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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레온을 아십니까?

햇살처럼-이명우 2018. 4. 10. 16:53

바퀴레온을 아십니까?

십년 전 나는 타잔이었다. 밧줄을 타고 나가면 온통 먹을 것 천지였다. 바나나에 열대 과일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도 있었다.
지금은 밧줄 타고 나가니 사막이다.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다. 정글에서 나온 사막의 사자다.
정말로 맞는 말이다. 동생의 표현에 감질 맛 나는 부분이 있다.

동생은 '인터월드투어' 라는 여행사를 하고 있다. 말레이지아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이미 20년이 넘었다. 20년 동안 한 우물을 파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유일한 것으로 살아남기 자체가 쉽지 않다. 그 악조건을 견디고 동생은 아직까지 광화문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며 살아 남았다. 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요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 동안 영업 중이던 회사들도 많이 망했다고 한다. 지금은 돈과 경영과 조직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10억원의 자본금으로 일년도 못 버티는 회사가 동생 주변에는 많다고 한다. 이는 점점 살아남기가 더 어렵다는 현실을 말한다.
동생은 현재 말레이지아와 싱가폴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족(足)의 진리(眞理)'를 믿고 실행한 결과라고 했다. '족(足)의 진리'란 발(足)로 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문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동생도 가입한 밴드에 회원이 천 명이 넘는다고 했다. 전국에서 여행업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결된 밴드라고 했다. 여행건이 있으면 견적해달라고 글을 올리고, 올라온 글에 여러 회사들이 견적을 제출한다. 제출된 견적 금액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격은 어떤지 바로 온라인으로 검색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여행사 대표의 인상이 좋은지, 지금껏 어떤 실적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거래를 성사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행사를 잘못 진행했거나 문제를 유발시킨 나쁜 회원에 대해서는 즉시 응징하여 도태되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은 자를 일명 '바퀴레온'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실 요즘의 여행트렌드는 일정을 여행사에 맡기지 않고 여행자 스스로 인터넷 검색해서 항공권 예약하고, 에어비앤비로 숙소 예약하며, 주변식당 검색해서 일정을 모두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 그런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생은 말레이지아를 전문으로 20년간 관청이나 학교등 업무관련 연결을 주선해 주는 행사경험이 많다보니 당연히 이런 건이 생기면 동생에게 연락이 된다. 문제의 해결과 함께 일이 성사되는 틈새시장에서 용케 동생은 살아남았고, 지금은 온라인으로 그 평판을 보고 다른 여행사들이 팀을 연결해준다고 했다. 동생은 '족(足)의 진리'라고 표현했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 고전의 진리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결국은 고객의 니즈 속에 답이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우리는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가? 내가 먼저 알아서 하는 솔선수범(率先遂範)도 좋지만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에도 항상 주목하자.
2018.4.10.​

* 바퀴레온 : 바퀴벌레+카멜레온 합성어. 생존에 적응된 최적화된 동물을 말함. 내 동생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