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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가족,앞모습, 최인호, 샘터, 2009

햇살처럼-이명우 2012. 9. 5. 14:22

313. 가족,앞모습, 최인호, 샘터, 2009

 

<샘터>에 '가족'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이었다. 그때 나는 갓 서른의 청년이었다. - 최인호 -

 

명명백백한 나의 마음

네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는 모두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식도락을 나는 예찬한다. 그들 음식은 놀랍게도 위생적인데, 왜냐하면 모든 음식은 불에 지지고 볶아 멸균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백년하청百年河淸 주나라의 시에 "황하의 흐린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고 하여도 인간의 짧은 생명으로는 모자란다"고 하였으니 우리의 백년도 못되는 짧은 인생에서 어찌 황하의 물이 맑아질 것을 기대할 것인가?

 

아내는 수호천사

  사람에게는 누구나 해야할 말의 절대량이 있다. 내가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것은 아내가 해야할 말의 절대량을 채워주기 위함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수도승이 아닌 이상 필요한 대화의 절대량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말의 문은 닫고, 지갑의 문은 열어라.

  '검사와 교수와 의사 셋이서 밥을 먹었다. 누가 밥값을 냈겠는가?' 정답은 엉뚱하게도 음식점 주인이었다.

 "사람에게 있어 인색은 늙어서 모두에게 잘 걸리는 병이며, 인간의 모든 어리석은 수작 중에서 가장 꼴불견이다" - 몽테뉴<수상록>

 

꽃피고 새우는 나의 집

스승은 언제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지는 환상'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이 죽자 스승은 크게 통곡하고 울었다. 이를 본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은 언제나 가족은 환상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환상에 불과한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그리 슬피우십니까?"

  이 말은 들은 스승은 대답했다.

  " 그렇다. 내 아들 역시 환상이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환상은 다른 환상보다 더욱 절실하고 애틋한 환상인 것이다."

 

유향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 아! 사막을 불모의 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막보다는 풍요한 오아시스를 꿈꾼다. 그러나 사막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향기는 마음껏 수분을 빨아들이고, 자양분이 넘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올리는 나무에서는 절대로 날 수 없는 향기인 것이다. 사막의 고통과 죽음과 같은 인내 속에서 참고 견디며, 일년에 단 며칠 동안만 내리는 물을 빨아들여 그 물을 소중히 간직하느 겸손함만이 뿜어낼 수 있는 향기다.

  천년이 넘는 아득한 통일신라의 그 옛날 우리의 조상들도 사막의 향기를 소중히 여겨 수승한 석가탑 내부에 유향을 봉안하였던 것이니, 아아! 허락된다면 나는 남은 인생을 유향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물기에도 감샇고 작은 자양분에고 기뻐하며, 이글거리는 태양에도 분노하지 않고, 건조하고 메마른 사막에도 순응하며 끊임없이 내리찍는 상처에도 이를 겸손으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자신의 즙액을 내뿜어 향료를 만들어내는......, 그래서 카톨릭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지 않는가.

  "의인義人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찍는 도끼에게 향 냄새를 풍긴다."

감히 바라건대 나는 유향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주) 유향 [mastic]수지 [樹脂]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mastich라고도 씀.
유향수를 잘랐을 때 나오는 부드러운 분비액으로 만드는 향기로운 수지(樹脂).
주로 금속을 보호하고 도장(塗裝)하는 데 쓰는 연한 색의 니스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열처리로 두꺼워진 아마인유(油)에 유향을 뿌려 만든 메길프는 유화의 물감을 풀어주는 전색제(展色劑)로 쓰인다. 유향은 또한 치과용 점착제로도 쓰고 있다. 유향수(Pistacia lentiscus)는 옻나무과(Anacardiaceae)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시리아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지역, 특히 그리스 군도가 원산지이지만 포르투갈, 모로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서도 자라고 있다. 50년경부터 에게 해의 그리스에 있는 키오스 섬에서 거의 모든 양의 수지를 만들어왔다. 수지는 수피(樹皮) 속에 들어 있는데, 수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6~8월에 줄기와 원 가지에 세로로 수많은 상처를 낸다. 빠른 속도로 흘러나온 수지는 조그만 타원형 방울로 굳어지는데 6~9월까지 15일마다 여러 번 채취한다. 대개 유향은 완두만한 크기의 물방울 형태로 팔린다. 연노란색 또는 연한 녹색을 띠는 유향은 유리 파편처럼 투명했다가 서서히 검게 변한다.

