁형의 벼락을 맞고
새로이 태어난 사마천

7. 분발하여 책을 저술하다.

8. 황하의 물결소리

*황하 : 사마천의 고향 용문龍門을 통과하는 강, 황하는 섬서성, 산서성 경계를 지나 용문 상류에 이르면 물살이 드세진다. 이 곳을 역류하는데 성공하는 물고기는 용으로 변하여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여기에서 '登龍門'이란 말이 비롯되었다.

사마천(B.C145~90)
사마천과 한무제(재위기간 : B.C141~87)는 거의 동시대를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제가 제위하였던 50년간 漢나라 국가의 통일을 완성하고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한편, 변경을 개척하고 대외관계를 확장함으로서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던 시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사마천은 남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차마 견디기 힘든 궁형宮刑의 모멸과 치욕을 참아내면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되었다. 오로지 역사서를 저술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정의를 삶의 올바른 가치로 여기던 역사가는 망가진 육신이 안겨주는 울분과 좌절을 뛰어넘어 마침내 위대한 역사서 <사기>를 완성하였다.

  <사기>는 고난을 딛고 일어선 한 사람의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산물이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역사의 혼이자 역사가의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장년이 된 내가 조정을 들락거리며 일생을 허무하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또한 그저 입을 꾹 다물고서 사소한 일에나 신경쓰면서 살아야 한단말인가? 사대부들은 모두 웅지를 품고 있는데, 나는 그저 평범한 삶에 만족해야 한단 말인가? 만약에 내가 평생토록 힘을 쏟아 부을만한 큰 일을 택하려 한다면, 그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 공자는 <춘추春秋>를 지어 후세에 이름을 날렸듯, 나도 공자처럼 한 권의 역사서를 써서 천고에 명성을 길이 남길 수 있지 않을까?

 

  - 강태공 姜太公 은 일흔살이 넘도록 곤궁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사는데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니 아내에게 쫒겨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친구에게 돈을 꾸어 조가 朝歌에서 쇠고기점을 열었다. 하지만 세상사에 어두운 사람이 뭐 별 수 있겠는가? 그가 잘라놓은 고기는 양이 많지않으면 적은데다 자르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지라, 고객들은 금방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자 그의 쇠고기점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쇠고기도 고리에 걸린채로 썩어버려 팔 수도 없었다. 운수가 사납다고 생각한 강태공은 식칼을 내던져버리고는 위수 渭水가로 달려가 물고기를 낚았다. 그런데 그는 물고기를 낚기는 낚아도 다른 사람과는 달리, 낚시대도 없고 미끼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물 위로 세자 남짓 높은 곳에서 실한가닥 늘어뜨린채 입으로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걸리고 싶은 물고기야 와서 물으렴."

 

이런 꼴을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은 오고가며 소문을 냈다. 한 명에서 열 명, 백 명, 위수渭水가에 괴상한 늙은이가 있다는 소문이 쫘악 퍼졌다.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강씨 할배 뜬금없이

 낚시대 없이 물고기를 낚는다네

 한 마리라도 잡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리"

 

주나라 서백인 희창(후의 문왕文王)이 사냥을 하다가 渭水가를 지나게 되었는데, 강태공을 스승으로 모셨다. 후에 많은 공을 세웠고 천하의 2/3를 귀속시켰다. 문왕이 죽과 무왕이 즉위한 후 상나라를 멸망시키는 대업을 완수하였다. 목야牧野에서 벌어진 결전의 그 날, 여든 살이 넘은 강태공은 손에 대장기를 휘두르며 마치 한마리 분노한 보라매처럼, 제후의 병사를 이끌고 적진으로 쳐들어갔다. 은나라 왕조는 이렇게 멸망하고 승리를 거둔 주나라 무왕은 강태공에게 제나라 땅인 영구(지금의 산동 임치)를 봉토로 하사하였으며, 태공은 제나라의 개국군주가 되었다.

 

  - 관중 : '나를 낳으신 이는 부모님이시고,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 회음후 한신,  백정의 가랭이 밑을 기다.

    회음후의 가슴은 뜨거운 물처럼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 저 녀석을 죽이면 나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렇지만 찔러서 죽이지 않자니 사람을 깔보는게 너무 지나펴,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지난 날 어느 관상쟁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넌 앞으로 크게 귀해질 거야.

 

  그래, 내 목숨을 저 녀석 따위에게 내주어서야 되겠어? 그렇고 말고, 대장부라면 굽히고 펴는데 능해야지. 잠시만 이 곤욕을 참아내자....대장군, 초왕으로 봉해짐

  출세후 한신이 회음으로 돌아와 세 가지 일을 했는데

  1. 아주머니를 불러 천금을 하사

  2. 정장(관리)을 불러 100전 하사. '처음에슨 밥을 주더니 나중에는 주지 않았어. 좋은 일을 끝까지 하지 않았으니 결국은 소인배에 지나지 않아'

  3. 젊은 백정을 찾아내어 초나라 중위中尉의 벼슬을 하사. '이 사람은 장사이다. 그가 당초 나에게 가랑이 밑을 기어가라고 했을 때 왜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그와 목숨을 내건다고 생각하자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걸 알았다. 그래서 곤욕을 꾹 참아낸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가 날 도운것은 틀림없다. 그가 날 모욕하지 않았더라면, 나에게 오늘 같은 날은 없었을 것이다.

 

''<시>에 이런 말이 있지요. '높은 산을 바라보며 큰 길을 가야한다.'라구요. 비록 이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그를 향해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공자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감히 저의 역사서를 <춘추>와 나란히 놓을 수 있겠습니까'  역사서를 써서 <춘추>를 잇겠다는 것은 하나의 숭고한 목표를 세워 스스로 분발하겠다는 다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제일 나쁜가 말해본다면, 식은 죽 먹듯 말을 바꾸고 우물에 빠진이에게 돌을 던지며, 그저 제 처자식만 챙기는 저 신하들 보다 더 나쁜 놈들은 없으리라.

 

"운명에 따르고 자연에 순응하는 도가사상이 강대한 악의 세력을 앞에 두고도 어찌할 길이 없는 사람들을 절망감 속에서 구원해 주는 처방약임을!"

 

 

2009.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