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2012
마이클 샌델 교수는 답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각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효율만 놓고 보면 다분히 합리적일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제도는 과연 도덕적인가?"
"새치기도 거래할 수 있는 재화인가?"
"생명과 죽음의 상업화와 명명권의 거래도 정당한 시장의 역할인가?" 라고 질문하면서 ,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덕목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을 꼽는다. 경제학도 이제, 경제의 주체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입자가 아니라 탐욕과 공감이 교차하는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뉴턴 경제학의 시대가 저물고 다윈 경제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장 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교환되는 재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장은 흔적을 남긴다. 때때로 시장가치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 시장가치를 밀어내기도 한다.
나의 답은,
특정 재화를 사고 팔아도 무방하다고 결정할 때, 우리는 최소한 은연중이라도 그것을 상품으로, 즉 이윤을 추구하고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가장 분명한 예로 인간을 들 수 있다. 노예제도는 인간을 경매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끔찍했다. 이는 적절한 방식으로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다시말해 인간을 존엄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와 사용대상으로 여긴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영국의 경제전문지
진흙탕에 빠진 경제학서적 사진
보안 검색은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탑승을 막는데 따르는 부담을 승객 모두가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사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수준의 보안검사를 받지만 단지 비용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다를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모든 승객이 동일하게 몸수색을 받는 한, 보안검색대에서 새치기 할 권리는 항공사가 자유롭게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놀이공원도 새치기 권리를 팔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방문객은 인기있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볼거리를 즐기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 Hollywood)를 비롯한 많은 놀이공원은 줄을 서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일반 입장료의 두 배 가량을 내고 줄의 맨 앞으로 갈 수 있는 허가증을 파는 것이다. 149$
한 논객은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테마파크에 놀러온 가족들이 민주적 방식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제 놀이공원에서의 줄서기가 평등의 위대한 상징의 시대는 지났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성인 22달러, 아동 16달러를 지불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86층으로 바로 올라가 뉴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때때로 사람 많음에 두세 시간 기다려야 하지만......그래서 빌딩 측은 새치기 이용권을 4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4인 가족이 빨리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서 급행료 18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줄을 서지 않고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직행하므로서, 뉴욕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상적 기회다." 라고 입장권 구매 사이트에 적고 있다.
공항과 놀이공원, 의회 복도와 병원 대기실에서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경제학 교과서 중 한 권을 저술한 동료 경제학자 맨큐(Gregory Mankiw)는 암표판매를 예로 들어 자유시장의 미덕을 설명한다. 첫째, 경제적 효율성이란 "사회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재화를 분배하는 것이다. 맨큐는 자유시장이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를 기준으로 재화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구매자에게 재화를 공급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암표거래 현상을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려면, 재화는 그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암표거래가 바로 시장이 효율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예다......암표상은 티켓에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가격을 매김으로써,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실제로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주장이 맞는다면, 줄서기의 본질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암표상과 대리줄서기 회사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가격이 낮게 책정된 재화를 가장 많은 대가를 지불하려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만들어 사회적 효용을 증가시킨 공로로 칭찬해야 마땅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주택사고 비자 받고(Buy house, Get a visa)라는 제목의 글로 이러한 거래내용을 보도했다.
이스라엘 어린이집 사례는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주장하는 일반경제학의 논리의 모순을 보여준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되어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규범을 바꾼 것이다.
벌금과 요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이고,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사람들은 벌금을 요금으로 대할 때 벌금이 나타내는 규범을 무시한다. 일부 부유한 운전자들은 과속범칙금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빨리 자동차를 모는 비용으로 생각한다. 핀란드 법율은 속도위반자의 수입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그러한 사고방식과 운전방식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한다. 2003년 27세의 소세지 기업 상속자인 조지 살로노야(Jossi Salonoja)는 시속 40km 구간을 시속 80km 속도로 달려서 17만 유로(당시 환율로 21만7천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핀란드 최대부자 중 한 명인 살로노야의 당시 연간수입은 700만 유로였다.
트로피 헌팅, 코뿔소 사냥권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은 악마의 거래이고, 일종의 도덕성에 대한 강탈행위다.
사냥클럽에서 제공하는 동물의 모든 종을 사냥해보겠다는 목적,
아프리카 '5대 동물' 표범, 사자, 코끼리, 코뿔소, 아프리카 물소
북극지방 '그랜드 슬램' 순록, 사향소, 북극곰, 바다코끼리
사람들은 지나치게 평범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직접 사지는 않을 품목을 선물로 받고 싶어한다. 적어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는 '열정적인 자아, 열광하는 자아, 낭만적인 자아'를 자극하는 선물을 받고 싶어한다.
공공정신이 우세한 곳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원하지 않는 시설을 건립하는데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방법은 일반 경제이론에서 제안하는 것보다 높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시민의 의무의식이 밀려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의 문제 vs 금전의 문제
직원 명의의 생명보험 가입(1980년대부터 합법화)
- 회사의 세재혜택, 사망보험금은 면세+생명보험증권에서 파생한 연간 투자수입도 면세
<청소부 보험>
문제는 동의(consent)의 부재와 관계있을 것이다. 고용주가 알리지도 승낙을 받지도 않고 우리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용당하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항의할 근거가 있을까? 보험증권의 존재가 우리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다면 고용주가 우리에게 보험가입 사실을 알리거나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는 없지 않을까?(......)
직원이 이러한 제도에 동의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못마땅한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태도다. 청소부 보험은 직원이 살아있는 것보다 죽었을 때 더욱 가치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면서 직원을 사물화 한다. 즉 회사는 직원의 가치를 직원의 업무에서 찾지않고 직원을 상품선물(商品先物), 일반상품을 매매대상으로 하는 선물계약)로 다루게 된다. 기업소유의 생명보험이 생명보험의 목적을 왜곡한다는 반박도 있다. 한 때, 유족의 안전망 역할을 했던 생명보험이 지금은 기업을 위한 세금혜택 정책의 일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세금체계가 왜 재화와 용역의 생산보다는 직원의 사망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도록 회사를 부추기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 스핀 생명보험 증권거래
보험증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일부 중개인들은 보험이 없는 노인에게 돈을 주고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게 하고 그 증권을 재판매용으로 투자자들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래되는 증권이 '투기자 주도 증권' 또는 '스핀 생명보험 증권(Spin Life Policies)이라 불렸다.
'좋음' 과 '옳음'
차이까지 사랑하면 내 우주가 넓어집니다.
20184.1.25. 수영장가는 육체건강과 독서록 쓰는 정신건강과의 고민에서 독서록이 승리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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