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언덕위의 구름 5. 시바 료타로, 도서출판 명문각, 1991
레닌은 데모나 소동을 일으킬 경우 일절 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방침이었다.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경찰이나 군대도 무기를 휘두를 수가 없다.
도쿠가와 3백년의 봉건제에 의해 길러진, 상부에 대한 두려움과 순종의 미덕은 1900년대가 되어서도 병사들 사이에서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외고집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동일 목표에의 공격명령을 묵묵히 따라, 거대한 살인기계 앞에서 집단으로 묶여서 살해당했다.
유능하다거나 또는 무능하다거나 하는 것으로 인간에 대한 전인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신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짓이리라. 특히, 인간이 풍경으로 존재할 때, 무능으로 하나의 경지에 달한 인물쪽이 오히려 산이나 암석이나 양배추나 햇빛을 담을 수 있는 물웅덩이처럼, 그야말로 조물주가 이 지상의 모든 것을 만드신 뜻에 넉넉히 들어맞는 듯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근대사회는 그 이전의 농업사회에서부터 바뀐 것이었다. 농업세계에는 유능이니 하는 째째한 가치기준은 없었으며, 오로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어두울 때에 일어나고 해가 저물면 쉬며, 한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벌초를 하는 등의 성실함과 노력만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집단에는 수렵사회라는 것도 있다. 1백명이면 1백명이 사냥감 정찰, 사수, 몰이꾼 하는 식으로 각각 맡은 부문에서 일하면서 각각이 전체의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기능화되고, 그 조직을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자로서 지도자가 있으며, 지도자의 참모가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인간의 유능, 무능이 문제가 된다.
군대가 이와 비슷하다.
세계사적으로 보하 수렵민족이나 유목 기마민족이 군대를 만드는 일에 숙달되어서, 자주 순수농업지대로 침임, 정복왕조를 만들었던 것은 그들이 조직을 만든다거나 그 조식을 기능화하는데에 일상적으로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의 농업지대가 수 천년 동안 중앙 아시아나 만주에서 침입해오는 기마민족에게 괴로움을 당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며, 유럽 역사도 그와 다를 바 없지만 유럽의 경우는 본래가 수렵과 목축의 비율이 높았던데다가, 자주 기마민족 침략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인간집단을 조직화한다는 감각에 숙달되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인간을 무능과 유능으로 나누어서 그 가치를 결정한다는 사고방식에도 익숙해 있었다. 그렇지 않은 극단적 사회의 예로 인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도와 그 문명에는 인간을 그런식으로 분류한다는 사고방식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결여되어 있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의 근대화 혁명을 행했고 특히, 군대를 서양화 했다. 서양식 조직이라는 이물질을 이 농업국가에 비틀어 집어 넣었다. 곧장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언어가 그렇듯이, 일본인이 북방 기마민족의 피를 농후하게 이어받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노기 마레스키를 평하면서......)
그러나 일본의 현실만을 계산할 필요는 없었다. 적에게도 복잡한 현실이 있었고, 그 양자가 전쟁이라고 하는 이상 사태 속에서 얽혀있었다. 현실에서부터 비약해서 적극적으로 나가면 국면이 어떻게 변화될는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니히라는 이 죽음의 돌격에 즈음해서 그 휘하의 1천여명 병사들에게 이렇게 훈시했다.
"지난 번 랴오양전에서의 주롄청 싸움에서 나는 수 많은 부하들을 잃었다. 이 이상 죽게 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지만 그러나 군의 작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대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나도 여기에서 죽을 생각이다. 너희들도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니히라는 사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사병들에 이르기까지 전술상의 의의응 충분히 납득하도록하는 지휘법을 취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죽음의 각오를 요청했다.
발트함대의 사령관인 로제스트 벤스키 중장은 일본의 육군대신 데라우치 마사타케를 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창조력이 없었고 창조를 하려는 모리도 없었다. 사무가로서 사무에 잔소리가 많았고, 전 능력을 다해서 사물의 정돈에 애썼으며 규율을 좋아했다. 부하들이 규율을 어기는 것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충동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서 쌍방이 모두 일군의 장이라기 보다는 천성적인 헌병이었다.
'블라디보스톡' → 동쪽을 정복하라.
2009.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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