  예수탄생 때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의 세가지 선물에 포함되어 유명하다. 유향은 당시 거룩한 제사에서만 태울 수 있는 값비싼 고급 향료였다.

오 나의 태양이여!   오 솔레미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이유<노동일기>

  "우리는 태양의 에너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그것을 흡수하고 있다. 우리를 지탱시키고, 근육을 움직이는 육체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바로 태양 에너지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두 손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힘도 결국 태양의 힘인 것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접근할 수 없는 원천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우리는 태양을 향해 단 한발자국도 다가설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에너지가 우리를 감싼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없다. 다만 엽록소라는 성분만이 우리 대신 태양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는 엽록소에 의해서 고체로 변화하여 우리의 빵과 포도주, 기름과 과일이 되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롭고,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어두컴컴한 골방에 틀어박혀서 무기력한 잠에 빠져 드는 것이 보통이다. 햇볕은 실제로 숨겨진 곰팡이를 없애주기도 하지만 우리 의식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절망과 우울, 슬픔과 소외의 곰팡이를 말끔히 청소해 낸다는 사실을 현대인들은 모른다.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행복이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은 감출 필요도 없고, 이 원리를 벗어나는 것은 반 자연적이란 것을 역설하면서, 가난하지만 자연스러운 생활을 실천하였던 자유인이었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알렉산더 대왕이 물었다.

  "스승이시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 왕이시여, 제 소원을 무엇이든 들어주시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들어 드리겠습니다."

  " 왕이시여, 당신의 그림자가 햇빛을 가리고 있습니다. 하오니 그곳에서 비켜주시옵소서."

  알렉산더 대왕이 그 곳을 물러나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해진다.

 

  "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내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만공스님 1946. 10. 12 입적하시기 전 세수하고 거울을 보며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되었나 보구려. 그럼 잘 가게나."

 

"우리 여자는 말이야, 누가 자기 남편 칭찬하면 그것을 자기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데, 못생긴 남자는 그걸 용납하지 못해서 꼭 자기 자랑으로 알거든, 에이 못난 사람"

   - 박완서

 

"나는요. 불친절한 사람과 상대할 때에는 더욱 친절해져요.그러면 어느 틈엔가 상대방도 변화되어 친절하게 된다고요."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찍는 사진사에게 "당신은 훌륭한 직업을 가졌소. 당신은 외과의사를 닮았다는 것을 아십니까? 외과의사들은 메스를 잡고 생명을 다뤄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지만, 당신은 셔터를 누를 때 마다 사람의 삶을 보존시켜주고 있소. 사진은 나이를 먹지 않으니 사진사는 퍽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은 늙어도 사진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니, 추억 속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깃발이 휘날리는 것은 바람탓도 아니고, 그것을 보는 마음이 흔들이고 있기 때문" - 육조 혜능

 

"네가 마침내 천진天眞을 버렸구나.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내가 큰 스님(동자승)으로부터 천진을 배우고 있었거늘" - 혜월스님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 서양속담

 

5평방을 넓히려면 8평방을 신축할 것이 아니라 5평방을 가득채운 쓸모없는 것을 버려 공간을 확보할 일이다.

 

타인의 방 - 최인호, 1970년대 목욕탕 2층, 신혼집에서 하루만에 썼다.

 

2009.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